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중순, 평소 문화재청 개혁을 외치던 문화평론가 출신 박물관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300만 원과 추징금 105만 원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이 들렸다. 평소 해외반출문화재 관련 시민운동 등을 전개했던 이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에 적잖은 충격이었다.
▲ 서경덕 교수가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 부대 연루 의혹에 휩싸이자 개인 SNS에 올린 해명 글, 현재 그의 SNS 계정은 삭제된 상태다.
그로부터 보름 뒤인 9월 초순엔 한국홍보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국가정보원 민간인 댓글 부대 연루 의혹에 휩싸였다. 그는 의혹이 제기되자마자 국정원 직원이 실적이 모자라 허위보고를 했다고 SNS상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러나 며칠 뒤 자필 서명된 국정원 영수증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고 돈을 받지 않았다던 서 교수는 국정원 영수증에 서명한 사실은 있으나 유네스코 한글 작품 전시를 위한 지원금이라고 해명하며 말을 번복했다.
소위 말하는 국뽕('국'가+히로'뽕'이 합쳐진 말이다. 국수주의 민족주의가 심하며 타민족에 배타적이고 자국만이 최고라고 여기는 행위나 사람을 일컫는다.)관련 일을 하고 있던 활동가들의 구설수에 오르자 그 전에 그들이 했던 운동에 대해서도 재평가가 나오고 있다.
▲ 1910년에 발행된 <조선미술대관>이라는 도록에 ‘이순신 장군이 항상 차고 다니던 칼’이라는 설명과
더불어 ‘쌍룡검’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이 담겨있다.(출처 : 문화재제자리찾기)
문화평론가 출신 박물관장은 2014년 8월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1910년에 조선미술대전에 보면 쌍룡검이라고 이순신 장군이 썼던 칼이라고 해서 한 쌍의 칼이 나오는데, 일제강점기 이후 63년도에 현충사에 있는 이 칼이 나올 때까지 존재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없어진 칼이 63년도에 보물로 지정됐다”며 보물 326호 충무공 장검이 가짜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과 장검은 다른 칼이다. 당시 그가 다른 칼을 같은 칼로 혼동하여 보물로 지정된 장검을 가짜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 문제가 제기됐었다.
박물관 재직 시절엔 장애로 몸을 가누기 어려워서 특수제작 된 유모차를 탄 6살 아이에게 일반 유모차로 갈아타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다고 했고 이와 관련하여 ‘뇌 병변 1급이라고 얘기하셨잖아요. 그 장애어린이가 유물을 보나요?’라고 발언하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당시 그는 오프더레코드를 기자가 기사화했다고 해명했다.)
▲ 이영애가 재능기부하여 뉴욕타임스에 게재된 비빔밥 광고
서경덕 교수는 2013년 초, 이영애가 재능 기부하여 뉴욕타임스에 게재한 비빔밥 광고로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비빔밥 광고 하단부에 비빔밥 재료들을 설명하면서 한국어 ‘김’을 일본어 ‘노리’라고 표현해 문제가 된 것이다. 그는 문제점을 지적받은 후에도 문구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중국 상해 빌보드 광고를 강행해 강도 높은 비판을 받은 바 있다.
▲ 2014년 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라고 혹평받은 추신수 선수의 불고기 광고
2014년 초에는 추신수 선수의 불고기 광고가 등장하자 광고업계 전문지인 ADWEEK는 ‘올해 가장 괴상한 광고’라며 혹평했다. 한국 문화 블로그 운영자인 조 맥퍼슨은 칼럼을 통해 “(이 광고는)홍보의 대상이 외국인이 아니라는데 있다, 한국 사람들에게 ‘우리가 이런 걸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며 비판했다.
▲ 군함도 관련 영상 광고에 등장하는 광부가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이라는 것이 밝혀져다. (사진출처 유튜브)
그 뒤로도 서 교수의 사소한 실수가 이어져 올 7월에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등장한 군함도 관련 영상 광고에 등장하는 광부가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조선인이 아니라 일본인으로 알려져 사과한 바 있다.
이렇게 반복되는 실수는 왜 바로 잡히지 않았던 것일까? 그것은 한국과 관련하여 일하면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해 사람들의 인식이 관대해져서 그런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역사와 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면 ‘까임 방지권(타의 모범이 될만하거나 개념 있는 어떠한 일로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 잘못을 저질러도 어느 정도 비난을 방지 받는 권리)’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2015년, 세종 때 제작된 측우기가 영국 왕립과학박물관에 있다며 이것을 환수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 소식을 듣고 세종 때 제작된 측우기가 어떤 이유로 불법 반출됐는지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기자가 일하는 문화재제자리찾기(해외로 불법 반출된 문화재를 반환하는 일을 주로 하고 있다.)로 측우기에 대한 질의가 계속 들어와서 조사해보니 영국 왕립과학박물관에 있던 측우기는 모조품이라는 사실이 5분 만에 밝혀졌다. 측우기가 모조품이라는 사실은 각종 블로그에도 심심하지 않게 올라가 있는 상황인데 자신이 본 것만 믿은 시민단체 관계자가 언론에 크게 떠들었던 것이다.
과거사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절대 실수해서는 안 된다. 한 번의 실수가 국익에 해를 끼칠 수도 있고 한 번의 실수로 더 큰 문제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
2013년 3월 절도범에 의해 우리나라로 밀반입된 관세음보살좌상 회수 문제를 위해 한국의 시민단체가 대마도 관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당시 약속도 잡지 않고 관음사를 방문하여 일본 우익 세력에게 ‘한국은 도둑질한 물건을 돌려주지 않는 무례한 민족이다’라고 말할 빌미를 제공하였으며 그 후, 일본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의 활동이 제한당했다. 지금도 일본 측은 대마도 불상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어떤 문제도 언급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2013년 한국 시민단체의 대마도 방문 사건은 성급한 판단 때문에 모든 시민운동가의 활동을 방해하여 일본에서 진짜 싸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큰 해가 된 사건이다.
▲ 2012년 10월 11일, 판결직전 최봉태변호사가 개정표에 있는 사건명을 가리키고 있다.
2012년 10월 11일 오전 10시 30분, 일본 도쿄지방법원에서 만세 소리가 울려 퍼졌다. 법원은 한일협정 문서 완전 공개에 대해 ‘공개 판결’이라는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 것이다. 100% 공개는 아니었지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개하라는 판결이다. 당시 원고였던 최봉태 변호사는 2008년에 제소하여 4년이 걸려서 ‘공개 판결’을 받아냈었다.
2001년 1월 12일, 당시 미국 클린턴 대통령으로부터 노근리 사건과 관련하여 유감 성명을 이끌어낸 사람도 있다.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정구도 이사장이다. 그는 노근리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인권과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각국의 대학생들에게 평화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를 위해 정말 좋은 일하는 것에 대해 칭찬할 때는 칭찬해야 한다. 그러나 실수가 있는 것에 대해 계속해서 관대하게 대하다 보면 더 큰 위기에 다다를 수도 있다. 지금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단순히 말로 떠들고 홍보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더 평가받고 있는 시대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진짜 싸워서 이긴 사람들을 평가해주어 그들이 더 힘을 내서 성과를 얻을 수 있게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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