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먹는건가요?

‘사회적경제’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요?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 법도 만들어지고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사회주의를 떠올리거나 잘 모른다. 그렇다면 사회적경제에 대해 활동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한 마디로 정의하고, 공통적 정의가 있을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다. 사회적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조직들과 기업들의 특징에 따라 다른 표현을 사용하기에 여러분이 직접 경험해보면서 알아가길 바란다. 무책임한 대답일 수 있지만 사회적경제가 많은 사람들의 일상이 되어가면서 좀더 명확한 공통 정의가 제대로 확립될 것이라 믿는다. 그렇기에 필자가 느끼고 배운 사회적경제를 이 글에서 전달하고자 한다.

사회적경제를 알게 된 당시를 돌이켜보자면, 나름 괜찮게 살아가고 있다고 자부했던 생활 속에서 나에게 ‘무언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공허함이 다가왔었다. 매번 마주했던 그 감정이 처음에는 낯설기도 하고 간파하지 못했다. 분명 나는 돈 주고 사서 나름의 합리적 선택으로 좀더 편리한 것을 취하고 있지만, 내가 하고 있는 경제행위는 따뜻한 무언가 빠져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예를 들어 집근처 대형마트에 가서 아무 말도 안 하고 값싼 물건을 사와서 나 혼자 먹고 있다고 하자. 값싼 물건을 샀다는 경제적 효용에 대한 만족감은 집에 가는 길에도 계속 갈까요? 물론 몇몇의 사람들은 경제적 효용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느낌이 들 수 있지만, 나는 집에 도착했을 때 마트에서 누굴 만났는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오로지 가격만 기억이 났다. 나와 마트 직원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반복적으로 사람이 사람을 만났음에도 오로지 돈과 바코드로만 이야기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형마트에서 나의 경제행위 안에서 나-마트직원의 관계를 포함하지 않았고, 오로지 시장에서 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관리비용에 가치를 뒀다. 드라마와 영화 속에 많이 비추어지듯이 세련되고 도외적인 우리의 삶과 생활방식으로부터 내가 그때 느끼고 불편했던 감정이 초래되고 있었다. 우리가 암묵적으로 지향하는 경제생활은 우리의 모든 삶을 가격과 돈으로 표현되어야만 인정받고 우리가 보지 못한 소중한 것들이 외면을 받고 있었다.

당연히 경제적 효용만으로도 충분히 만족감을 가지고 ‘경제라는 건 화폐와 가격으로 나타낼 수  밖에 없다’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효율성을 위한 로봇도, 경제적 수단도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임에도 누군가의 노동과 관계를 오로지 물질적 숫자로만 반영해서 바라보고 있는 경향이 크다. 어느 순간 이런 상황이 경제라는 이름으로 익숙해졌고 당연하다고만 받아들인다. 어머니의 밥상과 이웃의 부지런함으로 깨끗한 길처럼 누군가의 관계를 위한 배려와 노동으로 이루어진 것들을 가격표가 없다는 이유 하나로 무가치하다고 치부하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회적 가치가 존재하고 사회적경제에서 중시하는 가치들이 존재한다. 내가 공허하게 느낀 이 감정은 바로 자본주의경제에서 외면하고 있었던 관계와 사회적가치로 인한 것이었다. 나는 구멍가게라도 동네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며 아는 동네사람들이 생산하는 푸드를 소비할 때 행복했다. 이 경제행위 속에 가격엔 포함되지 않는 따뜻한 관계와 사회적으로 가진 의미가 더 중시했던 것이다. 사람으로서 우리는 경제적 욕구외에 사회적 욕구가 존재하듯이, 경제행위에서도 사회적 자본을 기반으로 한 행위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이고 이뤄가는 경제생활들이 바로 사회적경제가 아닐까 싶다. 사회적경제는 우리가 하는 경제생활이 우리를 도우면서도 돈이 소수의 주머니로만 돌아가는 세습자본주의와 금융자본주의가 아닌, 지역사회에서 순환하여 일자리가 생겨나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사회적경제 모습은 내가 어렸을 적 살았던 마을공동체의 확대판으로 우리가 함께 살아가기에 관계를 바탕으로 한 경제행위와 경제생활이라고 느꼈다.



마음 속 쇠사슬을 벗어나, 사회적경제

사회적경제는 말은 쉽지만 그것이 가능하겠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우리가 쇠사슬을 끊지 못하는 서커스단 코끼리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충분히 사회적경제가 가능하다고 본다. 서커스단 코끼리는 어렸을 적 받았던 학대와 쇠사슬의 무게로 인한 마음 속 편견으로 인해 평생 쇠사슬에 묶여 지낸다고 한다. 우리도 마음 속 쇠사슬로 인해 경제를 편향적으로 어렵고 차가운 것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닐까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주류경제 메커니즘은 만인이 행복해 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과연 그런가요? 우리는 어느 순간 효율성과 경제적 효용만 생각하는 행위를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자본주의에서는 돈을 가진 소수의 부 증식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직면한다. 돌고 돌아야 하는 돈의 종착지는 ‘돈을 가진 자’가 되어버린 상황이고, 누구나 잘 살기 위해선 치열하게 '돈을 가진 자‘가 되어야만 한다고 몰아세우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내가 하는 경제행위가 나를 돕고 내 이웃에도 도움이 되어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나아지도록 하는 방식의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마음의 쇠사슬을 끊고 서커스단 코끼리가 아닌 자유 코끼리가 될 수 있듯이 인드라망처럼 관계로 연결된 사회를 반영한 ’사람 중심의 경제’ 사회적경제를 만들어가고 이루고자 있는 사람들이 존재하고 우리도 될 수 있다.

서커스단 코끼리가 비참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선 쇠사슬을 끊을 만한 위대한 힘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 처음 겪는 상황에서 계속 해서 연습하고 실천하다보면 코끼리는 쇠사슬을 벗어나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사회적경제 속 사람들의 모습도 코끼리가 마음 속 쇠사슬을 벗어났듯이 움직이고 있다.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마을기업, 공정무역 외 다양한 섹터의 주체들이 활동하고 있고 협력해서 사회혁신을 이끌어내려 노력하고 있다. 믿음을 가지고 실천하고 계속 연습하는 작업처럼 사회적경제 내 많은 사람들이 ‘사람 중심 경제’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민주주의 원리, 협동가치, 사회적 가치 등을 실천하고 연습해가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대안이라고도 보는 시각도 있지만 사회적경제는 사람들이 '사람중심 경제'로 좀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두려움과 편견을 이겨내면서 삶으로 실천하고 만들어가는 작업을 하는 장이다. 지금까지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자본주의 경제의 쇠사슬을 벗어나, 사람중심 경제를 믿고 사회적경제 활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요? 중요한 ‘한 사람이자 주체’로서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고 오늘부터 나의 소비와 생활방식을 조금씩 변화시켜 보는 건 어떨까요?



꺼내 먹어요. 사회적경제

미리 자이언티 노래 관계자와 자이언티 팬들, 오글거려서 힘들어 하시는 독자분들에게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자이언티-꺼내먹어요 노래를 들으며 사회적경제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아래 가사를 읽어보길 바란다.

안녕! 쉽지 않죠? 바쁘죠?
왜 이렇게 까지 해야 하나 싶죠?
바라는 게 더럽게 많죠? 그렇죠.
쉬고 싶죠? 시끄럽죠? 다 성가시죠?
집에 가고 싶죠? 집에 있는데도. 
(뭔가 포근하고 사람냄새 나는 사회적경제라는)집에 가고 싶을 거야.

그럴 땐 (사회적경제)를 아침사과처럼 꺼내 먹어요
(사회적경제는 너의 생활를 신경쓰니) 피곤해도 아침 점심 밥 좀 챙겨 먹어요.
그러면 이따 내가 칭찬해줄게요

(사람들을) 보고 싶어. (사회적경제는 사람을) 많이 좋아해요
(사회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더 많이 안아주고 싶어요.
사랑, 사랑 비슷한 걸 해요. 어쩌면 정말 사랑해요.

(지금 삶이) 힘들어요?
(사회적경제는) 아름다워서 알아봐줘요 나를
(사회적경제는) 흘려 보내지 마요 나를
사랑해줘요. 놓치지 마요. (사회적경제를)


사회적경제는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강대교를 걷게 되면 볼 수 있는 글귀처럼 내일이 생각보다 괜찮을 거라는 마음으로 변화를 실천해보고 사회적경제의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삶에서 좀 더 나은 삶의 방식으로 변화하기 위해 함께 믿고 실천하면서 계속 시도하고 있는 경제이다. 우리도 지금부터 친구들,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으며 마을 안에서도 진행할 수 있고, 좀 더 넓은 공간에서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 갈 수 있다. 사회적경제는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는 초콜릿처럼 우리 삶에 가깝게 존재한다.

# 꺼내먹어요.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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