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살아있나요? 아니면 오늘 하루라도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아본 적 있나요?

요즘 나는 살아있는 햄토리 같은 삶이다. 햄스터가 우리 안에서 주는 먹이를 잘 먹고 쳇바퀴를 수십번 돌고 피곤해서 자고, 어제와 동일한 패턴으로 또 먹고 돌고 잔다. 분명 나는 살아있기에 지금 움직이고 숨을 쉬고 있는 거지만, 내 정신은 살아있다는 느낌보다는 꾸역꾸역 하루를 지낸다는 느낌이 들까. 내 정신이 맑고 말랑했던 때, ‘내가 살아있구나’라고 마음 깊숙한 어느 곳에서 마구 올라오는 감정을 느꼈던 그때의 글을 펴보려고 한다.

물었다. ‘나는 살아있나?...’
피로사회라고 명명되는 한국사회에서 내가 모르는 사이 나는 학점, 취업, 스펙 모든 것을 향해 사람들과 경쟁하고 하루하루 그저 살아가고 있었다. 경쟁 속에서 계속 마주하게 된 좌절과 포기, 걱정으로 일상 속에 지쳐가고 있었다. 점점 ‘내가 잘 가고 있는 건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조급해지고 사람들로부터 고립되고 있었다. 그땐, 내 눈 앞에 아무것도 안보이고, 미래가 암담해 보였다.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혼자 살기 바빴던 나는, 누군가를 살펴보고 함께 할 만한 여유 또한 없었다. 이렇게 나는 모든 것에 폐쇄적이고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쉽게 말하자면, 생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문뜩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고 메말라 가던 내가. 나한테 물었다 ‘나는 살아있나……?’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서 배우고 함께 움직여보고도 싶었고, 살아있다는 말랑말랑한 그 감정을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과감히 모든 걸 내려놓고 인도로 떠났었다.

나에게 던지는 물음 ‘살아있는 인도’
인도. 나에게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게 된 곳. 참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한번도 외국을 가본 적이 없었다. 난 오직 인터넷과 책을 통해서만 외국을 봐왔고, 옆집에 살았던 외국인 노동자분들과 학교에서 친하게 지냈던 교환학생들을 만나면서 외국을 알았다. 그렇기에 인도는 간접경험뿐이었던 나에게 마치 세계지도에서 보이는 인도라는 이름처럼 그저 보이기만 하고 느껴지지 않았다. 잠시 인도 아쌈주 가우하티에서 살면서, 살아 숨쉬는 인도와 사람들은 나에게 생기와 호흡을 나눠주었다. 인도는 ‘나는 살고자 하는 삶 자체요. 살고자 하는 삶의 한 가운데 있다’라는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말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사람 그 자체’ 살아있는 인도
인도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Where are you from? 너는 어디 출신이니?’ 이었다. 인도라는 나라가 넓어서, 인도 자국민이라도 다양한 인종과 지역출신들이라 출신을 묻는 질문을 일상 속에서 쉽게 들을 수 있다. 나 또한 이 질문을 많이 들었다. 내가 KOREA에서 왔다고 대답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날 KOREA이라는 외국 나라에서 온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옆집 사는 사람, 인도에 어느 지방사람처럼 대해주셨다.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모를 수 있지만, 지구라는 별에 나는 그저 어느 곳에 사는 사람으로 받아들이고 대하는 인도인들에게 놀랐다. 내가 만났던 인도인들은 어느 누구보다 넓은 세계관을 가지고 사람들 자체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나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을 있는 그대로 사람들 자체로 받아 들였나'하고 돌아보게 되었다. 편협하게 외국인들을 어느 나라 사람이라는 인식과 국적으로만 가지고 대하진 않았는지를 말이다. 인도에서 지내는 동안, 나는 외국인이 아니었다. 나가랜드, 마니푸르(인도 동북부지역명)사람처럼 생기고 동네에서 덩치가 큰 아이, 한국에 고향 집이 있는 황은미이었다, 다양한 인종, 종교, 문화 속에 살아가는 인도사람들과 살면서 나는 온전히 나일 수 있었고, 나를 마주보고 있게 되었다. 그 곳에서 나를 보여주고 자연스럽게 그 분들을 받아들이면서, 다다, 바이듀(언니 오빠 호칭)과 말이 안 통해도 함께 즐겁게 비훗춤을 추기도 하고 나눠먹기도 하는 등 시간을 보내고 다양한 이야기 나누었다. 잠시나마 한 곳에서 살아가면서 사람 그 사람자체로 느끼고 마주할 수 있는 넓은 마음을 배웠다. 누군가를 편견과 배경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람 그 자체를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함을 느꼈다.

3년이 지난 지금. 난 다시 한국에 돌아와 하나의 틀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을 쓰며 두꺼운 가면을 쓰고 나를 포장하고 남들과 비교하기 바쁘다. 다시 그 때처럼 온전히 ‘내 자신’이려 노력하고 사람들의 다름을 이해할 필요성을 느꼈다. 2부에 걸쳐 인도 나가랜드에서 일본군을 격파한 몽골리안 앙가미족있었던 내 모습들을 다시 떠올리며 인도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을 함께 공유하고 다시 느끼고자 한다. 

 

* 인도 아쌈주는 우리가 흔히 카페에서 먹는 아쌈홍차가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인도의 이미지와 다르게, 아쌈와 나가랜드, 마니푸르등 인도 동북부지역은 소수민족이 많고, 힌두교,무슬림,기독교가 각각 2-30%정도를 차지하고 그 외에도 여러 종파가 있기에 다양한 종교들이 존재한다. 한국 사람처럼 생긴 몽골리안부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인도인들도 있다. 주변 국가(네팔, 방글라데시, 중국국경 등)과도 가까운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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