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복잡합니다. 복잡하니만큼 사고도 많습니다. 개인에게는 무수한 그리고 불확실한 위험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하나하나 대비하고 조심하자니 개인에겐 명확한 방법도 계획도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보험은 개인의 이런 걱정을 먹고 태어났습니다. 닥치지 않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돈을 냄으로써 대비책을 갖는 개념. 사람들은 비용보다 걱정에 대한 해결을 더 선호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런 보험 광고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보험 광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여기선 보험 브랜드(회사) 광고를 다루고 싶습니다. 개별적인 상품을 소개(치과보험, 무배당보험과 같은 상품만 알리는 광고)하는 지엽적인 광고보다, 보험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차별성에 대해 더 하고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험 광고는 어떻게 할까요? 위험을 상기시키게 겁을 줄까요? 의외로 무작정을 겁을 주진 않습니다. 금연과 같은 공익적인 차원의 메시지만 아니라면 위협소구(대중에게 위협적 메시지로 상품 소비를 자극하는 것)는 통하지 않습니다. ‘알 건 다 아는’ 대중들한테는 위협 소구가 뻔한 상술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뻔한 말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신경을 끄게 됩니다. 관심이 꺼진 광고는 팔리지 않는 광고, 결국 ‘죽은 광고’가 되는 것입니다.
동부화재_꾸준한 가족 소구
사랑한다면 약속하세요 (2016, 동부화재)
동부화재 광고입니다. 대체적으로 많이 봐온 시나리오 아니실까 생각이 됩니다. 다른 보험 브랜드가 소재와 컨셉을 바꾸는 동안, 동부화재는 꾸준히 가족을 주제로 한 광고를 견지하고 있는데요. 아이의 애교, 그걸 지켜보는 가장 또는 엄마.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누구나가 원하고 유지하고 싶은 가족의 모습일 겁니다. 그런 개인의 모든 소망, 즉 가족의 화목함을 지키는 약속이라고 광고에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이런 소중한 가정을 위험이 생길 때 지켜주겠다는 자신의 역할을 광고 밑바탕에 깔아놓은 것입니다.
사실 보험 광고는 가족 소재를 하는 것이 전통적입니다. 어차피 생명보험 광고의 타겟이자 대상은 가족이니까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건드는 광고인만큼 조심히 얘기해야 할 것입니다. 무작정 약속을 지키겠다며, 가족 누군가의 사고를 광고로 보여주었다간 여론의 뭇매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소재로 잡았을 때는 가족의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로 많이 찾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재를 따뜻하게 조용하게 다가가서 ‘스윽’ 브랜드 이름을 내미는 것이 보험 광고의 기본적 시나리오입니다. 예전에 “Bravo your life" 라는 삼성생명의 캠페인 광고가 거의 대표적일 겁니다. 아버지, 어머니, 딸 등등의 가족의 한 사람으로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가족 사랑’을 토대로, 가족 전체의 삶을 동반하며 곁에서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Bravo your life(2005, 삼성생명)
삼성생명_가족의 재발견
삼성생명도 앞서 말했듯 가족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트렌드도 바뀌고, 상품도 많이 내는 기업이다 보니 광고도 다양하게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절대 다수의 상품은 가족입니다. 가족을 건드려야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방식이 좀 다릅니다. 처음부터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라며 위협소구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게 뭐지?” 싶을 즈음에 중간에 수식어를 끼워넣습니다. “앞으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라고 말이죠.
당신에게 남은 시간 (2014, 삼성생명)
실험 대상자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이들에게도 처음에 의문과 위협을 던져줍니다. 그러나 그 위협은 ‘가족’이라는 소재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무리 가족이 중요한다고한들, 그 소중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때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유튜브 조회수 500만이 넘었고, 2014 광고대상에서 은상까지 받은 이 광고는 기존의 보험 광고와는 가족을 기존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단방향적으로 ‘가족 사랑’을 홍보하는 것보다, 대중에게 직접 모니터 밖으로 ‘당신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세요?’라고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동영상 후반엔 ‘가족 시간 계산기’까지 있어서 참여를 유도하게 합니다. 이런 쌍방향적 소통, 대중의 참여와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광고를 ‘인터렉티브’라고 합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투척하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본 대중이 스스로 행동을 하여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 기법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교보생명_가족이 아닌 친구로
가족이란 소재를 발판으로 삼성생명은 보험 1위 자리를 공고히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보험사가 다 똑같이 가족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삼성생명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꼴이 됩니다. 이수원 씨가 쓴 [1등 기업의 광고, 2등 기업의 광고]라는 책에서도 이 사례를 제시하면서 2등은 1등과는 다른 이미지와 개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래서 교보는 조금은 다른 시선을 소개하게 됩니다.
마음에 힘이 되는 친구의 노래처럼(2004, 교보생명)
중년의 남성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한 것 같습니다. 친구를 어떻게 위로할까 고민하다 최민식은 ‘젊은 그대’를 부릅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친구니까 능청스레 할 수 있는 위로가 진정하게 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확실히 가족이 아닌 친구를 소재로 택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입지를 쓰진 못했지만, 또 다른 이점을 얻었습니다. 가족은 지켜야 할 대상, 책임감의 이미지가 부여된다면 친구는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무거운 책임감이 사라지고 거기에 능청맞지만,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이미지로 이어집니다. 교보생명은 그렇게 자신만의 컨셉을 잡아서 1위와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다른 광고가 USP, 즉 브랜드만의 고유한 메리트를 내세워 강조해왔다면 보험광고는 고객과 더 다정다감한지의 싸움입니다. 누가 더 친하고, 누가 더 아낄 수 있는 지에 대한 이미지 싸움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가족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색다른 소재와 컨셉으로 시장을 뒤집을 풍운아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기대도 해봄 직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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