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덥게 느껴졌던 이번 여름. 출산예정일 전 날까지 출근했던 만삭의 임산부. 출산 전에 회사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하는 사명감을 갖고 일하느냐 너무 바빠서 출산 가방을 출산 예정일 밤 11시에 쌌다. 그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경악한다. “애가 언제 나올 줄 알고 그랬습니까?” 

작은 비영리 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모든 준비는 산후조리원에서 한다는 생각으로 겁도 없이 엄마가 될 준비를 대충하고 있었다. 출산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생각도 안 해봤다. 돈이 없어서 애를 천천히 낳겠다는 친구들의 말에 ‘에이~ 애는 낳기만 하면 또 어떻게 해결 되지 않나?’하는 생각도 했다. 

나는 산후조리를 2달 만에 끝내고 회사로 복귀해야했기 때문에 내 몸에 좋다는 소리가 들리면 돈을 썼다. 아이가 50일이 지난 지금, 통장에 그득했던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갑자기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나는 출산비용을 얼마나 썼는가? 


<<출산 한 달 전부터 출산 후 50일까지 소모비용>>


1. 병원비용 : 자연분만, 2박 3일 입원 55만원(방이 없어서 제일 큰 방을 사용했으니 자연분만 후 출산 비용이 더 줄어들 수 있음) 
(- 국민건강보험에서 130만원이나 내줘서 55만원이 나왔다는 걸 영수증을 받아보고 알았다.)

2. 산후조리원 : 2주 조리 270만원 + 조리원 마사지 144만원

3. 한약 : 22만원 * 3번 = 66만원

4. 제대혈 보관비용 : 270만원

5. 스튜디오 계약 : 50일까지 45만원 (돌까지 조금씩 나눠내는 형식)

6. 집으로 오는 산후도우미 한 달 : 175만원

7. 아이 용품 구입 : 젖병, 젖병세정제, 소독 집게, 온도계, 면봉, 코뻥, 속싸개, 겉싸개, 옷, 보온병, 아기이불, 아기침대, 아기흔들의자 등등 약 200만원

8. 기저귀 한 달에 15만원, 분유 한 달에 10만원 

출산 준비부터 출산 후 출근하기 직전까지 계산해보면 1250만원이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출산 후 빠른 시일 내에 복직하기 위해서 아낌없이 돈을 썼다. 제대혈을 보관하지 안겠다고 했다하더라도 또 아이의 성장 앨범을 찍지 않겠다고 결심했다하더라도 천만원 가까운 비용이 출산 시에 들어갔음을 알 수 있다. 최소 비용으로 아이를 출산할 수도 있다. 출산 후 조리원에 가지 않고 산후도우미도 부르지 않으며 한약 등도 먹지 않고 집에서 아이를 본다고 하면 280만원의 비용이 소모된다고 볼 수 있다. 
에이~ 적게 들여서 280만원만 쓰고 애 낳을 수 있는데 천만 원씩 써서 애 낳는 건 너무 사치 아니야?라고 하는 이들이 있을까 하여 말하고 싶다. “현실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필자는 앞서 말했듯이 아주 작은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작은 단체의 경우엔 출산 휴가 및 육아 휴직 때 대체 인력을 부르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필자가 일하고 있는 문화재 환수 분야는 매우 희귀한 직종이기에(심지어 문화재환수운동가라는 직업은 직업으로 쳐주지 않는다.) 대체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필자가 애를 낳고 온 사이 회사는 정말로 멈춰버렸다. 정말로 멈췄기에 산후조리원에서 몸조리를 하다가 회사 행사에 참여하려고 조리원을 뛰쳐나와 일하고 돌아간 적도 있는데 그 날 밤부터 엄청난 젖몸살에 시달려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뛰쳐나가기만 했는가, 노트북을 들고 조리원 침대 위에서 급한 일을 처리하곤 했다.



이렇게 일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정말로 회사가 멈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최대한 빨리 회사로 복직하길 원했다. 그렇기 때문에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를 부르고 한약을 먹으며 몸을 회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 결과 32일 만에 회사에 복귀하여 일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면 한 달 쉬지 말고 돈을 적게 들여 출산 한 후 3달은 쉬고 일 나가면 되는 것 아니냐라고 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빠른 복귀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출산 후 산모의 몸 상태는 모든 뼈가 열려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 예전엔 대가족 제도에서 산모와 아기가 보호받았기 때문에 조리원이나 산후도우미가 필요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 사회에서는 친정 엄마가 와서 붙어있지 않는 이상 산모를 보호해줄 사람이 없다.(남편도 아침 7~8시에 나가서 저녁 7시~10시 사이에 오지 않는가.)


뼈가 모두 열려있는 산모가 남편을 출근시키고 3시간에 한 번 먹여야 하는 아이를, 왜 우는지도 모른 채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아이가 울지 않을 때까지 안고 있어야 하는 아이를 볼 수 있을까. 돈 많이 드니까, 최소비용을 들여 애를 낳고 그런 상태로 아이를 보라하면 누가 애를 많이 낳겠는가. 


아이를 낳고 빠르게 회복하여 한 달여 만에 회사에 복직하기까지 나라에서 해준 것은 병원비 지원 130만원이었다. (임신기간 사용한 고운맘카드 비용 50만원도 있으나 이 칼럼은 출산 한 달 전부터 아이 낳고나서 50일을 계산했기에 제외했다.) 문제는 둘째다. 첫째는 어떻게 어떻게 낳았지만 이 비용을 또 부담하고 애를 낳으라는 건 무리다. 


출처 : 네이버블로그 “워킹맘의정보창고” http://cafe.naver.com/ggworkingmom/35301


  저출산시대에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것이 많다하여 아이를 낳기 전에 출산장려금에 대해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거 웬걸. 첫째는 지원대상에서 찾아볼 수 없고 둘째 역시 없다.(성남시 제외) 셋째는 낳아야 출산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하면 경제적 부담을 이기고 아이를 낳을 수 있을까? 최소비용으로 낳으면 되지 않냐 우기면 과연 최소비용으로 아이를 낳은 뒤 둘째, 셋째도 낳을 마음이 생길까.


  아이를 낳아보니 국가가 이것을 지원해주면 애를 좀 더 낳겠다 싶은 것이 생겼다. 바로 “산후조리원과 산후도우미 지원”이다. “산후조리원 2주 + 산후도우미 4주”를 국가가 지원해준다면 나는 둘째를 낳고 다시 직장으로 복귀할 생각이 있다. 6주의 시간이면 산모의 몸이 많이 회복된 상태이고 매일매일 빽빽 울던 아이도 안정을 찾고 조금은 잘 자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 시기를 지나면 산모가 혼자 아이를 볼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도움을 필요로 하는 6주의 시간동안 들어가는 비용이 너무 크다. 그렇기에 이것을 국가가 지원해주면 나는 애를 더 낳을 생각이 있다. 

 

  조리원에서 만난 친구들도 그 전부터 알고 있던 친구들도 모두 아이를 낳기 전에 사직서를 냈다한다. 내년 초에 결혼하는 가장 친한 친구는 출산비용 부담에 아이 낳는 계획을 미뤘다한다.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 진짜 필요한 시기에 산모를 지원해주는 정책은 언제 나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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