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돔 내부 전경(ⓒ OSEN)

지난 3월 2016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막을 올렸다. 올 시즌 팬들의 최고 화두는 단연 고척 스카이돔(이하 고척돔)이었다. 국내 최초 돔 구장이라는 타이틀은 팬들의 이목을 집중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걱정의 시선도 적지 않았다. 서울시와의 협의를 통해 기존 목동구장에서 고척 돔구장으로 옮겨졌다고는 하나, 모기업 없이 ‘야구로 먹고 사는 구단’인데 돔구장을 운영이 가능할 것인가에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우려 가운데 시작한 시범경기에서 다소 뜻 밖의 광경이 노출되었다.


“4월부터 구장 내 외부음식 반입이 전면 금지합니다.”


구단 측 직원들이 입구에서 관객들에게 공지한 발언이었다. 발언대로라면 정확하게 오늘. 즉 정규시즌부터 구장 밖에서 사온 모든 음식의 반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음식 자체의 취식을 불허하는 것이 아니다. 구장에는 엄연히 테이블 석까지 마련되어있다. 굳이 관객이 음식을 먹고 싶다면 구장 내에 있는 매장을 이용하라는 논리인 것이다. KBO(한국야구위원회) 규정에는 구장 내 안전을 위하여 외부의 주류 반입을 제재하는 규정은 있으나, 관객의 음식물 반입 제한은 다른 구장에서 찾아볼 수 없는 고척구장만의 풍경이 될지 모른다.

“관객들은 어쩔 수 없이 다소 비싼 가격에 음식을 사야 하는 상황이다. 예컨대 고척돔 외부에 있는 한 치킨집에서는 1만~1만2000원이면 1마리를 살 수 있지만 고척돔 내에서 구매하면 1만80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출처_ 파이낸셜 뉴스

고척돔의 상술은 명백히 부당한 이득이다. 같은 음식을 매점만 음식을 허가하는 것과 훨씬 더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은 관객을 우롱한 강매 행위이다. 과거 극장에서 행해져 오던 ‘상영관 내 외부음식 반입 금지’와 너무나도 유사하다. 영화를 보러 찾은 관객에게 외부음식은 불허하고, 매점에서 살 것을 강제했다. 냄새가 심한 음식이야 당연히 제재가 필요하지만, 팝콘이나 탄산음료는 원가에 몇 배를 부풀려 판매하였다.(2008년부터 반입 규정은 해제되었지만, 극장의 매출 감소를 우려하여 관객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 고척돔 또한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기간이 지나면 집에서라도 볼 수 있지만, 야구경기는 특정 시간에만 볼 수 있는 제약이 있기에 관객에게 더욱 불리하다. 그 날 야구를 보러 찾아온 관객은 음식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돈을 더 내야 하는 을이 되어야했고, 구장은 스스로 갑이 되어 이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고척 돔 입구 전경. 인근 상인회의 넥센 입성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러한 폭리는 단순히 관객들에게 삥을 뜯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고척 돔의 준공을 전후로 관객을 대상으로 한 많은 상권이 새로 생겨났는데, 대부분 야구 하나만 바라고 가게를 열었다. 그런데 구장은 이들마저 고사(枯死)의 위기로 내몰고 있다. 외부 음식의 반입을 금하는 것으로도 이들에게는 막대한 타격인데, 여기에 고척 돔 지하에 대형 식당가를 조성한다는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돔 부근의 상점부터 인접한 동양미래대학의 먹자골목마저 다 삼킬 수 있게 된다. 자영업 상인들에게 기회가 될 줄 알았던 돔 구장은 졸지에 거대한 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구장이 이렇게 ‘모두의 갑’이 되어버린 데에는 서울시의 행정이 숨어있다. 2008년 건립계획 발표 때만 해도 408억원에 불과했던 사업비가 8차례나 설계가 변경되면서 2,443억으로 6배로 뛰었다. 그리고 거의 준공이 다다른 작년까지도 구장을 쓸 구단 하나 제대로 잡지 못했다. 상습적 교통정체와 애매한 지하철 접근성, 그리고 막대한 임대료를 부담해야하는데 상식적으로 구단의 입장에서 구미가 당길만한 요소는 전무했다. 2,000억대의 예산은 쓸 사람은 생각도 안한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은 계획인 것이다.

‘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지어진 2천억 대의 돔구장을 서울시는 부랴부랴 넥센 히어로즈에게 떠밀었다. 서울시는 절박했다. LG나 두산 구단은 이미 거절하기로 못 박았고, 대기업의 눈치를 살핀 것인지 선뜻 제안조차 하지도 못했다. 어느 프로구단도 이곳을 쓰지 않는다면 연간 20억이나 되는 적자를 서울시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목동 구장을 홈으로 쓰던 넥센은 완강하게 거부했다. 잠실보다 적은 좌석수인데 더 많은 임대료를 내라는 서울시 측 제안은 당연히 말도 안 되는 논리였다. 서울시는 압박과 제안을 동시에 내밀었다. 기존 목동구장(소유권은 서울시설관리공단에 있다)의 광고권을 회수하고 넥센의 구장이용료를 올리는 대신에, 고척 돔에 대한 시설 보수 비용 390억을 추가로 투입과 2년간 광고권을 구단에 주기로 했다. ‘울며 겨자 먹기’식의 협상이었다.



야구장에 관객은 구장과 구단은 생존과 직결되어있다. 사진은 지난 22일 고척에서 열린 넥센과 롯데와의 시범경기


이렇듯 고척 돔 협상에서 보여준 서울시 행정 처리는 지금까지 보여온 서울시 기조와 많이 다르다. 함께 상생을 주창하던 이미지였으나, 정작 모기업도 없는 약자 야구단의 사정은 외면하고 손해를 감당해 줄 것을 종용하고 있다. 단순히 구단뿐만 아니라 팬과 시민까지 고스란히 피해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이러한 이기적인 간섭으로 즐겨야하는 프로 스포츠가 주민과 팬 그리고 구단 모두에게 울상이 되고 있다. 

그런 협상을 통해서 넥센은 그렇게 고척 돔에서 오늘부터 경기를 한다. 앞으로도 매 해 60경기 정도를 고척에서 진행하며 운영해야한다. 입장료도 올렸고, 조금이라도 벌기 위해 팬들의 음식 가져올 권리마저 제한하면서까지 아등바등 버티고 있다. 넥센은 앞으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모색하고 창출해야만 하는데, 서울시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다’며 일관하고 있다. 구단의 이익의 문제가 아닌 존폐의 문제가 되어버린 이 시점에서, 행정과 야구의 불편한 동거가 더 이상 지속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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