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뉴스를 접했을 땐 사람들이 왜 난리를 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도둑놈이 훔쳐온 장물은 그에 맞게 처리해야하는데 문화재 환수 문제로 돌려주지 말자는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2013년 초 대마도에서 도둑놈이 훔쳐온 불상 2구는 지금도 대마도로 돌아가지 못한 채 한국에 남아있다.

 

출처 : 연합뉴스

 

흔히 ‘대마도 불상’이라 부르는 불상 2구는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일본 중요문화재)과 고려 금동 관세음보살좌상(나가사키현 지정문화재)이다. 두 개의 불상은 처리 방식에서 행보가 갈렸는데 그 이유는 금동 관세음보살좌상에서 ‘고려국 서주 부석사’라고 쓰여 있는 복장 유물(불상 속에 있던 유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고 충남 서산군에 있는 부석사는 불상이 서산 부석사 소유라고 주장하였고 2013년 2월 대전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대전지법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정확한 유출경로를 따져볼 것’이라는 판결을 냈다. 이 때부터가 문제였던 것 같다.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자 힘을 얻은 서산 부석사 측이 법률을 오해하고 행동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서산부석사금동관세음보살좌상제자리봉안위원회(이하 봉안위)는 올해 초 성명을 내고 ①정부가 관세음보살상을 몰수품으로 취급하지 말고 성보로서 예의를 다하고 ②본래 자리인 부석사에 봉안하게 하며 ③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일본 측이 소장경위를 밝히기 전에 환부조치 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솔직히 말해 이 3가지 주장은 모두 논리의 파탄을 안고 있다. ①정부가 관세음보살상을 몰수품으로 취급하지 말고 성보로서 예의를 다하라는 주장을 살펴보자. 도둑놈이 훔쳐온 장물을 몰수하여 3개월 이내에 환부 조치해야하는 것이 형사소송법에 맞는 이치다. 이 주장대로라면 정부는 법에 따라 움직이지 말고 마음 내키는 대로 법을 넘어 월권행위를 하라고 부추기는 것이다. 이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② 본래 자리인 부석사에 봉안하게 하라와 ③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 일본 측이 소장경위를 밝히기 전에 환부 조치하지 말라는 소리도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무턱대고 주장하는 소리다.

 
가처분이라는 것은 쉽게 말해 어떠한 물건을 현재 상태로 보전하기 위해 법원에 의뢰하는 행위를 말한다. 봉안위가 가처분을 낸 것은 도둑이 훔쳐온 장물이 국가에 몰수 된 뒤 대마도로 가게 되는 것을 임시적으로 막아놓고 그것이 왜 서산 부석사의 불상인지 법원에서 밝혀야 하는 것이지 가처분을 냈다고 불상을 도난당한 관음사가 불상을 어떻게 취득했는지 밝혀내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만약 봉안위의 말대로 가처분이 진행된다면 ‘우리 집에 어떤 사람이 와서 당신의 노트북이 내가 몇 년 전에 도난당한 것이니 법원에 가서 당신이 훔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시오’라고 하면 정당하게 노트북을 구입한 사람도 무조건 법원에 나가서 이 노트북이 내 것임을 증명해야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봉안위는 사유재산제도에 대해서 철저히 무시하고 있으며 법률 해석을 자의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가처분 신청은 신청을 낸지 3년 뒤에 풀리게 돼 있다. 2016년 2월이면 가처분이 풀린다. 봉안위는 하루빨리 변론기일 또는 심문 기일을 열어 불상이 왜 부석사 소유인지 밝혀내야한다. 이것을 망각한 채 일본보고 따져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앞서 ①번의 주장처럼 법률을 무시한 행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통일신라 동조여래입상의 경우엔 복장유물도 나오지 않고 있다. 그것이 우리 것이라 주장하는 한국에 학자는 대마도에서 ‘신공왕후가 한반도에서 가져갔다’라고 기록된 책을 갖고 있으니 당연히 우리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더 위험한 주장이다. 신공왕후가 누구인가? 일본이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하며 신공왕후의 임나 정벌을 이야기하는 사람 아닌가? 불상이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임나일본부설을 인정하는 꼴이 된 셈이다. 이것이 학자로서 할 주장인가?

 

출처 : 본인촬영

 

필자는 비영리단체 문화재제자리찾기라는 곳에서 4년째 근무 중이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도쿄대로부터 조선왕조실록 47책, 일본 궁내청(이른바 천황궁)으로부터 조선왕실의궤 1205책, LA카운티박물관으로부터 문정왕후어보 반환결정을 이끌어냈으며 2014년 4월 25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대한제국 국새 및 조선왕실인장 9점을 반환하게 한 단체다.


이곳에서 근무하면서 가장 많이 욕을 들었던 것이 동조여래입상을 일본으로 반환하라고 이야기 했을 때였는데 7시간 만에 4800개의 악성 댓글이 달리는 것을 보고 정말 마음이 아팠다. 
  
당시 기자회견은 강제징용 전문 최봉태 변호사,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 문화재환수운동가 혜문이 가졌다. 일본과 적극적으로 싸워 성과를 내본 세 사람이 기자회견을 열어 대마도 불상을 돌려주라 이야기 했다는 것이다. 
 
문화재환수는 정확하게 약탈된 증거를 갖고 진행해야한다. 문화재환수는 식민지 시기나 6.25전쟁 당시 부당하게 약탈당한 우리의 문화재를 찾아옴으로써 우리가 당시에 잃어버린 민족의 정신을 찾는 운동이다.


대마도 불상을 보면 일단 부당하게 반출됐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 모두 추론일 뿐이다. 그런 식으로 추론하여 떼쓰게 되면 어떤 문화재가 어떤 의미를 갖고 돌아 올 수 있을까? 떼써서 돌려달라는 것은 그저 그 문화재가 탐이 나서 하는 행위가 아닐까?
  
대마도 불상이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최근 자신의 SNS에 대마도 불상은 우리 것이라며 쓴 글을 보고 필자는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었다. 대마도 불상은 우리 것이니 대마도 탐방을 가지 않겠냐며 여행상품을 소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과의 역사 문제, 특히 문화재 문제는 민족 감정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민족 감정을 갖고 이 사건에 임한다면 앞으로 일본과의 모든 문화재 반환 운동 문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 가면 위안부 문제, 독도 문제, 강제징용 문제, 문화재 문제는 ‘대마도 불상 문제가 해결되면 생각해보겠다.’라는 일본인의 핑계를 들어야 한다. 우리의 판단 실수로 일본에게 너무나 좋은 회피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이로써 모든 과거사 문제가 대마도 불상 문제 때문에 중단된 지 벌써 2년 반이 돼간다. 
  
이제라도 가짜 문화재 환수운동가들의 거짓 이야기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 대마도 불상 문제가 해결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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