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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과 시간을 앗아가는 도둑들열정과 시간을 앗아가는 도둑들

Posted at 2018.08.11 11:15 | Posted in [오늘 이야기]



 한 달에 두세 번씩 이메일과 쪽지로 인턴 관련 질문을 받는다. 대학생 시절 ‘아름다운 가게’에서 인턴생활을 했는데 블로그에서 올려둔 인턴 활동 일지를 읽고 문의가 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면접에서 합격할 수 있는지 물어오는 문의가 10번 중 3번 정도이고 나머지 7번은 인턴 월급에 대한 문의다. 짧게는 2달에서 많게는 4달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인턴 활동에 금전 문제에 대해 문의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문의해서 알아보고 인턴 지원을 할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우리 사회의 인턴 급여문제가 심각해진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필자의 인턴 활동 장면 (출처 : 필자 본인)


 필자는 2012년 1월부터 2월까지 약 2달간 인턴생활을 했다. 고용노동부에서 인턴활동 지원금을 받고 활동했다. 재밌던 것은 같은 근무시간을 보내는 같은 기수의 인턴인데도 고용노동부 지원금 외에 나오는 학교 지원금에 따라 40만 원부터 70만 원까지 월급이 천차만별이었다. 월급이 나오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었다. 고용노동부의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인턴활동에 참여한 경우 무급으로 일하는 친구도 있었기 때문이다.         


 인턴 문제는 월급 외에도 있다. 바로 근무 내용이다. 필자가 고용노동부의 지원금만 받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인턴활동을 한 이유는 인턴 근무 프로그램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이다. 2일간의 단체 소개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치고 나서는 책상에 앉아 흔히 말하는 ‘카피+코피+커피’의 과정을 치를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매장에 나가는 물건을 정리하는 ‘되살림터’ 체험, 직접 매장에 나가보는 매장 체험, 독거 어르신과 저소득 가구에 생필품을 나눠주는 ‘나눔 보따리’ 포장 작업, 배치된 부서에서 진행하는 사업 관련 외근 체험을 비롯해 인턴이 보는 단체에 대해 의견을 듣는 발표 시간도 2번이나 있었다. 


 더 좋았던 것은 정기적으로 2층 대회의실에서 열리는 강연이 진행되는데 강연 주제가 마음에 들면 근무하다가도 내려가서 들을 수 있었고 도서관에서 책도 마음껏 빌려볼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이외에도 필자의 전공에 따라 업무를 줬는데 언론학을 했던 필자에게는 매일 아침 사회공헌 관련 뉴스를 부서 전체 직원에게 이메일로 정리해 보내주는 일과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기사 작성하기가 주 업무였고 국내외 비영리단체의 사회공헌사업 및 홈페이지 구성에 대한 보고서 작성도 추가로 주어졌다.  이렇게 두 달여 동안 알차게 인턴활동을 한 덕분에 현재 근무하고 있는 단체에서 인턴활동을 하며 배운 것들을 많이 활용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렇게 알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2015년 1월 28일에는 청년 유니온의 주최로 ‘청년 과도기 노동 당사자 증언 대회’가 열렸다고 한다. 대회 참가자들의 이야기 중에 가장 눈에 들어온 이야기는 미술관에서 두 달간 일했다는 학생의 이야기였다. 그곳에선 인턴 교육 프로그램도 없었으며 주 업무의 90%가 청소와 설거지와 같은 일이었다고 한다. 이쯤 되면 미술관은 왜 인턴을 채용했는지 의문이 든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필자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인턴을 뽑는 단체에서 근무하는 곳에서 근무하는데 그동안 스쳐간 대학생 인턴만 총 7명이다. 인턴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직접 짤 때마다 대학생 때 겪었던 인턴활동을 바탕으로 작성하고 있다.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출퇴근 시간과 전공에 대한 것이었다.  우선 출퇴근 시간을 이야기하자면, 필자가 인턴활동을 하면서 아쉬웠던 것은 오전이나 저녁시간에 학원에서 공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리상의 이유로 포기해야 했던 것이다. 출근을 하고 나서 한 시간(오전 9시부터 10시)과 퇴근하기 두 시간 전(오후 4시부터 6시)에는 집중도가 현격히 떨어져서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는데 이때 차라리 학원을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최저임금도 안 되는 돈을 받는데 시간이라도 줄여주면 얼마나 좋겠나!) 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기만 해도 충분히 학원을 다니거나 기타 취미 생활을 할 수 있을 듯하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단체의 인턴 출퇴근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로 정했다. 하루 5시간 근무해서 제대로 배우겠냐는 우려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 인턴에게 하루 8시간씩 가르칠만한 알찬 교육거리가 없다. 또, 주말에 근무를 하게 되면 반드시 대체근무를 하게 했는데 이것만 지켜도 인턴은 자신의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다. (그마저도 최근엔 오후 1시 출근 5시 퇴근으로 바꿨다.) 


 두 번째는 전공 활용 부분이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며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었던 학생에게는 번역 업무와 사업제안서 작성을 해보게 했고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던 친구에게는 동아리 로고 디자인과 명함 디자인을 과제로 내주었다. 친구들 모두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업무를 맡았기에 결과물에 만족해하며 인턴과정을 수료했다. 이외에도 언론과 인터뷰를 하거나 법정에서 문화재 관련 재판이 있을 때, 박물관에 볼만한 전시가 있을 때 인턴 친구들과 함께했다. 이들에게 그렇게 했던 이유는 그들의 소중한 시간을 우리 단체에 맡겼기 때문에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약 2년 전부터는 시급을 만원으로 책정해서 인턴에게 지급하고 있다. 시급 만원을 지급하니 단체 입장에서도 인턴을 방치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필자가 인턴 재직시 받은 명찰이다. (출처 - 필자 본인)



 인턴활동 환경이 안 좋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안 좋다. 어른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에 많은 청년이 희생당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일이 시민단체 경력 7년 차 필자에게도 일어났다. 


 필자는 강의를 듣고 연구논문을 제출하며 3개월간 인턴 활동까지 마치면 이수증이 나오는 국회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 중이다. 시민단체 활동에 대한 매너리즘 때문에 단체의 허락을 구하고 휴직 후 연수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것이다. 6월에 면접을 보고 합격한 이후까지 국회 인턴이 무급일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설마 국회가 인턴을 무급으로 부리겠느냐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그것은 현실이었다. 거의 99%의 인턴이 무급이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은 월급을 챙겨달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연수담당자의 대답이었다. 필자가 아니어도 무급으로 인턴을 하려는 사람이 줄을 길게 서 있기 때문이다.      


청년들의 열정과 시간을 앗아가는 도둑들이 국회에도 있었다. 이들이 사라지는 날은 언제 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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