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수작 일기는,

유튜브 <더 수작>(업로드 예정)의 촬영과정을 제작진의 관점에서 쓴 의식의 흐름 에세이입니다.

 

더 수작의 주인공 진성이는,

이태원 사업가이자 요리 연구가로, 비주얼만 보면 오금이 지리지만, 보다보면 친근하고 허당끼 가득한 우리 동네 보통 형입니다.

 

더 수작 앞으로는, <회차별 음식/컨셉 소개>, <레시피/요리 장면>, <식샤를 합시다(먹방 장면)> 3가지 카테고리로 심플하게 아무 생각 없이, 간섭 없이, 퀄리티 없이 이어져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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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이네 곱창가게 ‘언덕집’ 일요일 휴무>

 

새찬 바람이 언덕집의 통유리창에 부딪쳐 사그라진다. 흔들흔들, 조금씩의 미동.

길은 하나. 주방쪽 뒷 창문. 가볍게 통과해 안으로 향한다.

 

안/밖. 밖의 사람들이 가게 통유리창 안의 다른 공간 속에 움직이는 나를 보고 힐끔거린다.

나 역시 지나가는 밖의 사람들을 쳐다본다. 서로를 볼 수 있지만 닿을 수 없는 확실히 전혀 다른 세상이다.

 

4시 40분. 약속했던 첫 촬영 시간보다 40분이나 진성(수작)이가 늦게 도착했다. 이유는 촬영감독의 개인사연이니 스킵... 다행인 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는 아니었다.

 

<촬영 준비>

 

앞으로의 메인 촬영장소인 이 곳. 촬영을 위해 페인트칠까지 쏴악 했다는 진성이.

일단 열정과 노호력에 봑수!

그러나 역시 셋이 모이니 담배와 잡담이 우선이다.

움직임은 최소, 우왕좌왕, 혼비백산. 일단은 죄책감에 아가리만으로도 각자가 해야 할 준비과정들을 정리한다.

 

가성비 끝판왕 다이소로 향한다. 촬영용 소스 그릇을 급하게 구매했다.

 

오자마자 새로 산 그릇들을 닦는 진성이. 추가적으로 프라이팬, 밥솥, 재료를 담을 그릇들까지. 안 씻고 대충 할 줄 알았는데 청결함과 진정성에 엄지 척!

 

카메라 감독은 1평 남직한 통로 사이에 한 껏 삼각대와 카메라 설치에 분주하다.

근접용 하나, 풀샷용 하나, 그리고 자기 손에 디테일 컷 용 하나. 이때까지만 해도 3 때만 동원될 줄 알았지... 뽀인트는 역시 풀샷은 아이폰이면 충분하다는 것. 4K도 지원된다는 사실 잊지 말자.

 

(전화) “ 형 배고파 ” / “ 그래서? ”

“ 요리해줘 ” / “ 뭐? ”

“ 오삼불고기(툭) ” / “ ... ”

 

<오삼불고기>

 

그렇게 오늘의 컨셉은 오삼불고기다. 구구절절한 동기부여 따위는 없다. 앞으로의 컨셉도 이러할 것이다.

 

먼저 진성이는 밥을 짓는다. 오늘은 첫 회라 특별히 촬영감독의 요구에 따라 밥 짓는 씬을 넣지만 앞으로 곤드레, 무쇠솥, 보리 등의 특별한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면 딱히 촬영할 일은 없을 것 같다.

 

 

진성이는 밥을 지을 때, 쌀과 물의 비율 1:1을 강조한다. 쌀은 불리지 않고 간단히 세척 후 바로 쓰는 게 포인트라며 카메라 앞에서 첫 미성의 목소리를 내는 진성이. 어색했다. 컷이다. 웃지 말라고 강조한다. 컨셉이 깨지니깐...

중간 불 정도로 가열 후 김이 나기 시작하니 약불로 태세 전환시킨다. 이른바 ‘7분 뜸 들이기’ 진성이 표 필살기란다. 그렇게 11분이 지나니 밥이 완성되었다. 밥을 이리저리 휘젓고는 한 입 무는 진성이, JMTGR! 물론 그 맛은 진성이만 느꼈지만...

 

그리고 정갈하게 진짜 오늘의 요리를 위한 재료들을 테이블 위에 디스플레이한다.

 

<레시피>

 

오징어 2마리, 돼지고기 200g, 양파 반개, 양배추 1/6 (크기에 따라 상이)

청양고추 2개, 깻잎 10장

그리고 양념...

고춧가루 4, 고추장 3, 간장 4, 마늘 1, 미림 3, 물엿 3, 설탕 2, 후춧가루 약간, 참기름 약간

 

먼저 양념장을 만드는 진성이.

위의 레시피대로 때려 넣고 섞는가 싶더니, 맛을 보더니... 조금씩 그 양이 추가된다.

그리고 ‘적당히’ ‘개인의 입맛에 따라’라는 무책임한 발언이 쏟아진다.

그러더니 전문가 멘트로 의구심을 가라앉힌다.

“양념을 모두 섞은 후 바로 사용하기보단 설탕이 녹을 시간을 충분히 주는 게 좋아요 “

 

어쨌거나 일반인 입맛엔 위 레시피 정도면 웬만큼 고개를 끄덕일 정도라 하니, 믿고 가자.

 

노란 조명에 반사된 양념장 비주얼과 진성이의 손을 통해 비벼지는 질척한 ASMR이 그럴듯하다. 양념장, 성공적?

 

이제 메인 오징어와 돼지고기를 다듬질할 차례.

먼저, 양파와 야채를 먼저 썬다. 세심한 진성이의 손질에 찔끔 설렜다.

그다음, 오징어의 입과 내장, 눈을 제거한다. 아쉽게도 이미 손질되어 버린 걸 가져온 진성이. 영상에 담지 못했다.

다음, 오징어를 자른다. 진성이는 엄지손가락만큼 자르는 것이 꿀팁이라고 했으나 사람마다 엄지의 크기가 다르다는 걸 모르는 걸까? 아무튼... 다리도 3등분이 적당하고 한다.

다음, 돼지고기를 무자비하게 찢는다. 앞다리 살을 이용해야 한단다. 구입 시 정육점에 제육볶음용으로 썰어 달라하면 얇게 썰어주니, 자신처럼 수고스럽게 고생하지 말라는 친절한 진성이.

완성된 채소 덩어리와 고기 오징어를 양념과 버무린다. 때깔이 영롱하다. 비빔의 소리는 청초하다. 그리고는 시크하게 식용 우가 발라진 주물팬에 진득하게 양념된 오삼불고기를 투척한다.

“ 쏘 ㅑ ㅇ ㅏ~ ”

 

<식샤를 합시다!>

 

완성된 오삼불고기와 흰밥.

진지한 표정의 진성이의 대가리에 액션캠을 달았다. 두를 것이 없어 촬영감독의 목도리가 감긴다. 비주얼만으로는 중동 부호가 따로 없다. 1인칭의 먹방까지 커버하려는 더 수작팀의 과한 노력이다.

 

소주 1병과 함께 음식을 먹기 시작한다.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고, 구름의 형상도 그려지는 날이었기에, 제작진은 클라우드를 추천했지만 진성이는 매운 음식에 무슨 맥주냐며 성을 낸다. (나 원...)

잠시 음식 내음에 미쳐 촬영 여부를 잊은 거 같지만, 주인공은 진성이니 편집으로 보듬겠다.

 

진성이가 잠시 꽃밭에 간 사이, 밥을 요구했던 그 동생이 도착했다.

형을 찾다가 테이블의 음식을 보고는 형이고 뭐고 소주 2잔에 밥 한 공기 사라졌다.

 

잠시 후 돌아온 진성이. 예상치 못한 시추에이션에 당황한다.

하이에나처럼 그 자리를 차지하고 게걸스레 먹고 있는 한 사람.

 

(대화) “네가 왜 먹어? 동생은?” / “먹고 갔는데?”

“갔다고?” / “응”

“이게 누굴 식모로 아나” / “ㅋㅋㅋㅋ”

“웃어? 넌 촬영은 누가 하라고 이러고 있어?” / “...”

 

진성이표 오삼불고기 + 흰쌀밥 앞에 촬영감독도 예외는 아니었다.

실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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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플레이어를 키고 노래를 찾아본다. 오늘은 마음은 기억하지만 머리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노래들이 듣고 싶다.
당연히 제목을 모르기에 뭇 아무개들의 선곡표(멜론DJ)들을 보면서 기웃거려본다.
" 가사가 예쁜 노래 모음 " " 몽황적 느낌의 중독성이 강한 노래 " " 새벽이 오는 밤 쯔음에 듣는 음악 "
나름의 카테고리화 되어 정리된 노래들.
듣다보면 가끔은 "엥? 이게 왜 이런 주제에?" 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반가운것은 내가 들어본 적이 있던, 내 경험에 깃든 노래가 가끔 나올 때의 희열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OST라는 카테고리에 눈이 갔다. Original Sound Track.
흔히들 말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들이다.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노래들 속에서, 이 OST들은 어찌보면 보통 노래들 보다는 보석의 과정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원석이랄까.
심하게 얘기하면, 나온 지 몇시간도 안돼 잊혀지는 수많은 인디음악들이 흙수저라면, 이들은 분명 금수저를 문걸 테다.
물론, 금수저의 음악들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곤 하지만..

 

 

OST항목을 누르자 요즈음의 인기중이 OST들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다. 그 중 TOP10개 중 9개의 노래들이 전부 응답하라 1988로 채워졌다.
국민 모두가 응팔의 감성에 빠져산다고 하지만, 이건 뭐 다른 드라마나 영화들의 OST들은 기도 펴지 못할 기세다.
그러다 응팔의 OST가 가진 힘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응팔의 OST들은 모두가 원곡을 Remake한 노래들이다. 오혁의 소녀는 1985년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란 앨범에 수록되었었고,
김필의 청춘은 1981년 산울림의 '가지마오'에, 걸스데이 소진이 부른 매일 그대와는 1985년 들국화의 노래이다.
그 밖에도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최호섭의 세월이가면까지..
당시의 시대상의 노래들을 지금의 핫한 아티스트의 입맛과 매력으로 해석했다는 점, 그러면서도 옛 감성을 무시하지 않는 절제미를 갖췄다는 점이 리메이크임에도 우리귀에 거슬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리메이크 노래들이 응팔이라는 옷의 감성에 비단가루역할을 한다면, 드라마속에 깔리는 원곡 그자체들은 그 옷(응팔)을 채우는 포근한 솜이다.
각 회의 테마와 컨셉에 맞게 이뤄지는 적재적소의 원곡들은, 리메이크에 이미 젖은 우리의 마음을 한층더 무겁고 심오하게 한다.
대학가요제의 마지막을 장신한 신해철의 '그대에게'에게 열광하는 주인공들, 혜리에 대한 마음을 눈빝으로 전하는 정환의 눈빛에 깔리는 광하문연가와 소녀, 풋풋한 청춘들의 우정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깔리는 감미로운 변진섭의 '숙녀에게'까지..

수 많은 당대의 노래들이 있었고, 수 많은 당대의 노래들을 리메이크 할 수 있었곘지만, 요즘음의 젊은이들도 한번 쯤은 들어봤을 "아! 이노래!",
그리고 당시의 추억과 환경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이햐! 역시 이노래!"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고 눌러쓴 이 노래 선곡에 나는, 드라마 흥행의 신의 한수였다 감히 얘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응팔의 OST들을 지나 조금 더 스크롤을 내려본 곳에 박효신의 '눈의 꽃'이 당당히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11년전 소지섭, 임수정 주연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겨울내내 HIT가 되었던 곡.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겨울에 사람들은 그때의 소지섭의 열연과 임수정의 애틋한 감정을 잊지 못하는가보다.
아니, 단순한 드라마의 감정과 더불어, 어쩌면 당시의 우리들의 감성에 무슨 짓을 해났다 보다.

 

 

또 한번 생각에 잠겨본다.
2005년 겨울, 그때 나는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았고, 어떤 삶을 살았는가 말이다.
  
마음의 기억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OST의 힘이었고, 나가아 음악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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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환적이라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현재가 아닌 그 언젠가의 어떤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일까, 홀로 멍하니 두 눈의 초점을 잃은 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그 어떤 상태적인 상태일까. 아님 지극한 외로움이 엄습한 가운데서의 무작정 느끼고 싶은, 감정일까. 이렇듯 몽환적이라는 단어는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하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감성 다의어’이다. 그리고 이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나는 몽환적이 된다.

 

사비나 앤 드론즈. 개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1인으로써, 장르의 구애를 받지도 편애를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음악을 통한 몽환성은 대체로 인디가수들을 통해 많이 느낀다. (참고로 나는 홍대도, 인디밴드들도, 전문적으로 알지 못한다.) 약간은 답답해보이는 소극장에 안개처럼 나풀대는 먼지들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내리쬐는 조명하나. 그리고 외로이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그 공간을 채우는 어느 여자의 목소리. 나의 몽환적 느낌의 상상의 나래는 보통 이런 분위기와 배경 속에서 채워진다. 그리고 이 가수의 노래를 듣는 순간 ‘역시’ 그랬다.

 

(출처 네이버)

그녀의 본명은 최민영이란다. 사비나는 그녀의 예명일 것이고, 드론즈는 공명이라해서 울려퍼짐의 뜻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삶의 이야기정도라고 해야 할까. 응급실 간호사 출신이라는 그녀는 노래에서 그렇듯 ‘외로움’에 대한 감정을 많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속에 혼자인 것 같은 이유를, lover 외로운 그대여 할 수 있는 것은..내 가시덤불 속에 그 속에 누군가를 가두는 것 뿐”
어느 발라드의 듣기 좋은 말처럼 흔해 보일 수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통하는 순간 몽환성의 바다 안에 그저 넋 놓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몽환성은 누군가에게는 황홀감으로 누군가에게는 외로움 가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노래, 그 외로움 속에서도 공유하고 싶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곡이다. 언젠가 저 멀리 남미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그 곳에 살고 있는 교포에게 ‘Stay'란 곡을 들려준 적이 있다. 전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잔잔함 속에서 그녀의 에코 꽉 찬 목소리. 그런데 그 와중에 전해지는 아이러니한 속삭임의 느낌. 그 친구는 술에도 취해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그 음악에 취해 황홀해 하던 기억이 있다. 반면 나는 무엇인가 알수 없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경험이 있다.

(출처 다음)

(출처 다음)

그녀는 지금도 말하는 거 같다.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어느새인가 몽환적인 느낌의 개념을 넘어 나의 삶을, 나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위로가 아니라 외로움은 외로움으로써 충분히 느끼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근심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외로움에 사무쳐 있는 그대들, 별빛 가득한 하늘 보며 어제의 미래였던 오늘을, 내일의 미래인 오늘을 꼽십고 싶은 이들,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기울여 보자. 그녀가 전해줄 것이다.

“there's nothing anymore. just stayed enough to pick up the day has g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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