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제국적 기획이 낳은 비용은 미군 병사들이 입은 정서적 피해와 그들 주변 사람들에 대한 확대 효과에 매겨져있다. 전쟁과의 인과관계에 따른 참전용사들의 자살이 우리에게 엄습할 때 드러나는 사람과 전쟁에 대한 대조적 관점들─르포, 블록버스터, 트라우마그룹 다큐멘터리.

 


나 홀로 집에 - ⓵

 

 

 


파병에 참여했던 대니 홈스Danny Holems는 실제로 만들었듯, <이라크/사진> 컴퓨터 폴더에 분류될 법한 사진들을 갖고 돌아왔다. 사진들은 위키리크스에 게시된 조악한 비디오(로이터 사진기자와 그의 조수, 나머지 7명의 사람들이 아파치 헬리콥터의 발포에 산산조각 났던 날)로 악명이 높아진 전쟁의 나날을 기록했다. 대니는 당시 지상군으로 있었고, 핑클이 쓴 대로, 그의 사진들은 전후 보도에 쓰였다.

 

반쯤 날아간 머리, 찢어 발겨진 몸통, 안팎으로 쏟아지는 피.
클로즈업, 오토포커스, 자연광, 무결점 컬러
전쟁, 다시 말해, 그 현장에서 (불에 타 죽은) 해럴슨Harrelson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묻 고, 박격포 공격 이후 머리통에서 튀어나온 건 없는지 걱정하던 병사들이 경험했던 것으로서  전쟁.

 

대니의 여자친구 쇼니Shawnee는 그가 때로 컴퓨터에서 이 사진들을 보며 경련을 일으키는 걸 보곤 했다. 대니가 집으로 돌아온 뒤 둘이 만났을 때, 쇼니는 19살이었다. 그는 쇼니에게 끔찍하거나 재미있는 전쟁 이야기를 들려줬다. 딸이 태어난 뒤, 대니는 한 손엔 어린 아이를 안고, 다른 한 손엔 총을 들고 총을 쏘던 이라크 사람을 죽인 이야기를 자주 했다. 대니는 그 둘에게 모두 총을 쏴 죽여야 했다. 이제 ‘나는 어디서든 아이들을 봐’, 그녀에게 말했다. 그의 전우들은 그런 일은 결코 없었다고 말한다. 그건 대니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그는 점점 더 정신을 잃어갔다. 쇼니는 대니에게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밀어붙였다. 오랜 이야기다. 그의 생애 마지막 날, 쇼니는 밤에 친구들과 놀러 나갈 계획이었다. ‘할 말이 있어.’. 그날 아침 대니가 말했지만, 그녀는 빨래하고 태닝을 해야 했다. ‘대화 좀 하자’ ... ‘대화 좀 하자’ 그녀는 집 청소를 하고, 세차를 하고, 샤워를 한 뒤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그날 밤 그녀는 만취운전으로 경찰에게 잡혀 감금됐다가 새벽에야 집으로 와서 계단에 목을 맨 남편을 발견했다. 당시 쇼니는 아이 하나 딸린, 돈 없고 직업 없는 21살에 불과했다. 그저 악착같이 궁리를 마련하고, 이제는 악몽에 밤잠설치는 여성으로서 쇼니는 대니와 같이 귀신이 된 병사와 광기로 가득한 나날을 보내는 그 어떤 미국인일지도 모른다.

 

아마 대니는 PTSD로 고통을 겪는 병사들의 공식적 통계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던 그는, 진단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매달 펜타곤에 가서 최근 자살 사건들을 살피는 공무원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진단이나 치료가 최후의 죽음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몇 년 동안 병사들의 자살은 이슈화되었는데, 주로 5000명을 갓 넘는 자살자의 수가 전쟁에서 죽는 미국인들의 수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지상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처음 파병된 지 14년이 지난 지금까지 자살과 전투에 대한 통합 연구 자료research combining data는 없다. JAMA Psychiarty[각주:1]에서 출간한, 2001년부터 2007년 사이 390만 미군 부대에 대한 연구에서는 전선에 배치되거나(19/100,000) 그렇지 않은(18/100,000) 모든 병사들의 자살률이 높다는 게 드러났다.[각주:2] 연구는 재향 전투병들(전선에 배치된 부대들이 모두 전투 상태는 아니었다.)을 구별하진 않았지만, 해군이나 공군보다 육군과 해병대 병사들의 자살률이 25퍼센트 더 높다는 건 찾아냈다. ‘우리는 점차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라고, 국립정신건강협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미하엘 쇤바움Mihael Schoenbaum은 4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다.

 


역사적이고 상식적인 결론은 그렇게 힘든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미국인 전체가 결론에 다가가려 하든, 그러지 않으려 하든, 혹은 상관하지 않거나―아니면 자살에 적응하든지 간에, 일반 대중에 대한 (자살 - 옮긴이)률이 2000년 이후 13/100,000까지 올라간 상황이지만, 군국주의와 전쟁이 국내에 공공연히 끼치는 충격이 전쟁에 군대를 보내자는, 새로이 들끓고 있는 열정을 막진 못할 것 같다. ‘지상에 군화를Boots on the ground’, 티비의 전문가들은 이 말을 마치 효험을 기다리는 주문처럼 되뇐다. 일반적으로 봤을 때, 대다수의 사람들은 단순히 전쟁에 별로 자극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이들은 이러한 죽음을 알고 있다. 아마 최근 CNN 특집에서처럼, 사람들은 자살 문제가 며칠간의 초자연적인 명상, 그리고 교전지역에서 정기적인 명상을 통해 치유될 수 있다고 믿으려 하는 것 같다.

 

모든 사건에서, 지지, 감사, 그리고 교전국이라는 무언극은 단지 피상적으로 ‘부대’를 위한 것일 뿐이었다. 또한 그 피상성―미국 사회가 가장 심각한 인간사에서 켰다 껐다 할 수 있는 외견상 안정, 불편한 사실들에 대한 사회적 외면, 호들갑스러움(환호와 함께 가족으로의 병사들의 초현실적 귀환, ‘시작하자Let's Get It On’에 대한 부담감), 무심한 질문들(‘사람 죽여봤니?’), 그리고 섣부른 판단(‘니가 지원했잖아’) 혹은 죄책감 몰아내기(‘그건 네 잘못아 아니야!’) 비도덕성에 대한 가벼운 표준화(‘망할 아랍놈들한테 누가 보스인지 보여줘. 핵으로 쏴버리라고. 추수감사절 잘 보내’, 아칸사스 주의 초등학생들이 생활품꾸러미를 건네며 병사들에게 권고했다), 자기 성찰에 대한 거부반응―은 여러 재향군인들이 갇혀 있는 심오한 고뇌와 어긋난다.

 

자살은 극단 중에 극단이다. 아담 슈만Addam Schumann은 아내 사스키아Saskia가 그만두게 할 때까지 집 보일러실에서 입에 라이플을 물고 있었다. 그는 수천 일 동안 이라크에서 전투를 보았고, 정신건강을 이유로 일찍이 귀향한 후 2년간 세 번의 여행과, 여러 정신과 의사와 상담가들을 만났다. 그는 ‘훌륭한 병사’, 병장으로 알려져 있었기에 그의 부대원들 혹은 장교들 중 그 누구도 그가 내면의 어둠을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때까지, 그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캔자스Kansas에 있는 집으로 돌아온 뒤, 그는 처방전을 받았고,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직업을 구했다. 매일 아침, 핑클이 소외된 작업 의식이라고 묘사하듯, 아담은 항우울제를 삼켰고, 점심으로 월마트에서 산 엔칠라다(멕시코 음식 - 옮긴이)와 마운티듀를 들고, 스스로 도움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군센터의 큐비클 안에서 전역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설명하는 일을 했다. 그 직장에서 그가 한 첫 번째 일은 또 다른 직업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하루 내내 침착함을 유지하고자 애썼다.

 

 

그의 오른 귀를 찌르는 소리는 오늘 유달리 시끄럽지만, 두 칸 떨어진 곳에 있는 여자를 없애버리고 싶을 만큼 크진 않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맞습니다... 맞아요’, 그녀는 메트로놈처 럼, 말뚝박는 기계처럼, 자동차 경보 장치처럼 헤드셋에다 대고 말하고 있고, 아담은 연필을 들 어 그녀의 목을 찌르는 상상을 한다.

 

아담은 그 여자를 찌르지 않았고, 건물 지하에서 자살하지도 않았다. 우연히 아내가 들어왔고, 우연히 재향군인 관리국의 사회복지사가 패스웨이 홈이라고 불리는, 캘리포니아 나파 밸리의 치료 센터에 그를 수용할 여력이 있다는 걸 알아냈다. 그로써 그는 죽음을 면했고, 베큐-레너드가 <Of Men and War>을 찍는 계기가 되었다. 영화는 작년 깐느에서 공개되었지만 올해 미국에서 배급은 제한적이었다. 패스웨이의 설립자이자 책임자 프레드 구스만Fred Gusman은 미국인들이 영화를 보기를 봐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거기에는 자기 홍보에 대한 일말의 기미도 없었다. 

 

<원문 102-104쪽>

 

 

NLR32705.pdf

* <뉴 레프트 리뷰>는 1960년 영국에서 창간되어 격월로 발간되는 잡지입니다. 이따금 한국어로 번역되어 단행본(도서출판 길)으로 출간되긴 하지만, 영어판 잡지에 기고된 글을 선별적으로만 다루는 형편입니다. 그래서 <BIG HIP>에선 <뉴 레프트 리뷰>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글들을 최대한 번역해서 수록할 예정입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가 아니기에, 분명 오역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혹시 그걸 발견하신 분이라면, 제게 훈수를 두셔도 좋습니다. 말하자면, 저는 여기서 공동 번역 작업을 제안하고 있는 셈입니다.

 

* 사진출처:

https://t1.daumcdn.net/cfile/tistory/195F02224BD1B17611

https://fellowshipofminds.files.wordpress.com/2011/04/no-boots-on-the-ground.jpg

https://pbs.twimg.com/profile_images/470503115297284096/N69JqZD7.png

 

 

  1.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매달 상호검토하에 발간되는 의학 잡지다. [본문으로]
  2. 회고연구retrospective study는 미 육군, 해병대, 공군, 해군, 주방위군에서 현역, 예비역을 포함한 모든 서비스 종사자들을 동일하게 포함했다. Mark Reger, Derek Smolenski, Nancy Skopp et al., ‘Risk of Suicide Among us Military Service Members’, jama Psychiatry, April 2015 참고.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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