졌다. 그야말로 뼈아프게 졌다. 최근 논란인 ‘성완종 리스트’ 파문으로 야권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조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정당들은 재보궐 선거가 치러진 4곳 모두에서 모두 참패했다. 선거를 앞두고 야권은 내심 자신했을 것이다. 새누리당 소속 몇몇 중진 의원들을 비롯해 지역단체장, 심지어 현직 총리와 청와대 비서실장의 이름까지 리스트에 올라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기 좋게 예상은 빗나갔다. 대표적인 새정치연합 텃밭이었던 ‘광주(서구을)’는 물론, 지난 27년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야권 세력이 승리했고 불과 얼마 전까지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이 있던 서울 ‘관악을’에서마저 패배했기에 그 충격은 더욱 컸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그 귀추에 여야의 이목은 더욱 집중됐었다. 바로 내년에 있을 총선의 결과를 미리 가늠해볼 ‘바로미터’ 역할의 선거라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고 제1야당이라는 새정치연합, 그리고 정의당을 비롯한 군소정당들의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sq=29103&m_no=2&sec=7

 

새정치연합이 내세운 선거 구호는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 ‘정권심판론’이었다. 선거 직전에 터진 ‘성완종 리스트’에 기대를 걸었지만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표를 행사하는 데 있어 냉담했다. 더구나 새누리당과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주류언론들의 노무현 정권과 연관 짓는 물 흐리기 전략으로 기사 면을 도배하는 통에 대다수 국민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느낄 겨를도 없었다.

 

애초에 이번 재보궐선거는 시작 전에 정치 구도상 야권에 불리했다. 헌법재판소의 무리한 통진당 해산판결로 인해 치러지게 됐고, 이미 야권을 향해 ‘종북’이라는 근거 없는 낙인을 찍는 여론이 형성된 이상 중간층의 민심은 요동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번 선거는 부당한 정당해산판결에 반대하여 야권이 한 마음으로 ‘前 통진당’ 후보들에게 양보하고 연대하여 다시금 후보로 나서게 해주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었다. 통진당의 해산판결은 곧 야권 전체의 위기를 몰고 올 수 있을 만큼의 무서운 사건이기 때문에 그 부당함에 정면돌파 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선거에 도의란 물론 중요한 요소이지만 도의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없는 노릇일 테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확신 없는 희망을 갖고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안타까운 이유들을 극복하길 바라는 심정에서라도 야권이 더더욱 승리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제1야당이란, 야권의 큰형님을 자처하는 새정치연합은 이번 선거에서도 무능력한 형님의 모습만을 보여주었다. 아무리 4곳에 불과한 ‘미니’ 선거였지만 정권심판론을 외치는 것뿐만이 아닌 정책과 비전 있는 선거를 내심 기대했었다. 예전과 달리 국민들은 이제 선거를 임하는 데 있어 더 신중해지고 성숙했다. 결코 ‘못 살겠다, 갈아보자’와 같은 추상적인 구호만 외치는 선거 전략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오늘날 유권자는 이념과 정당에 상관없이 진정 자신의 삶을 더 희망적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놓는 후보를 지지한다.

 

오마이뉴스 고정미

 

결국 이번 선거에서 정권심판론은 ‘야당심판론’이란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새정치연합의 그동안의 오만함과 무능함을 국민들이 오히려 심판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나 야권 텃밭인 호남의 결과는 그 민심의 심각성을 더욱 또렷이 보여준다.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 오히려 총선이 아닌 재보궐선거에서 이런 결과를 얻은 것이 다행일 수 있다. 총선까지 남은 기간 동안 개선의 여지가 주어진 것 아니겠느냐는 생각에서다. (물론 야권 분열이 참패의 원인이라며 책임을 전가하는 몇몇 야당 관계자와 지지자들의 입장을 보면 답답하고 화나기 이루 말할 수 없다.)

 

다음 제20대 총선이 1년도 채 안 남았다. 그래서 지금 야권들에게 4.30 재보선 성적표를 들여다보면서 더욱 ‘처절히 절망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래야만 자신을 더욱 되돌아보고, 이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치열한 전략과 정책을 세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 총선은 야권 진영의 운명을 가를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 이듬해엔 대선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사활을 걸고 임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지난 2010년 국민들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획기적인 정책들이 펼쳐지는 지방선거를 경험했고, 아직도 잊히지 않을 만큼의 강한 인상을 느꼈었다. 이제는 야권 세력들에게 그 저력이 아직 남아있음을 국민들께 다시금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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