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길이 120cm, 칼날 90cm, 나무로 만든 칼집에는 일순전광자노호(一瞬電光刺老狐 : 늙은 여우를 단칼에 찔렀다)’라고 적혀있다. 칼의 주인인 도오 가츠아키가 살해 당일 작전명 여우사냥의 성공을 기념하기 위해 새긴 것이다.

 

출처 : 문화재제자리찾기

미사변. 그 당시 사용됐던 범행도구가 일본에 남아있다는 사실을 처음 들었을 때 너무나 충격 받았다. 1895108일 새벽 5시 경복궁에서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시작된 범행. 일본인 자객들은 명성황후의 거처인 건청궁에 난입하여 왕비를 살해하고 불에 태웠다. 그 날에 사용된 칼(살해검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당시 사용했던 칼은 이 아니라 이다. 발음 편의상 이라고 칼럼에 적었다.)은 현재 일본 후쿠오카 시내에 위치한 쿠시다 신사에 보관돼있다.

 

히젠도라고 불리는 이 칼은 16세기 에도 시대에 다다요시라는 장인이 만든 명검이다. 제작 당시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살상용으로 만들어졌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정말로 베기 위한 의도로 만들어진 아주 날카로운 칼이다. 이 칼은 후쿠오카를 지키는 7개의 칼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다. 일본의 문필가 츠노다 후사코는 그 날의 이야기를 책으로 남겨놓았는데 그 책(민비암살, 한국어판 제목 명성황후-최후의 새벽)에 따르면 나카무라 다테오가 곤녕합에 숨어 있던 명성황후를 발견하여 넘어뜨리고 처음 칼을 대었고, 곧이어 달려온 도오 가츠아키가 두 번째로 칼을 대어 절명시켰다.”고 한다. 그 때 사용된 칼이 바로 히젠도였던 것이다. 이 칼은 도오 가츠아키가 그 날의 범행을 참회하고 칼을 쿠시다 신사에 맡겨 지금에 이르고 있다.

 

그 후 범행 연루자들은 히로시마 형무소에 수감, 형사처벌을 받게 될 줄 알았으나 1896120, 증거불충분으로 전원 석방됐다.

우리는 이 칼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것인가?

  출처 : 연합뉴스 (2010년 히젠도 환수위원회 발대식 모습)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문화재제자리찾기에서는 명성황후 살해 120번째 기일을 맞아 범행에 사용된 칼을 압수 폐기해줄 것을 일본 외무성에 요청했다. 범행에 사용한 물건은 검찰이 압수해야하는 물건이지 민간이 소유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근대 법치국사 성립 이후 살인에 사용된 흉기를 압수하지 않고 민간이 소유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 아닌가.

 

112, 서울에서 한일정상회담이 열린다. 이에 맞춰 문화재제자리찾기는 김민기 국회의원에게 국회에서 결의안이 채택될 수 있도록 부탁하였고 1029일 결의안이 발의됐다.

 

출처 : 국제뉴스 (김민기 국회의원이 히젠도에 대한 처분 촉구 결의안 발의 후 기자회견하는 모습) 

 

이 칼은 미래의 한일관계를 위해서라도 압수하여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한일정상회담에 언급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조속히 압수하여 사죄의 의미로 한국에 보내길 바란다.

 

* 시해라는 용어는 같은 나라의 신하가 임금을 죽이는 행위로 명성황후 시해라고 적으면 조선인이 조선의 왕비를 죽였다는 뜻이 됩니다. 정확한 용어는 ()’이라 해야 하지만 용어를 아는 이가 거의 없기 더 넓은 의미에서 사용되는 살해라는 용어를 칼럼에서 사용했습니다.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혜문닷컴(http://blog.naver.com/doorskyj/120092929826)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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