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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광고는 프로포즈입니다.[prologue] 광고는 프로포즈입니다.

Posted at 2015. 4. 13. 08:00 | Posted in 이권훈의 [글월 올립니다]

광고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다 할만한 지식은 고사하고, 과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력 있는 전공입니다. 

한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광고는 무엇일까요?”

 

누구는 표현이라 이야기하고, 다른 이는 예술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광고는 프로포즈(Propose) 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 자고 일어나면 경쟁사가 아메바처럼 늘어나는 그 세상에서 광고는 시청자에게 애절하게 “Buy me" 혹은 “Use me"라는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15초 안에 혹은 흑백 지면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설득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광고는 그 운명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광고는 그 ‘프로포즈’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TV와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면 억척스럽기까지 합니다.

 
광고를 보다 보면, 앞서 말씀드린 ‘프로포즈’를 공공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의 냉장고 광고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90년대 후반까지 냉장고 광고는 주로 ‘우리 기술이 최신식 기술이다.’ 혹은 ‘우리가 제일 잘 만든다.’라는 어필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 대우는 ‘탱크’라는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탱크처럼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당시 대우의 광고는 유수의 석학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일종의 증명인 셈이죠. ‘이렇게 박식한 전문가가 직접 우리 냉장고를 만든다.’라는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품질의 신뢰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노력인 것 같습니다.


대우냉장고의 광고 ‘탱크주의’ [1994-1995]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고등어 지못미ㅠㅠ) 삼성냉장고 ‘문단속’ [1995] (출처 : 네이버블로그)


삼성전자도 맥락은 비슷합니다만, 얼핏 보면 품질에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회전냉각방식’이라는 신기술을 어필하긴 했지만, 도입부부터 한가롭게 고등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명색이 삼성전자니까 여유를 부려본 것이었을까요.


하지만 마지막 컷이 반전입니다. ‘세계 1등 제품만 만들겠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삼성전자 로고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제는 국내에서 더 나아가 세계에서도 1등을 하겠다는 포부를 한 문장에 다 담은 것입니다. 이미 브랜드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이기에 획기적인 새 시도보다는, 이미 각인된 브랜드를 공고히 하는 데에 주력한 것이죠. 더욱이 반도체로 자사 이름을 날리던 시기이기에 ‘기술’이란 키워드에 더욱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이렇게 맥락은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인 결론은 ‘우리 냉장고는 다른 데보다 튼튼하니까(좋으니까) 한번 써봐’라는 프로포즈였던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식의 프로포즈도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냉장고 이야기를 계속해보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냉장고 광고의 주인공은 ‘주부’가 아니라 ‘여성’으로 전환이 됩니다. ‘신선해요’, ‘기술이 좋습니다’ 이런 컨셉에서, 한 여자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카피도 이때 쯤 등장합니다.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 (2000, DIOS)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냉장고가 이제 음식의 신선함만이 아니라, 여성의 삶까지도 안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로 어필하느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는 계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냉장고의 타겟을 주부라는 것에만 주목했던 과거와 달리, 가정의 주부에서 벗어나 개인이자 여성이라는 점을 내세운 점은 시대에 잘 부합한 광고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대부분의 냉장고 광고 모델은 지금까지도 화려한 여배우를 기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프로포즈에서의 경쟁에서, 누가 그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느냐가 승부가 갈리는 것입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경쟁하는 광고는, 어찌보면 치열한 일종의 스포츠 경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자본 간의 경쟁에서 꽃피운 하나의 예술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겠네요. 그 치열한 이야기, 혹은 주목 받지 못했지만 개성 있는 광고들을 이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딱딱한 전공서적을 볼지언정, 여러분들에게는 재밌는 광고들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주로 한국 광고(TV-CF, 신문 지면광고)들에 대한 컨텐츠를 전할 생각입니다. 이유는 여러분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이면서, 광고와 함께 당시 시대상과 사회 모습을 곁다리로 짚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광고라고 쓰겠지만, 여러분들에게는 스쳐간 추억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광고는 많습니다. 그걸 찾아서 재밌게 ‘썰’을 풀어내는 게 저의 몫이겠죠.
조만간 다시 글로 뵙겠습니다. 그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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