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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거티브는 답은 아니다 - 정치 광고 이야기네거티브는 답은 아니다 - 정치 광고 이야기

Posted at 2019. 8. 28. 21:13 | Posted in 이권훈의 [글월 올립니다]

 

 

 광고홍보를 배우면 여러 분야를 마주합니다. 마케팅, 행동심리, 수사학 등을 넓고 얇게(?)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는 정치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선거 광고랑 정치 이미지 같은 것들 말이죠. 이번 글부터 한동안 정치 광고가 어떻게 대중에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첫 글로 ‘네거티브’로 소재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면서, 여러분들도 많이 아실 것 같아서 꼽아보았습니다.

 

# 1964년

 

'못살겠다. 갈아보자' - 간결한 네거티브와 메시지가 응축되어있습니다.[사진 : 제3대 대선 민주당 포스터]

 

 

직역하면 "부정적"이라는 의미죠. 어떤 건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거나 비꼬아서 말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거 맞습니다. 지금도 토론이나 유세에서 종종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 네거티브지만, 그런 기회가 없던 시절은 위의 사진과 같이 오직 선거 포스터와 문구를 통해서 네거티브를 진행하였습니다.

 

역대급 네거티브 사례는 미국 대선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1964년 미국은 대선을 앞둔 상태였습니다. 전해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로 어수선한 시국이었습니다. 당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후보는 강경한 정책을 내세웠고,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잦던 시기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시의성을 활용하여 대선 광고를 만들고 9월 7일 딱 한 차례 방송으로 송출합니다.



 

Vote for president Johnson on November 3. The stakes are too high for you to stay home.

11월 3일, 존슨 대통령에게 투표하십시오. 집에 있기에는 이 위험은 너무나 큽니다. 

 (1964, Lyndon B. Johnson presidential campaign)

 

 

 

광고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잠재된 공포를 내면 밖으로 끄집어서 보여준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무엇을 겁먹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공화당이 가진 이미지를 단숨에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결과는 민주당은 61.1% 압승을 얻을 수 있었고, 후보였던 린든 존슨 또한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네거티브가 선거의 판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 1988년

 

네거티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선거 판도를 확실히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정치인이 가진 이미지도 영향을 줍니다. 제가 가진 전공서에서 정의한 네거티브의 효과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  부정적 이미지는 대중이 생각하던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  처음 유권자에게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는 긍정적 이미지에 비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

 

1988년 미국에서는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가 대선에서 맞붙었습니다. 민주당의 듀카키스는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성공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당선이 유력한 인물이었는데요. 하지만 부시의 참모였던 리 애트워터가 제시한 네거티브 광고로 역시 판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Revolving door' - 부시는 듀카키스의 죄수주말휴가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였습니다.

 

 

듀카키스가 주지사 시절 시행한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의외로 성공을 거둔 정책이었습니다. 치안도 상당히 좋았고, 살인 사건도 전국 최저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을 공화당에서 교묘히 이용하여 듀카키스를 치안과 행정에 안일한 사람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유권자에겐 머나먼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직결되는 주제였으니 효과는 더욱 강력했습니다. 이 외에도 안보와 경제에 관한 지속된 네거티브 공세에 결국 듀카키스는 낙선하고 맙니다.

 

# 2002년

 

우리나라에선 2002년 민주당 국민 참여 경선에서도 이를 활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선에서 대세론의 적임자를 자처하던 이인제 후보는 선거 초반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2위였던 노무현 후보가 표차를 좁히며 바짝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인제 후보 측에서는 네거티브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를 향해, ‘언론 국유화’ 발언과 장인의 ‘빨치산’ 이력을 토대로 공격하였습니다. 이 이슈는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습니다. 사실의 여부를 떠나, 한번 씌워진 프레임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낙인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2002, 노무현 후보 연설 중 발췌)

 

 

네거티브 공세 앞에서, 일차적인 대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반박입니다.  '현재진행형'  의혹이 공격이 들어온다면, 타이밍 또한 중요합니다. 아무리 반박을 하더라도 제 때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무마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실패한 이유 또한 타이밍과 단호함을 놓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후보는 제기된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단호하게 부정하였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발언은 묘수이자 승부수였습니다. 장인의 과거 이력에 대해  ‘감정적’ 호소지만 조목조목 반박하였습니다. 사실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에 대한 통상적인 대응은 사과를 하거나 이슈를 감추고 후보의 좋은 이력들을 어필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후보가 잘못해서 사과하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 회복 전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수사학에서 유명한 학자 케네스 버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의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정인이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여 대중의 기대에 어긋나는 상황을 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죄를 사하는 것, 다시 말해 인물이 명성을 회복하는 일은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희생양을 두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라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저 연설은 편한 선택을 버리고,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선택이었습니다. 위험 부담이 따르고, 단어 하나만 어긋나도 자칫 대중들에게 명분 없는 선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묘수를 던졌다는 것은 놀라운 선택이었습니다. 후보의 인간적인 부분이 잘 전달이 되었고, 결국은 성공적인 설득이 되었습니다.

 

# 현재

 

사상 유례가 없는 셀프 네거티브 (네거티브 당사자가 대안없이 스스로 언급하는 것은 금기이자 자충수입니다)

 

네거티브는 위력적입니다. 그리고 깔끔한 무기입니다. 네거티브는 보통 출처는 기억하지 않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하고 또 와전되니까 말이죠. 내 손에 피를 안 묻히고도 상대를 위기에 몰아넣는 좋은 전략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툭하면 네거티브를 씁니다. 그러나 사실 대중들은 네거티브를 싫어합니다. 당장은 상대 정치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유권자 모두에게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이 생기고 맙니다.

 

문제 있는 사람도 저렇게 후보가 되는데, 정치판은 어떻겠어? 그 나물에 그 밥이지.’ 같은 생각들이 만연하게 됩니다. 단기간적으로는 투표율 저하가 일어날 것이고, 정치인 전반에 대해서 불신과 회의감만 남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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