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광고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의 세상입니다. 뜬금없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등장합니다. 혹은 잘 만들어진 감정선을 과감히 깨고 반전을 연출하여 브랜드를 제시합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상황이나 그 상황에서 제시된 브랜드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오히려 흥미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 흥미가 꼭 브랜드의 인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찰나의 감정으로 브랜드가 묻히게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광고는 개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뉴트로지나(2018)
한 화장품 회사의 최근 바이럴 광고입니다. 어떠신가요. 가벼운 몸개그나 말장난으로 웃겨보려는 노력이 다분해 보입니다만,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2분이라는 시간 동안 애써 만든 스토리가 반전으로 인하여 허무해지고 초라해집니다.
바이럴, 브랜드를 소비자로 하여금 친숙하게 그리고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광고입니다. 그래서 바이럴은 대중에게 인지가 쉽도록 만들어집니다. 이 광고에선 이해는 쉬웠지만 브랜드의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광고가 소비자와의 대화라면, 이는 논리 없이 말하는 실없는 농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스토리’의 위기
‘갑툭튀’와 함께, 지금 광고의 트렌드는 스토리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광고 기획에는 유효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품 하나에 스토리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초코파이는 정(情)을 붙이기 위해, 수많은 스토리를 기획하고 이를 30년 넘게 집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광고는 오히려 입지가 줄었습니다. 미디어 소비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소비자에게 광고를 거를 수 있는 ‘선택’도 동시에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길면 잘 안 봅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결국 광고의 선택은 스토리는 줄이고, 더욱 자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언어도 함축적인 단어보다 직관적인 단어를 씁니다. 생각할 시간은 적어지고, 잔상만 남는 광고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G마켓(2017)
이야기 없는 광고는 소비자와의 대화 통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위에 올라온 g마켓 광고는 다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뇌입니다. 브랜드를 저렇게 주입식으로 암기하면, 아이돌의 후크송처럼 각인은 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뭐가 남을까요. 소비자가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안이한 광고, 주입식으로 교육시키려는 불편한 메시지입니다. 제품은 제품 잘난 점만 이야기하다, 소비자는 연관성을 찾지 못하면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광고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상품 자신의 설명은 내려놓고, 대중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중이 들을 만한 이야기를 해주면 이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작동하지만 최종 의사 결정을 할 때에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제품의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제품에 내재된 이야기와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 p211 [광고 카피의 이론과 실제, 조병량 외]
결국 스토리가 이긴다.
박카스 (2017)
많은 광고들이 있지만, 이야기가 있는 광고는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이야기가 있다는 광고라고 해서 어떤 드라마나 에피소드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박카스 광고를 꼽아보고 싶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박카스 광고는 하나씩 기억이 나실 겁니다. 박카스는 다른 제품보다 다양한 타깃 범위를 갖고 있습니다. 한 세대만 노릴 수 없다는 얘깁니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위의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웃픈 현실의 정곡을 찔렀습니다만, 도리어 스토리를 통하여 브랜드의 역할을 부각하여주었습니다. 어떤 브랜드 광고가 가족 이야기를 순수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꽤 긴 시간 동안 스토리에 대한 연구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마트(2017)
‘갑툭튀’의 홍수 속에도 스토리는 시대의 환경에 맞게 더욱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광고의 이야기는 사람들에서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더욱 맞춤형으로 다양화되어가고 있는 만큼, 광고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마트는 어플이나 인터넷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트인데요. 그런 브랜드 특성상 2030에게는 다른 마트들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주 타깃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의 인사이트에 대한 관찰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타깃 인사이트, 즉 소비자의 실상과 심리를 꼼꼼하게 잘 분석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 하나로 공감을 건들어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와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적확한 분석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될 것 같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는 광고계의 격언이 있습니다. 그 말 덕분에 공모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아등바등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이전에 저는 우리 광고가 보고 있는 사람은 생각하고 집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소비자에게 생각하고 판단할 근거를 줘야, 광고 보고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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