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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모성이라는 이름의 희망구스타프 클림트가 그린 모성이라는 이름의 희망

Posted at 2019.04.09 11:47 | Posted in [오늘 이야기]

 

 

내가 ‘어머니’라는 존재가 된 뒤, 뉴욕 현대미술관에 가게 됐을 때, 그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그림 한 점이 눈에 띄었다. 그 그림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희망Ⅱ”라는 작품이었다. 나는 처음에 그 그림을 보고 임신한 여성 아래에 여러 명의 여성이 울고 있다고 생각했다. “여자들이 울고 있어요”라고 같이 간 남편에게 말했더니 남편이 “이 여자들은 행복하게 잠들었는데?‘라고 반문해서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니 여성들은 임신한 여성 아래에서 아주 편히 잠들어 있었다.

 

사진 : 구스타프 클림트 ”희망Ⅱ“, 뉴욕 현대미술관 소장

 

아이를 낳기 전, 내가 바라본 어머니의 모습은 클림트의 그녀와 같았다. 그러나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는 과정에서의 그림 속 여인들이 울고 있다고 생각될 만큼 고단하고 괴로운 과정을 거쳤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내 주위를 떠돌던 모성 신화에 대한 과장과 거짓을 마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출산으로 인해 축 늘어진 피부를 붙잡고 3시간에 한 번씩 먹여달라 울어대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고 그 사이사이 기저귀를 갈아달라 울어대는 아이에게 기저귀를 갈아주고 그 사이사이 토하고 아무 이유도 없이 우는 아이를 달래며 한 생명을 생존시키는 데는 나의 인내심과 체력이 ‘모성’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 시절 나에게 모성에 대해 누가 물었다면 24시간 동안 잠을 잘 수 없는 고문이라고 답했을 것이다.

아이가 조금 커서 어린이집에 가고 내가 일을 하기 위해 사회로 나왔을 때, 나는 내 존재가 지워진 채 살아야 하는 것에 괴로움을 느꼈다. 돈벌이를 하는 오전 9시에서 오후 6시 이외의 시간 중 내 시간은 없었다. 그 시간은 온전히 아이의 양육에 쓰였다. 주말도 마찬가지다, 나는 아이를 낳고 난 후, 누가 내 존재를 지워버렸는지에 대해 항상 궁금해했다.

 

이러한 나의 물음에 에이드리언 리치는 답했다. ‘모성’은 가부장제를 지속하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가부장적 일신론은 단순히 신의 형벌을 바꾸어 놓은 것만이 아니었다. 여자의 신성을 앗아갔고 어머니로서 또는 신성한 아버지의 딸로서만 존재하게 했다. (중략) 남성이 자신의 아이들을 알려면 그 아이들의 생산에 대한 통제권을 가져야만 했다. 다시 말해 아이들의 어머니를 독점적으로 소유해야한다는 뜻이다. (중략) 가부장적 남성은 ‘그의’ 아내를 임신시키고 ‘그의’ 자식을 낳도록 했다.” 에이드리언 리치(20180, <<더 이상 어머니는 없다>>, 평민사, p.134-135

 

이렇게 우리는 자신의 육체를 빼앗긴 존재가 되었다. 앵겔스의 말대로 가부장제 하에서 남편은 부르주아이고 아내와 아이들은 프롤레타리아였다. 그렇기에 리치는 “여성들이 자신의 육체를 다시 소유하게 되면 인간 사회에 훨씬 더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될 것이”(p.327)라고 주장한다. 그러한 세상에서는 여성이 선택에 의해 아이들을 낳고 여성의 사고(思考) 그 자체가 변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괴로웠던 그 순간에도 뱃 속의 아이와 소통하고, 출산 후 아이와 첫 대면을 하고 내가 해주는 행위로 인해 아이가 방끗 웃을 때면 즐거웠다. 나는 이러한 나의 경험이 누군가에겐 내가 가부장제에 순응한 모습으로 비치는 것에 매번 절망을 느낀다. 가부장제를 타파하기 위해 모성이라는 것을 무조건 부정하고 배척해야 하는 것인가는 고민해볼 문제다. 왜냐하면 지금의 모성은 남성에 의해 변형된 남성을 위한 모성이지 진짜 모성은 따로 있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치의 말대로 가부장제가 타파된 이후, 그동안 삭제되었던 진짜 모성이 드러나길 바란다. 임신 출산이라는 여자의 고유 능력에서의 역할을 제대로 인정받고, 그 후 양육 과정에서 “아버지가 자녀 양육과 보육의 일부를 공유한다고 해서 그를 칭송하고 감사히 여기는 일이 더 이상 없”(p.243)는 사회를 꿈꾼다. 그렇게 되면 클림트의 그림 속 여성들이 행복하게 잠자고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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