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아마 ‘우직하다.’, ‘한결같다.’ 등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될 겁니다. 사람도 일관성 있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기 마련이죠. 제품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오랫동안 그 자리 그 모습에 있다면, 신뢰도 갈뿐더러 오랜 친구마냥 정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브랜드 자체가 ‘일관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도 있지만, 오늘은 ‘하나로만 죽 밀고 가는’ 브랜드 광고에 대해 말할까 합니다. 2011년, 다소 특이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LG사의 ‘엘라스틴’ 샴푸 광고였는데요. 하지만 그 광고의 주인공은 샴푸가 아니라 전지현이었습니다. 이 광고만큼은 브랜드 홍보 목적이 아닌, 모델 전지현에 헌정 광고였다고 합니다. 11년 동안 전지현은 엘라스틴 광고 모델로 진행했습니다. “엘라스틴 했어요‘라는 카피는 엄청난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전지현의 고급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려 브랜드 포지셔닝 구축에 일조하였죠. 그래서 LG사는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는 전지현만의 광고를 제작하게 됩니다. 비즈니스와 이해관계를 떠나 대단한 의리라고 생각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같은 모델을 쓰거나, 더 나아가 일관된 캠페인을 집행하는 일은 요즘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시대에 우직함은 무모한 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변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광고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우직함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일관성의 사례로 먼저, ‘다시다’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시장 점유율 80%, 10년간 매해 2만 5천 톤이 생산될 정도로 굳건히 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다시다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죠. ‘고향의 맛 다시다’라는 카피인데, 지금 어린 친구들은 기억을 못 할 것이고, 저도 이 광고를 보기 전까지도 어슴푸레 기억만 있었습니다. 광고는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였다가, 이내 장소를 불문하고 전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시다는 자연과 잘 어울리는 우리네 고향의 맛이라는 것을 어필하려 했나 봅니다. 모델로는 김혜자 선생님이 거의 매번 요리하는 모습이 나오고는 먹음직한 요리에 다시다를 뿌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나오는 멘트는 지금의 광고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 이 맛이야’ (1987, 제일제당)
최근에 볼 수 있는 장기캠페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흰 원피스와 코발트 빛 푸른 하늘. 바로 ‘포카리스웨트’입니다. ‘나나나나 나나 나나~’로 시작하는 광고 CM은 이미 많이 익숙할 겁니다.
국내에는 1987년 동아오츠카에서 출시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여성모델을 기용했습니다만, 초기 광고에는 음료의 기능에 대한 어필을 의식해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같은 해, 국내시장에 등판한 라이벌, ‘게토레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서야 이온음료 시장은 게토레이와 포카리스웨트의 틈새 없는 2강 체제로 굳혀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이 둘의 광고는 기능에 대한 각축전을 벌입니다. 정확히는 ‘누가 더 갈증 해소에 좋은지’를 놓고 말입니다. 그러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포카리스웨트’가 다른 카드를 꺼냅니다. 당시 신예 배우 손예진을 기용한 광고 캠페인은 줄곧 15년 내리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 몸에 흐르는 이온 포카리스웨트"(2001, 동아오츠카)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청순한 여성을 모델을 기용함으로써, 맑고 순수한 이온음료라는 이미지로의 연결이 가능해졌고, 동시에 인지도까지 제고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입니다. 이제는 해마다 ‘포카리 스웨트’ 모델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가 될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리스크가 제법 있었던 시도였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고 할까요. 동아오츠카는 때에 맞게 시각을 잘 전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온음료에 대해 대충은 아니까, 이제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15년째의 캠페인 광고를 이어가는 포카리스웨트 광고(2014, 동아오츠카)
주목할 점은 이 컨셉의 브랜드를 10년 넘게 끌고 왔다는 점입니다. 2001년 이후로, 거의 매년 이 컨셉의 광고가 집필되는데요. 광고주 생각에는 다른 획기적인 컨셉의 욕심이 났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인식과 기억의 문제입니다.
이수원 씨의 [1등 기업의 광고, 2등 기업의 광고]에서 브랜드의 방향을 이렇게 말합니다.
브랜드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좌충우돌, 우왕좌왕한다면
과연 누가 그 브랜드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포카리스웨트는 선명하게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15년의 광고를 남긴 것이지요. 수익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장기적인 투자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가 공통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기에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도 오래된 단골집에 발길이 더 갑니다. 브랜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쌓여야 하고, 간절한 이미지 어필이 필요합니다. 믿고 쓰기 위해서는 그만한 품질이 밑바탕이 되고, 소비자가 그것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죠. 앞서 말한 브랜드들은 10년을 넘게 ‘일관성’으로 지켜왔기에 오늘의 브랜드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만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우리 각자를 고유의 브랜드들로 놓고 본다면, 그 브랜드를 일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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