“출판사는 책을 내놓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내놓고 판매하는 회사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읽고 좋아하는 책을 만들 수 있을까?’ 이 질문을 해결하기 위해 몇날 며칠을 고민했는지 모르겠다.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라는 책은 2012년도에 출간된 책으로 문화재 환수운동의 교본이라 불린 책이며 출간과 동시에 청소년 권장도서로 선정된 책이기에 내용은 의심할 바 없이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을 어떻게 예쁘게 포장해서 독자에게 전달할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었다.

 

책을 잘 만들고자하는 욕심에 가장 먼저 한 것은 시장조사! 온, 오프라인 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을 두 달 이상 꼼꼼히 살펴보았다. 각 분야의 베스트셀러를 열심히 살펴보고 또 살펴보며 무엇이 이 책을 구매하게 만들었을까 고민해보았는데 아무리 살펴보아도 어떤 책이 잘 팔리는지 파악이 안됐다. 역사 분야의 경우 최근 방영되는 사극과 관련된 책이 잘 팔리고 있었다. 책을 파는 것도 결국 운인가? 싶을 정도로 감이 잡히지 않아서 생각했다.

 

‘내가 갖고 싶은 책을 만들자!’

 

내가 갖고 싶은 책을 만들기 위해 처음 한 작업은 그림 의뢰였다. 평소에 알고 있는 그림 잘 그리는 친구가 있어서 이번에도 그림을 의뢰했다. 딱딱하고 날카로운 그림보다 수채화 같고 색연필로 은은하게 그린 느낌의 그림이 책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지라 친구에게 의뢰할 때도 그렇게 그려달라 주문했다.
그림은 챕터마다 한 장씩 넣기로 하고 의뢰했는데 한일협정 당시 돌려받은 문화재 중 가장 어이없는 ‘짚신’, 시민운동을 통해 돌아오게 된 문정왕후 어보,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반환하게 만든 ‘대한제국 국새’, 우리가 돌려줘야 할 문화재인 ‘오타니 컬렉션’, 우리가 꼭 찾아와야 할 문화재로 ‘조선대원수의 투구’와 ‘평양 율리사지석탑’(투구의 경우 그 전에 의뢰한 그림 사용)을 책 속에 넣기로 했다.

 

이유정 작가에게 받은 오타니 컬렉션-공양보살상과 조선대원수 투구 그림

 

삽화를 이용하여 제작한 차례

삽화를 이용하여 제작한 본문

 

본문 수정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표지 디자인에 매달렸다. 표지에는 가장 상징적인 것을 넣어야 해서 우리가 찾아와야 할 문화재인 조선대원수 투구와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반환한 대한제국 국새를 배치했었다.


그러나 조선대원수 투구의 경우 그림이 너무 많이 사용됐다는 점도 있고 올해 문정왕후 어보가 반환된다는 소식을 들었기도 해서 표지 그림을 전면 수정했다. 수정 후, 문화재환수의 역사적인 장면이라 평가받은 오바마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제국 국새를 반환하는 장면을 띠지로 넣기로 하고 띠지를 제작했다. 그런데 아뿔사! 띠지가 잘 보이려면 표지 그림에 있는 어보 그림이 샥~ 가려지고 띠지를 포기하자니 너무 좋은 사진을 놓치게 되는 것 아닌가! 심각한 회의 끝에 문정왕후 어보가 가려지더라도 오바마 대통령 사진을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오바마 대통령의 사진은 언론사에 돈을 주고 구입했는데 가격은 10만원! 내가 언제 오바마 대통령을 책 광고 모델로 사용해볼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띠지를 넣기로 결정했다.

 

또, 저자의 힘이랄까, 혼이랄까? 저자의 기를 표지에 넣어보고 싶어서 표지 글씨도 저자에게 직접 써달라고 부탁했다.  

 

1차 표지, 2차 표지, 최종 표지

인쇄소에 넘어가기 전 날 밤엔 어찌나 비가 세차게 내리던지 마음도 급한데 우르르쾅~하는 천둥소리가 나를 더 초조하게 만들었다. 출판 기념회 날짜가 잡힌 채로 출간 작업을 하고 있던 차여서 넘기지 않으면 출판 기념회에 책 없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지기 때문에 열심히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교정 작업을 마치고 이제 인쇄소에 넘어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어찌나 마음이 헛헛하던지 모른다. 왜 헛헛했는지는 모르겠으나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 헛헛한 마음 한 편으로는 뭔가 해냈다는 생각에 내가 너무 기특해서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책이 인쇄소에서 배달되던 날, 너무 기뻐서 보고 또 보고 또 봤다. 내가 갖고 있는 책 이외에 2천권 가까이 되는 책을 모두 창고로 보냈다. 어떻게든 내가 이고 지고 쌓아서 갖고 있어 보려했지만 2천권 되는 책을 보관하고 또 발송하는데 창고밖에 좋은 곳이 없었다. 친절한 창고 사장님 덕분에 계약도 즐겁게 마치고 대량 주문 발송도 쉽게 할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출판 판매와 관련해서는 총 판매자와 계약을 해서 1인 출판사가 몸소 뛰기 어려운 서점 및 그 외 출판 영업을 담당해주기로 했다. 2번의 계약을 하며 새로 판 좋은 도장을 꽝꽝! 찍었는데 왠지, 정말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진행된 출판 기념회

 

출판 기념회는 성황리에 잘 마무리했다. 8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예인홀을 대관했는데 아니 글쎄! 좌석이 조기마감 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진행하기로 하고 80석의 자리를 더 신청 받았는데 그것마저 행사 일주일 전에 예약이 마감됐다. 출판사 사장으로서는 너무나 기쁜 일이었다.

 

출판 기념회를 성공적으로 마치고나서 좀 쉬어볼까 했는데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저자가 인기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 나가는 바람에 북콘서트 날짜가 덜컥! 잡혀버렸다. 출연진도 그 유명한 명진스님, 정봉주 그리고 주진우!! 이렇게 화려한 출연진이 있다면 더 즐거운 이벤트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어 큰맘 먹고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한정판 텀블러를 제작했다. 2015년 6월 13일 예정이었는데 아쉽게도 메르스 때문에 연기된 상태여서 7월에 진행할 예정이다. 7월에는 좀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해볼 생각으로 준비중이니 꼭 성공해서 출판 마케팅 성공기 칼럼을 또 써봤으면 한다.

 

매일 아침 하는 일이 알라딘과 예스24의 판매지수를 확인하는 것인데 웬일로 갑자기 출판지수가 팍팍 뛰어서 오늘 아침부터 어깨춤을 추고 있다. 허허허. 나도 드디어 책 판매량에 울고 웃는 출판사 사장이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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