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을 사업으로 보는 단체와 문화재로 보는 지식인. 인간존엄성은 어디로?”

 

2014년 5월의 어느 날.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를 찾았다. 18년째 동학장군의 유골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하여 방문한 것이다. 

동학장군의 유골이 왜 박물관 수장고에서 나타난 것일까? 그 사연은 다음과 같다. 유골은 1906년 일본인 사토 마사지로가 진도에서 수집한 것으로 1995년 일본 홋카이도대학의 한 창고에서 발견됐다. 유골은 두개골만 남아있는 상태로 '한국 동학당 수괴의 수급(머리)'이라는 글씨가 먹으로 새겨져있다. 이 유골이 발견되자 훗카이도 대학은 반인권적 행위로 엄청난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여론의 힘에 밀려 1996년 유골을 한국으로 반환했다.

한국으로 반환되면 편안히 잠들 줄 알았던 유골은 동학관련 단체들의 이견으로 안장처를 결정하지 못했고 18년간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에 방치돼 왔던 것이다. 2014년 5월 전주역사박물관 수장고를 찾아간 이유는 동학농민운동 120년을 맞아 이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사진출처 : 본인촬영

동학장군 유골을 만난 후 유골 안장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강력히 항의했고 이 문제는 해결의 실마리가 잡히는 듯 했다. 2014년 11월, 황토현 전적지에 동학장군 유골을 안장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계획은 갑자기 무산됐다. 사적지에 유골을 묻을 수 없다고 반대한 것이다.

이렇게 있다가는 동학장군 유골이 언제 안장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민감사청구를 했다. 감사청구는 ‘유골이 특정한 이유 없이 '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되고 있다는 것은 반인권적 행위이며 형법 제161조에 규정한 사체보관 혹은 유골영득에 저촉,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행위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전주시에서 설립한 공공기관이므로 불법 행위를 지속하지 말아야한다. 그렇기에 유골을 지체 없이 화장 혹은 매장절차를 통해 안치해 주기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서류접수 후 감사원에서 몇 차례의 전화가 왔다. 그 때마다 ‘이 문제가 하루 빨리 해결됐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다.

시간은 흘렀고 2015년 1월, 감사원이 ‘관계기관·단체 등의 이견으로 20년 가까이 지연돼온 동학농민군 지도자 유골 안장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 통보했다. 동학장군 유골의 안장 문제를 담당하는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가 문화체육관광부의 지도·감독을 받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지역사업이라고 적극적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입장이었다.

이 후 동학장군 유골 안장에 대한 회의가 열렸고 2015년 2월 16일 드디어 유골을 화장한 후 안장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120년 동안 억울하게 떠돌던 동학장군 유골이 드디어 편안히 잠들 수 있다는 소식에 무척이나 기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너무나 황당한 글을 접하게 됐다. 목포대 이윤선 교수가 자신의 SNS에 작성한 글이 기사화된 내용이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16일로 확정된 유골 화장을 막는 길이다. 문화재청으로 전화하면 되나? 어떻게 해야 하나? 굳이 유골을 화장할 필요가 있나? 이집트의 미이라는 물론 시신을 유리관에 안장하는 사례는 그럼 뭔가? 일본인들에 의해 잘린 목, 쓰인 기록 등 여러 가지 정황을 종합해볼 때 이 유골은 적절한 방식으로 보존 안장시킬 필요가 있다. 이보다 더 현실적인 역사자료가 그리 많지 않은 까닭이다.” 

이 글을 보고 처음에는 소름이 돋았다. 어떻게 유골을 문화재로 볼 수 있는 것인가. 유골을 화장하지 않고 적절한 방식으로 보존 안장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 이유가 역사적 자료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에 의해 잘린 목이 역사적 자료인가? 반인권적으로 유골에 먹 글씨를 쓴 것이 역사적 자료인가? 더 놀라운 대목은 적절한 방식으로 안장하겠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안장한 후 필요하면 잠자던 고인을 깨워 땅에서 꺼낼 것인가. 너무나 소름끼치는 글에 분노가 치밀었다. 그런데 더 재밌는 것은 댓글의 반응이었다. 어떻게 그런 무식한 조치를 할 수 있느냐부터 시작해 문화재는 지키는 것인데 화장을 하면 문화재의 가치가 사라진다는 글까지 어떻게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황당했다. 

웃긴 것은 유골을 문화재로 생각해 문화재청에 항의하겠다는 글쓴이와 그 외의 사람들이었다. 이 문제의 담당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인데 엉뚱하게 문화재청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시작부터 경과를 알지 못하고 무엇인 문제인지 알지 못한 글쓴이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지 궁금하다. 감사원의 결정을 글쓴이는 어떻게 뒤집을 것인가? 글쓴이는 억울하게 죽은 동학장군의 유골이 연구할 가치가 있다고 하여 잠재적 가치라는 것을 소유하려하고 있다. 자신이 그런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을 아는지 모르겠다.

 

 

사진출처 : 본인촬영

유골은 소유물이 아니다. 앞서 말했듯 형법 제161조는 사체보관 혹은 유골영득에 저촉, 형사 처분을 받을 수 있는 행위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어떤 연예인이 예쁘다하여 그 사후에 안장된 유골을 꺼내 도망간 사례가 있었다. 그 당시 범인에게 적용된 법이 바로 형법 161조다. 이것을 규정하고 있는 이유는 사후에 그 인물을 떠나보내지 못하는 이가 사체를 안장하지 않고 집에 방치하거나 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120년 전 사망해 안장되지 못한 유골을 껴안고 역사적인 자료라고 말하며 동학장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지키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우리는 많이 배워왔다.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앞서 동학 단체들의 이견이 있어 유골이 안장되지 못했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를 살펴보니 유골안장 사업에 막대한 예산을 타내려는 못된 심보가 단체들의 싸움을 불러일으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간의 존엄성이 언제까지 돈과 연구목적을 위해 훼손돼야 하는 것일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