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파이를 굽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선거를 알아갈수록 이상한 것들이 많다. 단편적인 경험을 일반화시켜 말하기는 조심스러운 일이라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밝힐 수 없지만, 공천과 경선 과정은 매번 불투명하게 진행되기로 유명했고 이번 공천과 경선 역시 그러했다.


공천 유무는 정치인에게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를 위해 4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며 공을 들여 준비하기도 한다. 공천은 그 중요성 때문에 곧 권력이 된다.


당에서는 전 지역의 상황을 세부적으로 살펴볼 수는 없는 일이므로, 각 지역의 위원장(당협위원장, 지역위원장으로 지칭되나 당별 명칭에는 차이가 있다)의 의견을 중점적으로 참고한다. 위원장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의견을 전달하면 가장 좋겠지만 간혹 이를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위원장이 있을 수 있다. 당에서는 공천심사위원회와 재심사위원회를 두어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위원장이 특정 후보를 강력하게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제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와 관련해 공천 파열음이 발생했고, 각 후보를 지지하는 유권자간 다툼도 꽤 지속되기도 했다.


혹자는 경선이 해답이 될 수 있지 않느냐며 반문하기도 한다. 그러나 가산점을 두는 등의 경선 방식을 두고도 여러 다툼이 있을 수 있을 수 있고, 지난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당원이어도 후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 그 신뢰도에도 의문이 남을 수 있다. 또한 대부분 ARS로 진행되는 경선이 특정 기간을 두고 기간 내에 응답한 경우만 유효 결과로 보는 현 시스템이 지역 당원 과반수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모든 선거가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해야 하지만 지방선거는 특히 지역주민과 더 밀접해있기에 그 의사가 더욱 정확하게 반영되어야만 한다. 그러나 몇몇 전략 공천 사례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이상한 일이었다. 그간 당을 위해 헌신해온 여러 사람을 제치고 꽂은 전략 공천의 결과는 당연히 좋지 않았고, 덤으로 지역주민의 원성까지 샀다. 실패한 전략으로 잃은 신뢰를 다시 쌓기는 수년간 쉽지 않을 것이다. 


파이를 굽고, 맛보는 것은 오롯이 그 지역의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파이를 만지작거리고 있고, 맛보다는 다른 것들을 고려하는 이상한 파이 장사는 언제쯤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예뻐서 산 것이 아닌 파이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빵집에서 예쁜 빵을 고르는 습관이 있다. 왠지 완벽하게 생긴 모양새는 다른 빵보다 더 맛이 좋을 것만 같다. 파이는 더 완벽하게 생긴 것을 고르고 또 고른다. 그런 파이만이 첫 한입부터 마지막 한입까지를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 때문이다.


다시 글로 돌아와 비유적인 표현으로서의 ‘파이’를 다시 이야기해보자. 이번 지선 파이를 고르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제일 많이 한 말이 있었다. 구어체로 옮겨보자면 대략 이런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응~ 파이 예뻐서(혹은 맛있어서) 산 거 아니야~ 유행이라 산거지~”


그 어느 때보다 쉬운 파이 장사였던 것 같기도 하다. 유행의 바람은 브랜드를 더욱 빛냈고, 경쟁사들은 위축된 시기였다. 사람들은 필자의 습관처럼 예쁜 파이를 굳이 고를 필요가 없었고, 일괄적으로 파이를 구입했다. 오랜만의 불고 있는 이번 유행의 바람이 기쁘면서도 우려스러운 이유다.


유독 인력난에 시달린 선거였다. 한 쪽은 너무 많은 사람들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서, 한 쪽은 너무 사람이 없어 인원조차 채우지 못해서. 결과적으로 파이는 멀리서 보기엔 멀쩡한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까이서 보면 여러 조각으로 쪼개진 모양새가 되어버렸다. 가까스로 유지한 이 형태는 또 어느 바람에 흩어지게 될지 그 누구도 예상할 수 없다. 정말 더 잘해야만 하는 시기일 수밖에 없다.


각자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이번 지선을 돌아보며 제대로 된 인력 양성의 필요성도 다시 한 번 느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영역에서 그들만의 리그는 이미 견고하게 형성되어 있고, 새로운 인력이 유입될 확률은 정말 낮다. 이번 선거의 당선자들 역시 이미 오랫동안 활동해오던 사람들이 대다수다.


유입될 확률이 낮은 곳에서 이들은 그 이전 사람들을 답습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은 자의적‧타의적으로 떠났다. 정신적인 유전자가 동일한 사람들만이 남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같은 결과는 반복되었고 오늘에까지 이르렀다. 지선을 도운 새로운 사람들은 많았는데 그들은 다 어디로 흩어졌는지 알 길이 없다. 제대로 된 동력을 가진 좋은 바람이 지속될 수는 없는 것인지 못내 궁금하고 아쉬워진다.


* 이 글에서 ‘파이’는 넓은 의미의 정치를 가리키는 비유적 표현이었음을 밝힙니다.




<참고> 파이 주문지(투표지)의 이동경로


투표 시스템은 나날이 발전한다. 투표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었으며, 투표일이 아니어도 어디에서나 할 수 있는 사전선거가 생겼고, 개표 시스템은 더욱 정확해지고 있다.  


개표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개봉된 투표함에서 나온 투표지는 사람의 손을 거쳐 종류별로 쌓인 후(1차) 분류기에 넣어져 각 후보의 투표지를 분류한다(2차). 긴 투표지는 분류과정에서 쉽게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는데, 후보자나 정당이 많을 경우 이 분류 작업이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기도 한다. 컴퓨터에 입력된 분류 결과와 실제 투표지의 개수가 동일하고,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면 여러 차례의 확인 후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분류된 후보자별 투표지는 다시 확인 작업을 거쳐 컴퓨터의 결과와 투표지 개수를 다시 검증한다(3차). 최종 확인을 마친 마지막 검수자는 결과를 보고하고(4차), 결과를 보고받은 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관계자는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뒤 인쇄물을 결과란에 부착한다(5차).


개표 참관인은 투표지의 이동에 따라 개표 전 과정을 감시하며 경우에 따라 이의를 제기하거나 재검을 요구하기도 하고, 지역구별 결과를 캠프에 실시간으로 전달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중앙선거위원회(이하 중선위)가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결과보다 더 빨리 확인할 수 있는 이 결과를 통해 각 캠프 본부에서는 후보의 당락을 어림짐작할 수 있다.


만약 특정 지역의 개표현황이 평균보다 많이 낮다면 기계 오작동, 혹은 참관인의 이의 제기나 재검 요구로 지체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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