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홍보를 배우면 여러 분야를 마주합니다. 마케팅, 행동심리, 수사학 등을 넓고 얇게(?) 만나게 됩니다. 그중에는 정치 커뮤니케이션도 포함됩니다. 쉽게 얘기해서 선거 광고랑 정치 이미지 같은 것들 말이죠. 이번 글부터 한동안 정치 광고가 어떻게 대중에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 살펴볼까 합니다. 첫 글로 ‘네거티브’로 소재를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최근에 많이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면서, 여러분들도 많이 아실 것 같아서 꼽아보았습니다.

 

# 1964년

 

'못살겠다. 갈아보자' - 간결한 네거티브와 메시지가 응축되어있습니다.[사진 : 제3대 대선 민주당 포스터]

 

 

직역하면 "부정적"이라는 의미죠. 어떤 건지는 다들 잘 아실 겁니다. 상대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거나 비꼬아서 말하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거 맞습니다. 지금도 토론이나 유세에서 종종 상대 후보를 비난하는 것이 네거티브지만, 그런 기회가 없던 시절은 위의 사진과 같이 오직 선거 포스터와 문구를 통해서 네거티브를 진행하였습니다.

 

역대급 네거티브 사례는 미국 대선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1964년 미국은 대선을 앞둔 상태였습니다. 전해에 있었던 쿠바 미사일 위기와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로 어수선한 시국이었습니다. 당시 공화당의 배리 골드워터 후보는 강경한 정책을 내세웠고, 핵무기에 대한 언급이 잦던 시기였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시의성을 활용하여 대선 광고를 만들고 9월 7일 딱 한 차례 방송으로 송출합니다.



 

Vote for president Johnson on November 3. The stakes are too high for you to stay home.

11월 3일, 존슨 대통령에게 투표하십시오. 집에 있기에는 이 위험은 너무나 큽니다. 

 (1964, Lyndon B. Johnson presidential campaign)

 

 

 

광고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그들의 잠재된 공포를 내면 밖으로 끄집어서 보여준 것입니다. 민주당은 국민이 무엇을 겁먹고 있는지 알고 있었고, 공화당이 가진 이미지를 단숨에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도 결과는 민주당은 61.1% 압승을 얻을 수 있었고, 후보였던 린든 존슨 또한 대통령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네거티브가 선거의 판도를 바꾼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 1988년

 

네거티브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치명적입니다. 선거 판도를 확실히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선거 이후에도 정치인이 가진 이미지도 영향을 줍니다. 제가 가진 전공서에서 정의한 네거티브의 효과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  부정적 이미지는 대중이 생각하던 기존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에 큰 영향을 준다.

*  처음 유권자에게 각인된 부정적 이미지는 긍정적 이미지에 비해 쉽게 바뀌지 않는다.

 

1988년 미국에서는 조지 H. W. 부시와 마이클 듀카키스가 대선에서 맞붙었습니다. 민주당의 듀카키스는 매사추세츠 주지사의 성공적인 이력을 바탕으로 당선이 유력한 인물이었는데요. 하지만 부시의 참모였던 리 애트워터가 제시한 네거티브 광고로 역시 판을 바꾸어 버렸습니다.

 

 

'Revolving door' - 부시는 듀카키스의 죄수주말휴가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하였습니다.

 

 

듀카키스가 주지사 시절 시행한 죄수 주말 휴가제도는 의외로 성공을 거둔 정책이었습니다. 치안도 상당히 좋았고, 살인 사건도 전국 최저였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을 공화당에서 교묘히 이용하여 듀카키스를 치안과 행정에 안일한 사람으로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유권자에겐 머나먼 얘기가 아니라 자신의 일상과 직결되는 주제였으니 효과는 더욱 강력했습니다. 이 외에도 안보와 경제에 관한 지속된 네거티브 공세에 결국 듀카키스는 낙선하고 맙니다.

 

# 2002년

 

우리나라에선 2002년 민주당 국민 참여 경선에서도 이를 활용한 일이 있었습니다. 경선에서 대세론의 적임자를 자처하던 이인제 후보는 선거 초반 우위를 점하고 있었는데요. 그러나 2위였던 노무현 후보가 표차를 좁히며 바짝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인제 후보 측에서는 네거티브로 승부수를 던집니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노무현 후보를 향해, ‘언론 국유화’ 발언과 장인의 ‘빨치산’ 이력을 토대로 공격하였습니다. 이 이슈는 당시 노무현 후보에게는 치명적인 공격이었습니다. 사실의 여부를 떠나, 한번 씌워진 프레임은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낙인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런 아내를 제가 버려야 합니까? (2002, 노무현 후보 연설 중 발췌)

 

 

네거티브 공세 앞에서, 일차적인 대응은 즉각적이고 단호한 반박입니다.  '현재진행형'  의혹이 공격이 들어온다면, 타이밍 또한 중요합니다. 아무리 반박을 하더라도 제 때에, 확실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무마시킬 수 없다는 것입니다. 많은 정치인들이 네거티브 선거전에서 실패한 이유 또한 타이밍과 단호함을 놓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후보는 제기된 공격을 타이밍에 맞게 단호하게 부정하였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발언은 묘수이자 승부수였습니다. 장인의 과거 이력에 대해  ‘감정적’ 호소지만 조목조목 반박하였습니다. 사실 이미 일어난 과거의 사건에 대한 통상적인 대응은 사과를 하거나 이슈를 감추고 후보의 좋은 이력들을 어필하였을 것입니다. 이는 후보가 잘못해서 사과하라는 게 아니라, 이미지 회복 전략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수사학에서 유명한 학자 케네스 버크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정의론]이라는 책을 썼는데, 재밌는 부분이 있습니다. 특정인이 어떤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불쾌한 감정이 발생하여 대중의 기대에 어긋나는 상황을 죄라고 정의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죄를 사하는 것, 다시 말해 인물이 명성을 회복하는 일은 사건으로부터 자신을 분리하는 것을 이야기하였습니다. 희생양을 두고, 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시키라는 것입니다.

 

여러모로 저 연설은 편한 선택을 버리고, 어렵지만 가장 확실한 선택이었습니다. 위험 부담이 따르고, 단어 하나만 어긋나도 자칫 대중들에게 명분 없는 선동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위험부담이 있음에도 묘수를 던졌다는 것은 놀라운 선택이었습니다. 후보의 인간적인 부분이 잘 전달이 되었고, 결국은 성공적인 설득이 되었습니다.

 

# 현재

 

사상 유례가 없는 셀프 네거티브 (네거티브 당사자가 대안없이 스스로 언급하는 것은 금기이자 자충수입니다)

 

네거티브는 위력적입니다. 그리고 깔끔한 무기입니다. 네거티브는 보통 출처는 기억하지 않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하고 또 와전되니까 말이죠. 내 손에 피를 안 묻히고도 상대를 위기에 몰아넣는 좋은 전략인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툭하면 네거티브를 씁니다. 그러나 사실 대중들은 네거티브를 싫어합니다. 당장은 상대 정치인의 이미지에 타격을 입힐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유권자 모두에게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과 불신이 생기고 맙니다.

 

문제 있는 사람도 저렇게 후보가 되는데, 정치판은 어떻겠어? 그 나물에 그 밥이지.’ 같은 생각들이 만연하게 됩니다. 단기간적으로는 투표율 저하가 일어날 것이고, 정치인 전반에 대해서 불신과 회의감만 남게 될 것입니다.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를 요즘 읽고 있습니다. 좋은 책입니다. 많은 치유를 얻었고, 개인적으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은 책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안에서 벌어지는 감정을 비롯해서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대목이 있습니다. 과거에 비해 점점 개인의 완벽주의의 기준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완벽주의 경향성이 세대를 지나오면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울과 불안으로 가는 포털이 점점 넓이지고 있는 것이지요. 2017년 메타 연구에 따르면,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자신과 타인에 대한 완벽주의적 기준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 허지원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 p109


  타인을 의식하고, 비교하면서 나의 기준이 높아지면서 정작 스스로에 대해서 인색해지는 시대라는 것입니다. 시대와 타인을 항상 의식해야하는 개인은 불안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힐링, 치유와 같은 컨텐츠가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흐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시대가 이런 흐름이니 광고도 이에 맞게 반영합니다. 나는 불행한데, 광고는 세상모르고 마냥 행복하게 보인다면 누구도 그 상품에 대해 좋게 봐주지 않겠죠. 이번 글에서는 시대와 개인의 변화에 따라 바뀌었던 광고의 모습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박카스 - 나에게로 집중


박카스 광고는 초창기를 제외하고는 제품 기능을 굳이 언급하지 않습니다. 업계의 굳건한 1위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1등을 굳히기 위해 박카스는 다양한 시도를 모색하였고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박카스 (1994, 동아제약)


 20년도 더 된 박카스의 광고입니다. 신검장에서 “꼭 가고 싶습니다!” 외치며 청춘을 어필하던 박카스 광고보다도 더 전 시대의 광고입니다. 박카스를 통해서 가족 간의 사랑, 정(情)의 매개로 표현합니다. 관계를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를 얻고, 힘을 얻는다는 식의 광고는 과거에 많았습니다. 개인보다 ‘협동’에 대한 가치가 확고했던 시대였기에, 이는 당연한 메커니즘인 줄 알았죠.



나를 아끼자, 박카스 (2018, 동아제약)


 그러다 지극히 개인을 위한 시대가 왔습니다. 그러나 이전 시대보다 개인은 더욱 우울함과 더 근접한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광고보다 인물 배경을 더욱 힘든 면을 부각하면서 시작합니다. 같은 가족이지만, 오히려 가족 속에 소외된 개인에 초점을 맞춥니다. 인물은 스펙이라는 단어를 통하여, 기준을 의식하는 오늘날의 현실과 본인의 노고를 잘 알아주지 못하는 불만도 토로하는 것 같습니다. 더 솔직해졌고, 타겟을 개개인으로 더 좁히면서 특정한 타겟들의 공감을 브랜드로 끌고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광고는 타겟 외의 사람들이 이해나 공감이 없다면 외면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모두가 자기의 노고가 크다고 하는 세상이기에, 한편으로 이는 감수해야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왕뚜껑 - 변칙으로 개인을 들여다보다



지키고 싶은 따뜻함 (2018, 팔도)


 사실 이 광고를 보고 적잖이 놀랐습니다. 보통 식품 광고에서는 저렇게 부정적인 감정을 잘 이용하지 않습니다. 광고학에서 ‘정교화가능성 모형’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개인은 가전품이나 의약품(고관여제품이라 합니다)을 고를 때는 개인과 관련된 정보들을 바탕으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음료나 라면 같은 본인의 이슈와 거리가 먼 제품(저관여제품)은 주어진 정보보다 감성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라면광고들은 거의 즐겁거나 웃긴 상황을 연출하거나 신나는 음악을 깔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원칙들을 왕뚜껑 광고에선 철저히 배제하였습니다. 결론이야 호의적인 정서로 유도로 하긴 했지만, 기존까지 해온 왕뚜껑의 광고를 비추어본다면 정말 상반된 이미지입니다. 이런 모험을 감행한 데에는 결국 타겟 소비자의 인사이트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타겟의 일상과 정서를 제시하면서 얻는 공감이 일반적인 라면 광고로 얻는 공감보다 편익이 더 크다고 계산한 것입니다. 


 일리 있는 선택입니다. 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모든 것이 제한된 10대가 다른 계층에 비해 컵라면 소비 비중이 더 높을 것입니다. 여기에 10대는 많은 부분을 타의에 영향을 받는 것이 많습니다. 이것이 갈등으로 스트레스로 이어지는 경험은 다들 한번 쯤 있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광고에서의 공감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경계를 허무는 예리한 기술입니다. 이들의 일상에 더 깊게 파고들수록 타겟에게 브랜드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왕뚜껑의 이런 변칙적인 선택, 즉 10대 개개인의 일상 어두운 면을 비추는 것을 통하여 공감을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직방 - 개인을 더 쪼개어보기



어디에 살든 나답게 살자. 직방 (2019, 직방)


 이제 전문가가 나서서 제품의 효험을 ‘증언’하는 광고는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특성은 저마다 다양한데 전문성만으로는 모두의 공감을 얻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빈자리에 개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추는 광고가 주류를 이룹니다. 특정 타겟만을 위한 광고로 자리잡는 것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위의 광고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광고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타겟에게도 프로포즈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타겟이 쌓이면, 모든 타겟들은 ‘나만을 위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수많은 고객들이 있는 시장을 잘게 쪼개어 먹는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아닌 특정 소수를 향한 광고가 많아지면서, 앞선 사례들과 같이 개인 일상에서의 소소한 공감을 사는 광고들이 늘고 있습니다. 개인의 우울감이나 슬픔을 광고에서 잠시나마 위로를 얻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상술의 일환으로 치부하기에는 아까운 구석들이 많습니다. 그런 광고들을 오늘 우리의 일상에 그린 짧은 단편 영화들이라고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요즘 광고는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는)’의 세상입니다. 뜬금없는 상황에서 브랜드가 등장합니다. 혹은 잘 만들어진 감정선을 과감히 깨고 반전을 연출하여 브랜드를 제시합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상황이나 그 상황에서 제시된 브랜드를 보면서 시청자들은 오히려 흥미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 흥미가 꼭 브랜드의 인지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찰나의 감정으로 브랜드가 묻히게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광고는 개그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뉴트로지나(2018)



 한 화장품 회사의 최근 바이럴 광고입니다. 어떠신가요. 가벼운 몸개그나 말장난으로 웃겨보려는 노력이 다분해 보입니다만, 어딘가 부족해 보입니다. 2분이라는 시간 동안 애써 만든 스토리가 반전으로 인하여 허무해지고 초라해집니다. 

바이럴, 브랜드를 소비자로 하여금 친숙하게 그리고 널리 홍보할 수 있는 것을 목적으로 한 광고입니다. 그래서 바이럴은 대중에게 인지가 쉽도록 만들어집니다. 이 광고에선 이해는 쉬웠지만 브랜드의 개연성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광고가 소비자와의 대화라면, 이는 논리 없이 말하는 실없는 농담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스토리’의 위기


  ‘갑툭튀’와 함께, 지금 광고의 트렌드는 스토리가 현저하게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과거의 광고 기획에는 유효한 스토리를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제품 하나에 스토리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애썼습니다. 초코파이는 정(情)을 붙이기 위해, 수많은 스토리를 기획하고 이를 30년 넘게 집행해왔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지나면서 광고는 오히려 입지가 줄었습니다. 미디어 소비는 이전보다 많아졌지만, 소비자에게 광고를 거를 수 있는 ‘선택’도 동시에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길면 잘 안 봅니다. 주어진 짧은 시간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결국 광고의 선택은 스토리는 줄이고, 더욱 자극적으로 변했습니다. 언어도 함축적인 단어보다 직관적인 단어를 씁니다. 생각할 시간은 적어지고, 잔상만 남는 광고가 되었습니다. 아쉬운 일입니다.


G마켓(2017)


 이야기 없는 광고는 소비자와의 대화 통로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위에 올라온 g마켓 광고는 다들 많이 보셨을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세뇌입니다. 브랜드를 저렇게 주입식으로 암기하면, 아이돌의 후크송처럼 각인은 되겠지만 그 이상으로 뭐가 남을까요. 소비자가 생각이 없을 것이라는 전제가 깔린 안이한 광고, 주입식으로 교육시키려는 불편한 메시지입니다. 제품은 제품 잘난 점만 이야기하다, 소비자는 연관성을 찾지 못하면 그냥 흘려보내게 됩니다.  

그래서 광고는 이야기가 있어야 합니다. 상품 자신의 설명은 내려놓고, 대중의 스토리에 초점을 맞춥니다. 대중이 들을 만한 이야기를 해주면 이내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사람들이 논리적으로 생각할 때에는 이성을 지배하는 좌뇌가 작동하지만 최종 의사 결정을 할 때에는 감성을 지배하는 우뇌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을 매혹시키는 것은 제품의 교환가치가 아니라, 그 제품에 내재된 이야기와 이미지라고 할 수 있다” 

-  p211 [광고 카피의 이론과 실제, 조병량 외]



결국 스토리가 이긴다.



박카스 (2017)



많은 광고들이 있지만, 이야기가 있는 광고는 기억에 남는 편입니다. 이야기가 있다는 광고라고 해서 어떤 드라마나 에피소드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박카스 광고를 꼽아보고 싶습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 박카스 광고는 하나씩 기억이 나실 겁니다. 박카스는 다른 제품보다 다양한 타깃 범위를 갖고 있습니다. 한 세대만 노릴 수 없다는 얘깁니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도록 이야기를 들려주는 방향을 택한 것입니다. 위의 광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웃픈 현실의 정곡을 찔렀습니다만, 도리어 스토리를 통하여 브랜드의 역할을 부각하여주었습니다. 어떤 브랜드 광고가 가족 이야기를 순수하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꽤 긴 시간 동안 스토리에 대한 연구가 있었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마트(2017)



 ‘갑툭튀’의 홍수 속에도 스토리는 시대의 환경에 맞게 더욱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광고의 이야기는 사람들에서 사람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제품이 더욱 맞춤형으로 다양화되어가고 있는 만큼, 광고도 그런 흐름을 따라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마트는 어플이나 인터넷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마트인데요. 그런 브랜드 특성상 2030에게는 다른 마트들보다 더욱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그런 주 타깃을 공략하기 위해, 그들의 인사이트에 대한 관찰을 많이 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타깃 인사이트, 즉 소비자의 실상과 심리를 꼼꼼하게 잘 분석한 것 같습니다. 이야기 하나로 공감을 건들어서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와의 거리를 좁혔습니다. 적확한 분석이 큰 힘을 발휘한 것으로 풀이될 것 같습니다.


 팔리지 않으면 크리에이티브가 아니다는 광고계의 격언이 있습니다. 그 말 덕분에 공모전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려고 아등바등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나 크리에이티브 이전에 저는 우리 광고가 보고 있는 사람은 생각하고 집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소비자에게 생각하고 판단할 근거를 줘야, 광고 보고 진정한 소통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요.





사회가 복잡합니다. 복잡하니만큼 사고도 많습니다. 개인에게는 무수한 그리고 불확실한 위험들이 도처에 있습니다. 하나하나 대비하고 조심하자니 개인에겐 명확한 방법도 계획도 마땅치 않은 것 같습니다. 보험은 개인의 이런 걱정을 먹고 태어났습니다. 닥치지 않은 걱정이지만, 그래도 돈을 냄으로써 대비책을 갖는 개념. 사람들은 비용보다 걱정에 대한 해결을 더 선호한 것 같습니다. 

오늘은 이런 보험 광고로 이야기를 풀어갈까 합니다. 보험 광고도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만 여기선 보험 브랜드(회사) 광고를 다루고 싶습니다. 개별적인 상품을 소개(치과보험, 무배당보험과 같은 상품만 알리는 광고)하는 지엽적인 광고보다, 보험 브랜드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대한 차별성에 대해 더 하고픈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보험 광고는 어떻게 할까요? 위험을 상기시키게 겁을 줄까요? 의외로 무작정을 겁을 주진 않습니다. 금연과 같은 공익적인 차원의 메시지만 아니라면 위협소구(대중에게 위협적 메시지로 상품 소비를 자극하는 것)는 통하지 않습니다. ‘알 건 다 아는’ 대중들한테는 위협 소구가 뻔한 상술로 치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는 뻔한 말을 하게 되면 사람들은 신경을 끄게 됩니다. 관심이 꺼진 광고는 팔리지 않는 광고, 결국 ‘죽은 광고’가 되는 것입니다. 


동부화재_꾸준한 가족 소구



사랑한다면 약속하세요 (2016, 동부화재)


동부화재 광고입니다. 대체적으로 많이 봐온 시나리오 아니실까 생각이 됩니다. 다른 보험 브랜드가 소재와 컨셉을 바꾸는 동안, 동부화재는 꾸준히 가족을 주제로 한 광고를 견지하고 있는데요. 아이의 애교, 그걸 지켜보는 가장 또는 엄마. 화목한 가족의 모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누구나가 원하고 유지하고 싶은 가족의 모습일 겁니다. 그런 개인의 모든 소망, 즉 가족의 화목함을 지키는 약속이라고 광고에서는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하고 있진 않지만, 이런 소중한 가정을 위험이 생길 때 지켜주겠다는 자신의 역할을 광고 밑바탕에 깔아놓은 것입니다. 

사실 보험 광고는 가족 소재를 하는 것이 전통적입니다. 어차피 생명보험 광고의 타겟이자 대상은 가족이니까 당연한 얘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가족을 건드는 광고인만큼 조심히 얘기해야 할 것입니다. 무작정 약속을 지키겠다며, 가족 누군가의 사고를 광고로 보여주었다간 여론의 뭇매를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가족을 소재로 잡았을 때는 가족의 평범한 일상에서 소재로 많이 찾습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소재를 따뜻하게 조용하게 다가가서 ‘스윽’ 브랜드 이름을 내미는 것이 보험 광고의 기본적 시나리오입니다. 예전에 “Bravo your life" 라는 삼성생명의 캠페인 광고가 거의 대표적일 겁니다. 아버지, 어머니, 딸 등등의 가족의 한 사람으로 따뜻하게 풀어가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가족 사랑’을 토대로, 가족 전체의 삶을 동반하며 곁에서 응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입니다.


Bravo your life(2005, 삼성생명)



삼성생명_가족의 재발견

삼성생명도 앞서 말했듯 가족을 중심으로 한 캠페인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트렌드도 바뀌고, 상품도 많이 내는 기업이다 보니 광고도 다양하게 많이 했습니다. 그래도 절대 다수의 상품은 가족입니다. 가족을 건드려야 상품을 팔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방식이 좀 다릅니다. 처음부터 ‘당신에게 남은 시간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라며 위협소구를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게 뭐지?” 싶을 즈음에 중간에 수식어를 끼워넣습니다. “앞으로 가족과 함께 할 시간”이라고 말이죠.


당신에게 남은 시간 (2014, 삼성생명)

실험 대상자뿐만 아니라 시청하는 이들에게도 처음에 의문과 위협을 던져줍니다. 그러나 그 위협은 ‘가족’이라는 소재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아무리 가족이 중요한다고한들, 그 소중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 때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유튜브 조회수 500만이 넘었고, 2014 광고대상에서 은상까지 받은 이 광고는 기존의 보험 광고와는 가족을 기존과는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습니다. 단방향적으로 ‘가족 사랑’을 홍보하는 것보다, 대중에게 직접 모니터 밖으로 ‘당신은 가족을 얼마나 사랑하세요?’라고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합니다. 동영상 후반엔 ‘가족 시간 계산기’까지 있어서 참여를 유도하게 합니다. 이런 쌍방향적 소통, 대중의 참여와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광고를 ‘인터렉티브’라고 합니다. 단순히 메시지를 투척하는 게 아니라, 광고를 본 대중이 스스로 행동을 하여 브랜드를 기억하게 만드는 기법입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이 기법은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교보생명_가족이 아닌 친구로

가족이란 소재를 발판으로 삼성생명은 보험 1위 자리를 공고히 합니다. 그렇다고 모든 보험사가 다 똑같이 가족을 이야기하면 어떻게 될까요. 오히려 삼성생명의 브랜드를 확고히 하는 데 도움을 주는 꼴이 됩니다. 이수원 씨가 쓴 [1등 기업의 광고, 2등 기업의 광고]라는 책에서도 이 사례를 제시하면서 2등은 1등과는 다른 이미지와 개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였습니다. 그래서 교보는 조금은 다른 시선을 소개하게 됩니다.

마음에 힘이 되는 친구의 노래처럼(2004, 교보생명)


중년의 남성이 등장합니다. 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당한 것 같습니다. 친구를 어떻게 위로할까 고민하다 최민식은 ‘젊은 그대’를 부릅니다. 힘내라는 말보다, 친구니까 능청스레 할 수 있는 위로가 진정하게 더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는 확실히 가족이 아닌 친구를 소재로 택했습니다. 가족이라는 입지를 쓰진 못했지만, 또 다른 이점을 얻었습니다. 가족은 지켜야 할 대상, 책임감의 이미지가 부여된다면 친구는 함께 길을 걸어가는 동반자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무거운 책임감이 사라지고 거기에 능청맞지만, 고객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이미지로 이어집니다. 교보생명은 그렇게 자신만의 컨셉을 잡아서 1위와 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게 된 것입니다.

다른 광고가 USP, 즉 브랜드만의 고유한 메리트를 내세워 강조해왔다면 보험광고는 고객과 더 다정다감한지의 싸움입니다. 누가 더 친하고, 누가 더 아낄 수 있는 지에 대한 이미지 싸움입니다. 그래서 지금까지는 가족을 소재로 하는 것이 많은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색다른 소재와 컨셉으로 시장을 뒤집을 풍운아가 나오면 어떨까라는 기대도 해봄 직할 것 같습니다.



고3때 일입니다. 수학선생님이 4교시(점심 전 시간)에 수업이신 날에는 곧잘 “공부도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배가 고파서 되갔어?? 창자나 빨리 채우고 오라우” 하시면서 10분 일찍 끝내주셨습니다. 그땐 그 얘기가 귀에 들리지는 않았는데, 이제 와서 보니 제대로 밥을 먹은 적이 손에 꼽게 됩니다. 학교 때문에 혹은 알바 때문에 밥 대신 삼각김밥으로 때우는 게 거의 일상이 되었네요. 그렇게 끼니를 때우다보니 정작 나는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지, 일을 하기 위해 먹는지 씁쓸한 고민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저만의 생각은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 더 포함한다면 학생도 낄 수 있겠습니다. 오래도록 인류는 계속 먹고 살려고, 정확히는 생존을 위해 작업과 노동을 해왔지만, 어째 요즘은 이것이 뒤바뀌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공부 때문에, 일 때문에 우리는 본 목적인 ‘먹고 사는 시간’을 대충해도 되는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닐는지 말입니다. 먹는 것뿐일까요. 놀 시간, 쉴 시간도 모두 같은 처지일 것입니다.



최근 올레(Olleh) 광고입니다. 광고를 보면서 제 일상과 오버랩이 많이 됩니다. 앞서 말한 제 푸념들, 정확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직장인들의 초상인 것 같습니다. 일을 하건, 학교를 다니는 모든 이들이라면 시간 때문에 뛰어보았을 테고, 저런 질문을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광고의 타겟으로 설정한 직장인의 상황을 ‘바쁜 이’, ‘시간이 없는 사람’으로 잡은 것 같습니다. 얄밉게도(?) 여기서 바쁜 우리에게 제안을 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우리 상황을 제시하면서, ‘시간이 없는 이유’를 올레가 ‘자신이 더 빨라진 이유’라고 설명합니다. 15초라는 짧은 시간에 어떤 반박을 달기 어려울 정도로 논리적인 메시지입니다.

‘직장인은 바쁘다’라는 건 어느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사실입니다. 아마 ‘시간이 없다는 것’도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죠. 하지만 그 사실을 광고로 쓰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가 아닐 것입니다. ‘직장인, 그래 바쁘지...그래서 뭐? 우리 회사랑 무슨 상관인데?’의 물음 앞에서, 명확한 답이 있어야합니다. ‘직장인은 항상 시간이 없으니까, 우리 통신사 속도가 더 빨라지면, 그들이 다른 걸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날 수 있잖아. 우리가 그 시간을 만들어주자’라는 답의 산물이 이 광고로 이어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저 질문에 모든 답이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상관성이야 찾으면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와의 상관성, 즉 팔 수 있는 접점을 강하게 말해야합니다. 그게 어렵다면, 적어도 소비자에게 ‘사고 싶은’ 이미지를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것의 큰 무기가 저는 ‘공감’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겪은 감정을 남이 알아준다면 ‘사이다’처럼 속 시원한 쾌감을 느끼는 것처럼, 브랜드도 소비자가 겪은 상황이나 느낌을 광고에서 풀어내는 것이 광고의 핵심입니다. 


밥이 떨어졌을 때, 햇반(1997, CJ)


밥 얘기가 나왔으니, 밥 광고 하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CJ사의 햇반 다들 아실 겁니다. 한국인의 주식이 쌀밥이니, 간편하게 밥을 해먹을 수 있는 제품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해보입니다. 근데 그렇다고 우리가 햇반을 매일 먹지는 않습니다. 집에 밥이 하나도 없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제품인데요. 처음 햇반의 포지셔닝은 집밥의 대체제로 잡아서 어필했습니다.

‘간편하다'라는 컨셉의 포지셔닝은 잘 먹혔습니다만, 시간이 지나자 이제는 주부들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독신이나 자취생들이야 상관은 없었지만, 가족의 밥상을 책임진 주부들에게 햇반은 그리 탐탁지 않았습니다. 물론 바쁜 일과를 보내는 주부의 입장으로서 밥이라도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온 건 큰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것, 좋은 밥을 가족들에게 먹이고 싶은 것이 어머니의 마음일 진데, 그냥 렌지에 돌려서 밥을 만드는 게 인스턴트 음식같이, 건성건성 밥을 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입니다. 이에 CJ는 정면으로 돌파합니다. 


'미안해하지 마세요'(2008, CJ)


카피 하나로 주부들이 생각했을 고민을 꿰뚫었습니다. ‘미안해하지마세요’ 한 문장으로 주부의 공감부터, 브랜드의 품질까지 모두 담아냈습니다. 타겟의 집요한 분석이 빛을 발한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부의 일상과 고충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서는 만들어내지 못했을 광고입니다. 그런 오랜 생각에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찾고 주부들을 설득할 수 있는 것입니다. 



햇반은 ‘엄마’라는 단어와 뗄 수 없을 정도로 연결고리는 잘 쓰고 있습니다.


지피지기(知彼知己)라는 말은 익히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야 한다.’라는 말이죠. 마케팅도 마찬가지입니다. 팔아야 할 소비자도 모르면서 우리 브랜드만 잘 났다고 얘기하면 제대로 팔릴 수 있을까요. 아마 표적 없는 화살이 될 것입니다. 표적, 즉 타겟을 잡은 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깊숙이 분석하고 연구하여 공감할만한 소재를 찾아 브랜드와 연결하는 것이 마케팅 과정의 필수입니다. 공감만큼 소비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는 무기는 잘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모든 광고가 떠안고 있는 숙제이기도 합니다.



현대차에 i30라는 차가 있습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선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던 준중형 해치백이었는데요. 그런데도 파격적인 어필로 당시 여성 고객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차는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지만, CM만큼은 한번 쯤 들어보셨을텐데요.


New street icon, i30 (현대차, 2007)


“난 사람 예쁜 사람 이리 많은데, 어쩜 모두 하나 같이 똑같은건지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내가 타는 차가 바로 그 차 i30야.”


‘달라, 난 달라’라는 카피가 귀에 감깁니다. 아마 CM을 제작하신 분들도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겁니다. ‘난 달라’라고 고객한테 강한 어필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시장에서 수많은 제품에 묻히지 않으려면, 기존과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제품이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는 전략을 USP라고 합니다. USP는 ‘Unique Selling Proposition'의 준말입니다. 독특한 판매 포인트를 제의한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마케팅 전략인 것입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자신만의 모든 강점을 살려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강력한 강점, 고객에게 팔릴만한 매력만을 모색하는 것이 USP 전략의 승부처입니다. 


청정원은 왜 느림보 간장을 만들까요? (청정원, 2014)


청정원의 ‘햇살담은 간장’의 유튜브 15초(5초 뒤 스킵)광고입니다. 15초 동안 전하는 말은 고작 3문장입니다. 그 3문장이기에 더 간결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USP를 느림보로 잡은 것 같습니다. ‘느리지만, 우리 간장만큼은 건강하게 만든다.’라는 어필을 한 것입니다. 솔직히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이 정말 느릿느릿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마트에 가면 매일 물건이 들어와 진열되어있기 마련이고, 직접 제조 공정을 본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느림보’ USP 전략은 꽤 예리한 어필입니다. 이는 ‘모두들’ vs 청정원의 구도로 시작한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빠름에 열광하는 모두들과 비교했을 때, ‘청정원’ 자신을 홀로 느림을 고집하는 건강한 제품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초반 카피에 ‘청정원은 왜’라고 운을 떼며, 소비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함입니다. 이 물음은 어차피 ‘답정너’입니다. 답은 정해져있고, 소비자는 그대로 ‘인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시나리오이니까요. 자연스레 광고를 보는 이들의 의식에 ‘청정원 간장은 다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USP는 광고 전반에서 많이 쓰입니다. 아니 쓰일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어느 회사든지 신제품을 기존에 있는 것과 똑같이 내놓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없던 참신함과 다를 수 있는 점을 연구해서 브랜드를 구상해야합니다. USP는 바로 여기서 쓰입니다. 제품에 가치를 더하고(말이 어렵나요. 그냥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의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브랜드만이 갖는 컨셉과 이미지 등을 제품에 부여하는 과정이 이어서 따라붙는 것입니다. 이 계획대로만 굴러가면 브랜드는 소위 ‘대박’을 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시장의 입맛에 맞게 브랜드에 손질을 하거나(재포지셔닝이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살아남고, 때론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손에서는 녹지 않고 입 안에서만 녹아요.’ (M&M) 
대표적인 USP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USP 전략이 유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창적인 메리트나 차별성을 찾아야하는데, 매번 화려한 강점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이때 생각해야 할 다른 변수는 결국 소비자의 인식을 누가 먼저 가져가는지에 달렸습니다. 다른 제품에도 똑같이 있는 장점임에도 누가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어필하느냐 말입니다. USP의 최종 목적은 자신의 브랜드가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손에 잡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가 알지 못했던 (소비자의)이득이 될 수 있는 점을 변별력있는 장점으로 뚜렷하게 보여야 합니다. 그 장점을 누구나 갖고 있다 해도, 대중이 모르고 있었다면 그 장점은 가히 ‘먼저 말한 사람이 임자’가 되는 셈인데요. 그래서 많은 기업이 새로운 공법이나 서비스를 찾아 어필하는데 매진합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은 정말 새로운 기술일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도 가졌는데 말만 먼저 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출기제승’이란 말이 있습니다. 원칙만으로 싸워서는 이기기 어려울 때, 원칙을 살짝 바꾼 ‘기묘함’(奇)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기묘함은 반칙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 하나를 찾아 반전을 꾀하는 것입니다. 기술과 기능은 갈수록 대동소이가 되어가는데,  ‘남들 다 하는’ 싸움에서  ‘남들 다 아는’ 전략으로는 상대를 맞설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USP는 그 기묘함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있는 기묘함으로 상대를 맞서는 것이고, 제품이 팔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모든 광고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합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구글. 트위터. 우리가 의존하는 모든 서비스 ─ 그리고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는 모든 서비스들이다. 어쨌든, 현금으로 말이다. 하지만 광고로 수익을 얻는 인터넷 플랫폼은 공짜가 아니며, 그들이 프라이버시나 통제control의 측면에서 뜯어가는 가격은 점점 비싸지고 있을 뿐이다.

 

최근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중의 93퍼센트는 “본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누군가의 통제 하에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고 믿지만, 우리가 온라인에서 형성하는 정부의 양은 급증해왔고, 우리는 그 모든 것들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대부분 알지 못한다.

 

사용자의 수많은 데이터를 수집하는 페이스북과 다른 소셜 네트워킹 사이트들은 광고로 수익을 얻는다. 바로 이번 주만 하더라도, 페이스북이 소유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은 사용자의 피드feeds를 더 많은 광고주들에게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사업 모델에 대한 불쾌한 비밀은 인터넷 광고의 가치가 그렇게까지 크진 않다는 것이다. 1990년대,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우리나라에서는 UCC로 더 많이 알려져있다 – 옮긴이)로 웹 초기에 광고로 수익을 얻는 사이트 중의 하나인 Tripod.com을 창설하는 데 일조했던 이선 주커먼Ethan Zuckerman에게 물어보라. 심지어 그는 기업들이 자신들의 광고 옆에 나타나는 유저 콘텐츠를 경계했기 때문에 팝업 광고를 고안하는데 일조하기도 했다. 그는 팝업과 광고로 수익을 얻는 사업 모델 둘 모두를 후회하기 되었다. 전자는 짜증스러울 뿐이지만, 후자는 풍부하고 다원적인 인터넷 구조를 파괴하는 공범이다.

 

주커맨은 페이스북이 한 달에 사용자당 20센트를 이윤으로 올린다고 지적한다. 회사에 따르면 평균적인 사용자는 매달 페이스북을 하는 데 인상적인 20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이 액수는 가엾기 그지없다. 이 보잘 것 없는 이윤폭은 사업 모델을 추진한다drive. 사용자에 대한 추적과 대규모 정보 수집에 기반한 과한 타게팅 없이 인터넷 광고는 기본적으로 가치가 없다. 이건, 특히 미국 성인의 2/3가 개인적 행동에 대한 분석과 추적에 기반하여 그들을 표적으로 하는 광고를 원치 않는다는 점에서 나쁜 협상이다.

 

큰 가치가 없는 광고는 수억 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회사만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식의 사업은 거대한 인터넷 플랫폼에 안성맞춤이다.

 

광고에 기반한 사업들은 온라인에서의 상호작용을 왜곡시킨다. 사람들은 인터넷 플랫폼이 우리를 서로 연결하게 해주거나, 중요하고 가치 있는 기능으로서─전 세계의 풍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에 거기에 몰려든다. 하지만 광고에 기반한 자금조달은 회사들이 우리가 바라듯 서로 연결하도록 하는 대신, 광고주들을 대표하여 우리의 주의를 조작하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용자들은 그들의 피드가 친구들이 올리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 옮긴이) 그렇지 않다. 페이스북은 10억이 넘는 사용자의 뉴스피드를 우리가 무엇을 볼지 결정하는 독점적이고 변화무쌍한 알고리즘를 통해 운영한다. 만약 페이스북이 우리가 사이트에 더 오래 머물게 하고 스트림stream에 광고를 집어넣기 위해서 피드를 조작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우리에게 이 알고리즘에 대한 지배권을 기꺼이 내놨을 것이다.

 

초기에 페이스북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데 성공해서 흥분했던 비영리 시민 단체들은 이제 자신들의 업데이트를 홍보boost하기 위해 페이스북에 돈을 지불하지 않는 이상, 그들의 포스트에 ‘좋아요’를 누르는 사람들에 다가가기 매우 어렵다는 것에 낙담한다.

 

뭘 해야 할까? 간단하다. 인터넷 사이트는 사용자들이 고객이 되도록 허용해야 한다. 다른 사람도 동의할 거라 확신하는데, 나는 페이스북이나 구글이 나를 추적하지 않고, 암호화를 업그레이드하고, 선호와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하나의 고객으로서 나를 대우해준다면 기꺼이 매달 20센트 그 이상도 낼 것이다.

 

많은 이들은 인터넷 서비스에 직접 돈을 낼 사람은 별로 없을 거라 말한다. 하지만 그건 우리가 이러한 서비스가 공짜라는 만트라mantra(주문 – 옮긴이)에 잘못 빠져있기 때문이다. 광고에 대한 프라이버시 비용을 점차 인식해감에 따라 상당히 바뀔 것이다. 수백만의 사람들은 여러 영화의 해적판을 공짜로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Netflix에 돈을 지불한다. 결국 구입하는 생산물엔 비용이 포함되어있듯, 우리는 어쨌든 광고에 돈을 지불한다. 현재의 월 한도까지, 우리가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할 때 시간 당 몇 페니penny를 나눠 지불하는 식의, 빈틈없고 안정적인 소액결제 시스템은 전반적인 풍경landscape을 개선할 것이다.

 

다른 장애물이 있다. 누군가 이런 실행 가능하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소액결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만, 실리콘 밸리는 기업가적인 정신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가? 그리고 빚을 지고 시작할 순 없다. 사용자들이 여기저기서 소액을 쓰고, 모든 빅 브라더들에게 쉽게 추적당하지 않고, 심지어 개인화를 가능하게 한 소액결제 시스템은 인터넷 초기에 이미 발명되었다. 큰 은행과 거대 인터넷 플랫폼은 그들의 감시 능력을 제약하는 이러한 소액결제에 별다른 흥미가 없었다. 우리는 그걸 부활시킬 수 있다.

 

우리의 지불은 이미 광고가 하는 것처럼 빈국의 접속에 보조금을 줄 수 있다. 페이스북 15억 사용자 중 1/4만이라도 그들의 데이터에 기반하여 표적이 되거나 추적당하지 않기 위해 매달 1달러를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매년 40억 달러─분명 고려할 가치가 있는 숫자다─을 양산해낼 것이다.

 

페이스북의 최고 경영자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엄청난 부를 가진 듯 보이지만, 나는 그에게 내 재산의 일부를 주고 싶다. 나는 내 정보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꺼려하는 후원받는 콘텐츠 제작자가 아니라─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약간이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싶다. 나는 생산자가 아니라, 고객이 되고 싶다.

 

소문에 따르면 주커버그는 캘리포니아 팰로 앨토Palo Alto의 회사 근처에 집을 구입하기 위해 3천 달러를 섰고, 하와이의 한적한 땅을 사기 위해 3억 달러 이상을 썼다. 그는 프라이버시를 위해서라면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에 그는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기 위해 몇 달러를 지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 사진 및 원문 출처: http://www.nytimes.com/2015/06/04/opinion/zeynep-tufekci-mark-zuckerberg-let-me-pay-for-facebook.html

 

 

일관성 하면 무엇이 떠오를까요? 아마 ‘우직하다.’, ‘한결같다.’ 등등 긍정적인 이미지로 연결될 겁니다. 사람도 일관성 있는 사람이 더 신뢰가 가기 마련이죠. 제품 브랜드도 마찬가지입니다. 브랜드가 오랫동안 그 자리 그 모습에 있다면, 신뢰도 갈뿐더러 오랜 친구마냥 정이 생기기까지 합니다. 브랜드 자체가 ‘일관적인’ 이미지를 어필하는 것도 있지만, 오늘은 ‘하나로만 죽 밀고 가는’ 브랜드 광고에 대해 말할까 합니다.

2011년, 다소 특이한 광고가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는 LG사의 ‘엘라스틴’ 샴푸 광고였는데요. 하지만 그 광고의 주인공은 샴푸가 아니라 전지현이었습니다. 이 광고만큼은 브랜드 홍보 목적이 아닌, 모델 전지현에 헌정 광고였다고 합니다. 11년 동안 전지현은 엘라스틴 광고 모델로 진행했습니다. “엘라스틴 했어요‘라는 카피는 엄청난 유명세를 타지는 않았지만, 전지현의 고급적인 이미지와 잘 어울려 브랜드 포지셔닝 구축에 일조하였죠. 그래서 LG사는 고마운 마음으로 떠나는 전지현만의 광고를 제작하게 됩니다. 비즈니스와 이해관계를 떠나 대단한 의리라고 생각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렇게 장기간 같은 모델을 쓰거나, 더 나아가 일관된 캠페인을 집행하는 일은 요즘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변하는 시대에 우직함은 무모한 시도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매일 변하는 고객의 니즈에 맞게 대처하는 것이 광고의 숙명이라고 할까요. 하지만 그래도 저는 그 우직함을 계속 보고 싶습니다.

일관성의 사례로 먼저, ‘다시다’를 들 수 있겠습니다. 시장 점유율 80%, 10년간 매해 2만 5천 톤이 생산될 정도로 굳건히 하고 있는데요. 예전에는 다시다 앞에 붙는 수식어가 있죠. ‘고향의 맛 다시다’라는 카피인데, 지금 어린 친구들은 기억을 못 할 것이고, 저도 이 광고를 보기 전까지도 어슴푸레 기억만 있었습니다. 광고는 주로 농촌을 배경으로 하였다가, 이내 장소를 불문하고 전국을 배경으로 합니다. 다시다는 자연과 잘 어울리는 우리네 고향의 맛이라는 것을 어필하려 했나 봅니다. 모델로는 김혜자 선생님이 거의 매번 요리하는 모습이 나오고는 먹음직한 요리에 다시다를 뿌리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나오는 멘트는 지금의 광고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그래 이 맛이야’ (1987, 제일제당) 


1987년부터 시작한 고향의 맛 다시다2000년까지 진행됩니다. 무려 13년간 진행되었는데요. 오랜 시간 동안 김혜자 선생이 나옴으로써, ‘어미니모델로 잘 각인이 됩니다. 손수 요리를 준비하는 우리의 어머니의 모습과 닮았기에, 그리고 당시 세대에게는 자랐던 고향에서의 손맛, 특유의 정취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광고에서, 기능이나 품질을 앞세우는 것보다 소비자가 가진 감정이나 기억을 자극하는 것을 감성 소구라고 합니다. 기능이 좋다, 품질이 뛰어나다는 이성적인 설득보다, 브랜드를 씀으로써 얻는 감정으로 설득하는 것이죠어머니의 손맛, 고향의 맛, 이 둘 중 하나라도 모르고 자란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광고는 그것을 일깨워 줄 수 있는 것이 다시다라고 전략적으로 그리고 13년이란 시간 동안 줄곧 일관적으로 어필한 것이죠.




최근에 볼 수 있는 장기캠페인은 무엇이 있을까요?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하늘하늘 바람에 날리는 흰 원피스와 코발트 빛 푸른 하늘. 바로 포카리스웨트입니다. ‘나나나나 나나 나나~’로 시작하는 광고 CM은 이미 많이 익숙할 겁니다

내에는 1987년 동아오츠카에서 출시되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여성모델을 기용했습니다만, 초기 광고에는 음료의 기능에 대한 어필을 의식해야만 했습니다. 이유는 같은 해, 국내시장에 등판한 라이벌, ‘게토레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서야 이온음료 시장은 게토레이와 포카리스웨트의 틈새 없는 2강 체제로 굳혀졌지만, 90년대 후반까지 이 둘의 광고는 기능에 대한 각축전을 벌입니다. 정확히는 누가 더 갈증 해소에 좋은지를 놓고 말입니다그러다 2000년에 들어서면서 포카리스웨트가 다른 카드를 꺼냅니다. 당시 신예 배우 손예진을 기용한 광고 캠페인은 줄곧 15년 내리 이어지고 있습니다.

 

 

 

"내 몸에 흐르는 이온 포카리스웨트"(2001, 동아오츠카)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청순한 여성을 모델을 기용함으로써, 맑고 순수한 이온음료라는 이미지로의 연결이 가능해졌고, 동시에 인지도까지 제고하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것입니다. 이제는 해마다 포카리 스웨트모델이 누가 될지도 관심사가 될 정도니 말 다했습니다. 리스크가 제법 있었던 시도였지만, 그만큼 얻은 것도 많았다고 할까요. 동아오츠카는 때에 맞게 시각을 잘 전환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소비자들은 이온음료에 대해 대충은 아니까, 이제 우리 브랜드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이었을 것 같습니다.


15년째의 캠페인 광고를 이어가는 포카리스웨트 광고(2014, 동아오츠카)


주목할 점은 이 컨셉의 브랜드를 10년 넘게 끌고 왔다는 점입니다. 2001년 이후로, 거의 매년 이 컨셉의 광고가 집필되는데요. 광고주 생각에는 다른 획기적인 컨셉의 욕심이 났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광고는 인식과 기억의 문제입니다.
이수원 씨의 [1등 기업의 광고, 2등 기업의 광고]에서 브랜드의 방향을 이렇게 말합니다.

브랜드는 선명한 이미지가 있어야 합니다. 
브랜드가 좌충우돌, 우왕좌왕한다면  
과연 누가 그 브랜드를 내 것이라고 생각하겠습니까

포카리스웨트는 선명하게 소비자에게 기억되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15년의 광고를 남긴 것이지요. 수익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그 장기적인 투자가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세대가 공통적으로 하나의 이미지로 기억할 수 있기에 더 많은 고객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도 오래된 단골집에 발길이 더 갑니다. 브랜드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신뢰가 쌓여야 하고, 간절한 이미지 어필이 필요합니다. 믿고 쓰기 위해서는 그만한 품질이 밑바탕이 되고, 소비자가 그것을 기억해야 하기 때문이죠. 앞서 말한 브랜드들은 10년을 넘게 일관성으로 지켜왔기에 오늘의 브랜드에 이를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제품만의 이야기에서 그치지 않습니다우리 각자를 고유의 브랜드들로 놓고 본다면, 그 브랜드를 일관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요

 라면 좋아하시나요? 종류도 많고, 어딜 가든 라면 파는 곳은 꼭 있습니다. 며칠 전, 한 조사에서 우리나라가 라면 소비 세계 1위에 올랐다고 합니다. (참 별걸 다 1등 하는 나라입니다) 국민 1인당 1년에 74개를 먹는다고 하니, 짐작되시나요?

뜨끈한 붉은 국물에 노란 면발로 우리의 ‘해장’ 혹은 ‘허기’를 단박에 해결해줍니다. 그 국물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매운 군침을 삼키게 됩니다. ‘얼큰한~’, ‘매운~’ 과 같은 컨셉이 절대다수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이단아가 나타났습니다. 오늘 전해드릴 이야기, 바로 ‘하얀 라면’입니다.

 

 으레 라면 하면 떠오르는 것은 붉은 국물입니다. 1963년, 라면은 국내에 도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맵고 얼큰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마케팅도 그렇게 진행해왔죠. 우리의 입맛이 매운맛의 선호가 강하여, 이에 따른 시장 전략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라면은 ‘맵다’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릴 때쯤 틈새를 파고든 것이 바로 ‘하얀 라면’이었습니다. 그 시작은 1988년 출시된 농심의 [사리곰탕 면]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매운맛이 아닌 구수한맛이 일품이죠. 출시된 연도를 보니, 생각보다 꽤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시장에 굳건히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답은 광고에 있습니다.


사리곰탕 면, '하얀 라면' 시대를 열다



“아침 굶지 마세요. 농심 사리곰탕면”(1988, 농심)

 

 제품 출시 직후에 만들어진 광고입니다. 30초라는 짧은 시간에 ‘아침’이라는 말이 6번이나 들어갑니다. 맛에 대한 언급은 아예 없습니다. 광고에는 바쁜 가족이 아침 식사를 사리곰탕을 허겁지겁(?) 먹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기서 포지셔닝(Positioning)의 묘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굳이 국역하면 ‘위치 잡기’랄까요? 시장에서 혹은 소비자의 마음의 적절한 한구석을 고유한 자리로 만들기 위한 전략을 말합니다. 소비자 뇌리에 잘 인식되기 위한 자리 잡기인 셈이죠.
이미 달아오른 기존 라면 시장에서 사리곰탕은 새로운 포지셔닝을 시도한 것입니다. 라면은 더 이상 기호식품이 아니라, 바쁜 현대인에게 건강을 위한 아침밥 대용 식사. 자극적이지 않고, 설렁탕처럼 든든한 한 끼를 제공하겠다는 어필이었죠. ‘사리곰탕’은 그렇게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이후 비슷한 제품들이 출시되었지만, 거기에 흔들리지 않고 지금까지 꾸준히 판매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 광고 이후로, 사리곰탕 광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추가적인 광고 없이도 이미 소비자의 뇌리에 굳혀졌다는 방증인 셈이죠.

 

 ‘하얀 라면’ 시장을 개척하고 제패한 사리곰탕에게, 세월이 흘러 이제 그 아성을 넘을 도전자가 나타납니다. 마치 오랜 한나라 천하에서 위, 촉, 오의 세력들이 등장한 삼국지처럼, 삼양의 [나가사끼 짬뽕]과 팔도의 [꼬꼬면], 그리고 오뚜기의 [기스면]이 속속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2011년, 이들은 저마다의 개성으로 ‘하얀 라면’에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이 세 라면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모두 ‘하얀 라면’이면서, 동시에 칼칼하다(혹은 시원하다)라는 어필이 들어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하얀 라면은 맵지 않다’라는 관념을 도전하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러나 광고를 통한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각기 다릅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나가사끼 짬뽕, 세밀한 소비자 중심 광고



“입맛은 정직하다. 나가사끼 짬뽕”(2011, 삼양)


 기존 ‘하얀 라면’ 시장에 가장 먼저 나타난 도전자는 삼양사의 ‘나가사끼 짬뽕’이었습니다. 일본의 중화풍 음식 ‘나가사키 짬뽕’을 우리 입맛에 맞게 나온 제품입니다.(원래 나가사키 짬뽕은 맵지 않다고 합니다) 광고는 시리즈로 4편이 제작되었는데, 모두 일반인이 광고 모델로 등장했죠. 경쟁사 사이에서 유일하게 일반인을 모델로 썼다는 것은 다소 파격적인 시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유명인 모델을 기용한 광고가 소비자에게 제품 브랜드 인식이 좀 더 빠르 때문입니다. 브랜드가 모델의 인기에 쉽게 편승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꼬꼬면’과 ‘기스면’은 광고에 유명인을 등장시키는 것도 소비자에게 브랜드 인지를 쉽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이 광고에는 일반인이 메시지에 다가가는 유일한 연결고리입니다. 라면은 남녀노소 구분 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죠. 그러니까 곧 광고를 마주한 우리도 그 ‘누구나’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광고에서 ‘누구나’에 해당하는 평범한 이들이 ‘입맛은 정직하다’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입맛은 정직하니까, 그 입맛은 거짓 없이 맛있는 것을 고르니까, 이 라면을 많이 먹는 것입니다’라는 메시지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소비자의 입장을 등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제품과 연결하는 점이 절묘합니다. 소비자의 생각을 파악한 광고가 아마 많은 이들의 점심을 매혹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스타 마케팅의 표본, 꼬꼬면


 [나가사끼 짬뽕]이후 한 달 후에 출시된 것이 팔도 [꼬꼬면]입니다. 연예인 이경규 씨의 솜씨가 돋보인 라면이죠. 꼬꼬면은 솔직히 광고의 입장에서 다룰만한 점이 많이 없습니다. 광고보다는 입소문이 큰 위력을 발휘했고, 스타마케팅으로 이미 라면 시장에서 거대한 공룡이 되었으니까요. 출시 한 달 만에 1천만 개가 팔렸고, 판매사 팔도는 업계 2위까지도 넘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정도였다고 하니 상상이 가시나요. ‘없어서 못 팔정도’로 대단한 기세였기에, 오히려 광고는 솔직히 ‘뻔했다’라는 느낌이 다분합니다.

 



“담백, 칼칼 꼬꼬면”(2011, 팔도)


 스타마케팅의 가장 큰 장점은 브랜드를 소비자에 효과적인 각인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에 꼬꼬면은 ‘이경규가 직접 만들었다’라는 특수성까지 붙습니다. 이렇게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제품이기에 장황한 수식이 필요 없겠죠. 단지 광고 시리즈마다 분명한 메시지를 하나씩 심어놓습니다. 게시한 위 광고에서는 이경규 씨의 전문성을 은연히 잠재해놓았습니다. ‘4분 끓이고, 물은 500ml 넣을 것’이 별반 특이한 게 없어 보이지만, 개발자 이경규 씨가 멘트로 꼬꼬면에 특수성을 부여한 것입니다. 위의 광고보다 앞선 티저광고도 있었는데 메인카피는 ‘라면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었습니다. 기존의 라면과는 다른 새로운 라면임을 부각하였는데요. 어쩌면, 맛에 대한 자부심과 탄탄한 팬덤이 있었기에 가능한 광고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본질에 충실한 광고, 기스면



“청양초 맑은 라면, 기스면”(2011, 오뚜기)

 

 ‘하얀 라면’이 인기를 끌자, 후발주자로 들어온 제품이 바로 오뚜기의 [기스면]입니다. 이전 라면들은 다 여름에 출시되었다면, 이 라면은 11월, 겨울 무렵에야 출시되었습니다. 광고를 보면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하얗다’라는 점을 강조합니다. ‘나도 하얀 라면이야’라는 점을 어필한 것 같습니다. ‘나가사끼 짬뽕’과 대조적으로, 여기는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씁니다. 그것도 JYJ의 박유천 씨를 모델로 기용했네요. 아마, 10~20대 초반의 여성을 타깃으로 한 듯싶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제품 특징, 그러니까 맛에 대한 어필을 강하게 합니다. ‘맵다’, ‘맛있다’, ‘깔끔하다’ 등 30초 동안 맛에만 집중하였습니다. 참 솔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는 광고의 정의를 ‘정보 전달’과 ‘설득’이라 배웠는데, 이 두 개념을 오롯이 담아낸 광고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비자를 얼마나 자극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머리에 맴도는 카피나 메시지가 부족하다고나 할까요. ‘기스면은 이런 라면이다’라는 점을 뚜렷이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렇게 라면 시장은 계속 변화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얀 라면’이 이제야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았는데, 요즘은 ‘굵은 라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동안 싸움을 관망하던 농심사가 주도권 회복을 위해 새로운 승부수를 던졌는데요. 여기서 또 어떤 경쟁자가 나타나고, 누가 이길지는 모르겠습니다. 승부를 판단해 줄 소비자는 그저 제 입맛대로 사 먹겠죠.

 

긴 글을 마치니, 이제 배가 고픕니다. 모니터로만 라면 광고를 연달아 봐대니 정말 미치겠습니다. 저는 김치에다가 라면 한 사발 해야겠네요. 여러분은 무슨 라면 드실 건가요?

 

광고를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다 할만한 지식은 고사하고, 과제와 싸우고 있습니다. 그래도 매력 있는 전공입니다. 

한 교수님께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물어보셨습니다. 


“광고는 무엇일까요?”

 

누구는 표현이라 이야기하고, 다른 이는 예술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은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광고는 프로포즈(Propose) 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는 세상. 자고 일어나면 경쟁사가 아메바처럼 늘어나는 그 세상에서 광고는 시청자에게 애절하게 “Buy me" 혹은 “Use me"라는 프로포즈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참 기구한 운명입니다. 15초 안에 혹은 흑백 지면 안에서 누군지도 모를 이에게 설득해야 한다니 말입니다. 그런데도 광고는 그 운명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광고는 그 ‘프로포즈’로 말미암아 끊임없이 TV와 신문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을 보면 억척스럽기까지 합니다.

 
광고를 보다 보면, 앞서 말씀드린 ‘프로포즈’를 공공연하게 볼 수 있습니다. 90년대의 냉장고 광고들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90년대 후반까지 냉장고 광고는 주로 ‘우리 기술이 최신식 기술이다.’ 혹은 ‘우리가 제일 잘 만든다.’라는 어필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때 대우는 ‘탱크’라는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탱크처럼 강하고 튼튼하게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당시 대우의 광고는 유수의 석학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일종의 증명인 셈이죠. ‘이렇게 박식한 전문가가 직접 우리 냉장고를 만든다.’라는 메시지로 시청자에게 품질의 신뢰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노력인 것 같습니다.


대우냉장고의 광고 ‘탱크주의’ [1994-1995]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고등어 지못미ㅠㅠ) 삼성냉장고 ‘문단속’ [1995] (출처 : 네이버블로그)


삼성전자도 맥락은 비슷합니다만, 얼핏 보면 품질에 안달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습니다. ‘회전냉각방식’이라는 신기술을 어필하긴 했지만, 도입부부터 한가롭게 고등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여유롭기까지 합니다. 명색이 삼성전자니까 여유를 부려본 것이었을까요.


하지만 마지막 컷이 반전입니다. ‘세계 1등 제품만 만들겠습니다.’라는 카피와 함께 삼성전자 로고가 등장하는 장면입니다. 이제는 국내에서 더 나아가 세계에서도 1등을 하겠다는 포부를 한 문장에 다 담은 것입니다. 이미 브랜드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상태이기에 획기적인 새 시도보다는, 이미 각인된 브랜드를 공고히 하는 데에 주력한 것이죠. 더욱이 반도체로 자사 이름을 날리던 시기이기에 ‘기술’이란 키워드에 더욱 자신감을 내보였습니다. 이렇게 맥락은 조금씩 달라도, 공통적인 결론은 ‘우리 냉장고는 다른 데보다 튼튼하니까(좋으니까) 한번 써봐’라는 프로포즈였던 것입니다.

 

재밌는 것은 이런 식의 프로포즈도 오래가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냉장고 이야기를 계속해보죠. 2000년대 들어서면서 냉장고 광고의 주인공은 ‘주부’가 아니라 ‘여성’으로 전환이 됩니다. ‘신선해요’, ‘기술이 좋습니다’ 이런 컨셉에서, 한 여자의 삶에 주목하기 시작합니다. 여러분도 잘 아는 카피도 이때 쯤 등장합니다.

 

“여자라서 너무 행복해요” (2000, DIOS)


 (출처 : 네이버 블로그)



냉장고가 이제 음식의 신선함만이 아니라, 여성의 삶까지도 안락하게 만들 수 있다는 메시지인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잘 만든 광고라고 생각합니다. 기술로 어필하느니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보자는 계산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냉장고의 타겟을 주부라는 것에만 주목했던 과거와 달리, 가정의 주부에서 벗어나 개인이자 여성이라는 점을 내세운 점은 시대에 잘 부합한 광고라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그 메시지는 여성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고, 이후 대부분의 냉장고 광고 모델은 지금까지도 화려한 여배우를 기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결국 프로포즈에서의 경쟁에서, 누가 그 시대 소비자의 마음을 빼앗느냐가 승부가 갈리는 것입니다.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경쟁하는 광고는, 어찌보면 치열한 일종의 스포츠 경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동시에 자본 간의 경쟁에서 꽃피운 하나의 예술이라고도 정의할 수 있겠네요. 그 치열한 이야기, 혹은 주목 받지 못했지만 개성 있는 광고들을 이제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저는 딱딱한 전공서적을 볼지언정, 여러분들에게는 재밌는 광고들을 전달해드리기 위해 노력해보겠습니다. 주로 한국 광고(TV-CF, 신문 지면광고)들에 대한 컨텐츠를 전할 생각입니다. 이유는 여러분들이 가장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소재이면서, 광고와 함께 당시 시대상과 사회 모습을 곁다리로 짚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광고라고 쓰겠지만, 여러분들에게는 스쳐간 추억으로 읽을 수 있는 글들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재밌는 광고는 많습니다. 그걸 찾아서 재밌게 ‘썰’을 풀어내는 게 저의 몫이겠죠.
조만간 다시 글로 뵙겠습니다. 그저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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