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난 돌은 삼재인지 몇 년 전부터 봄이 참 혹독했다. 그래도 모난 돌은 ‘진심을 담아 열심히 하면 될 거야’하고 사람들이 알 거라고 생각했다.
올해 봄을 보내다 보니 꼭 그렇지도 않았나 보다.
저마다 예쁘고 잘 다듬어진 돌이 좋으신지. 모난 돌을 잡았다가 내려놓는다. 모난 돌은 실눈을 뜨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다들 “쓰잘데기 없고, 부적합하다”고 한다. 문 고정할 때나 잡다한 일 할 때만 필요할 뿐이란다.
모난 돌은 눈물 찔끔 흘리며, 몸을 불태워 사람들의 손에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루는 모난 돌은 일광욕을 하고 와서 사람들이 오길 기다렸다. 한 사람이 모난 돌을 잡으려하다 살짝 데었다. 모난 돌의 복수로 속 시원한 감정도 한 순간.
그 사람이 하는 말에 자신의 행동이 소용없음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빛깔 좋은 것이 모든 것이 완벽하고 미래지향적이야”라고 한다. 모난 돌은 위축되어 ‘왜 나를 어여쁘지 않을까. 왜 사람들은 날 안 좋아할까. 왜 나는 들러리인가 항상 잡다한 일은 나만 하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로 깊이 들어간다.
모난 돌은 하는 일마다 뽐내고 포장해야만 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진심을 다해 뭔가를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는 걸 느꼈다. 사람들의 마음에 쏙 드는 외형과 성격으로 다듬어져야 한다는 걸 알았다.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모난 돌은 올 봄에도 옆에 있는 사랑받는 돌에게 KO패를 당했다.
모난 돌은 치기 어리게 뜨거운 모습을 보여주지 말아야 했고, 표를 내지 않고 참으며 항상 쿨한 모습 보였어야 했다.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하는 시기인 화사한 봄에 이놈의 성질머리 때문에 쓰잘떼기없는 모난 돌 신세다.
누가 그러더라.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뺀다. 모난 돌은 정 맞는다고. 굴러온 둥글둥글한 돌이 그나마 쓰이고 있던 모난 돌을 처량하게 만들었네. 아니다. 잘 다듬어지고 보기 좋은 돌은 수집하고 모난 돌은 저 멀리에 놓아버리는 사람들 탓하고 싶어진다.
그 와중에도 봄 내내 사람들의 선택받으려 차가운 달빛과 뜨거운 땡볕을 오가던 모난 돌은 극단의 쿨함과 뜨거움을 경험하며 서서히 금이 가 쪼개져가고 있다. 어차피 손으로 내던져질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모난 돌은 몸이 쪼개져도 스스로 떠나기 전까지 예쁜 돌 인 척해보려 한다. 그럼 조금이라도 어여뻐 여기셔서 날 데려가지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모난 돌은 과연 날카롭기만 하고 쓸 데가 없을까.
모난 돌은 올해 여름을 어떻게 보내게 될까. 지금처럼 지내면 모난 돌은 모래가 되어버릴 것 같다.
박노해 시인은 여름이 ‘열음’이란다. 창문을 열고 옷깃을 열고 가슴마저 활짝 여는 계절이라고 한다. 모난 돌에게도 마음이 활짝 열리길 바란다. 마음에 구멍이 나서 열려서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모난 돌이 되길 바란다. 지금의 모습에서 느영나영 잘 살아갈 수 있는 모난 돌이 되길 바란다. 누군가에게 꼭 선택을 받으려고도, 사랑만 받으려 하는 삶을 살지 않길 바란다.
내 마음 속 모난 돌을 포함해서 이 세상의 모난 돌이여.
#느영나영 모난 돌
#느영나영 여름이네
'[느영나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발적 백조인생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것들 #1 (0) | 2015.10.23 |
---|---|
느영나영 자발적 백조인생?! (0) | 2015.09.16 |
느영나영 꺼내먹어요. 사회적경제 (0) | 2015.07.30 |
희한한 시대 속 "느영나영" 함께 살아가기: 사회적경제와 사회혁신 (0) | 2015.06.15 |
“느영나영 사는 세상, 너 요즘 잘지내니?” (0) | 2015.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