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어벤져스에 대한 감상평을 묻는다면 본 후에 같이 얘기해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니까 직접적으로 말하면 이 영화에는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이 있고, 재미의 개인차가 있으니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먼저 밝히자면 개인적으로 필자는 이번 어벤져스 시리즈를 재미있게 감상했다. 캐릭터도 좋아할뿐더러 우리나라의 영화에서는 볼 수 없는 시원시원한 스케일이 좋았다. 울트론이나 비전과 같이 인간이 아닌 캐릭터들도 나쁘지 않았고, 한국의 수도인 서울까지 등장하는 등 실로 볼거리도 많았다. 그러나 그 볼거리는 너무 과한 측면이 있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

 

 

볼거리가 넘쳐나서 관객의 시선은 분산되어 혼란스럽고, 생생함을 위해 3D 버전을 선택했다면 그 시선 분산의 정도는 빈번하다. 큰 스케일과 화려한 액션, 스크린에 가득 찬 볼거리들, 많은 캐릭터의 등장 등 시선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를 정도다. 물론 그것이 어벤져스라는 영화를 구성하는 하나의 장치임에 틀림없다. 필자 역시 그런 장치를 좋아하는 편이고, 그런 화려한 장치들로 구성된 영화를 종종 감상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 부분만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지난 시리즈에 이어 이번 영화에까지 그런 요소들이 복제되듯 등장했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생긴다. 적어도 이번 시리즈는 어벤져스1(편의상 1, 2의 개념으로 나누어서 지칭한다.)에서 제시되었던 ‘여러 영웅들이 하나의 팀으로 적과 싸운다면 어떻게 될까?’를 보여주는 데에서 그치지 말았어야 했다. 단결력 있는 하나의 팀, 그리고 그에 따른 영웅들의 모습을 보여줬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벤져스2는 여전히 하나가 되지 못한 팀의 연장선상에 있다. 캐릭터는 여전히 개인적으로 행동하고, 새롭게 등장한 영웅들 역시 팀 어벤져스에는 아직 어색해 보인다. 사실 캐릭터의 이러한 행보는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토르와 아이언맨만 놓고 봐도 장르가 신화와 SF로 거의 반대의 장르에 속하지 않는가. 한 영화 안에 여러 캐릭터들을 모아 놓았으니 개별적으로 행동하고 갈등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벤져스1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팀워크 구축의 상황으로 회귀한 어벤져스2의 내용이 관객에게 마냥 반가울 리가 없다. 두 발 전진을 위해 한 발을 물러섰다고 하기에는 아쉬운 포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환영이라는 장치를 삽입해 캐릭터 스스로를 분열시키기까지 하니 지켜보는 관객은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선은 여전히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표류하고, 3D와 스케일로 인해 점차 피로해진다.

 

이러한 피로감을 무릅쓰고 모두가 기대했을 한국 배경에 대해 언급하자면,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한국 관객들이 열광할 만한 한국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얘기해주고 싶다. 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유명한 영화에서 한국이 등장한다는 점은 자국민으로서 기쁜 일이지만, 이 영화에서 과연 한국이라는 배경이 등장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기 때문이다. 첫 번째 의문, 헬렌이 한국계이기 때문에 한국을 선택했다? 헬렌의 혈통만으로는 영화의 배경의 하나로 서울을 선택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그녀의 지식을 얻기 위해서 울트론은 그녀가 있는 곳으로 가야만 했다. 그러나 사실 헬렌은 굳이 서울에 있을 필요가 없는 인물이다. 그녀는 외국어와 첨단 기술에 능통하고 이 때문에 다른 인물들이 조언을 구하는 대상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첨단 과학의 중심지로 서울을 선택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액션신이 등장한 강남 일대가 참 평범하기 그지없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에 네티즌들이 합성해서 올린 배경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다. 물론 촬영을 빌딩숲 한 가운데에서 진행할 수는 없었겠지만, 적어도 첨단 과학을 보여줄 만한 배경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을 것이다. 본 적 없는 전철의 등장신이나 다리 위에서의 액션신보다 그런 필연적인 구체적인 배경이 먼저 설정되었어야 했다. 그런 설정 없이 서울을 등장시키다보니 필요 없는 전철의 질주신이 등장하고 다리 위에서의 액션 장면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점점 따지다보니 이 영화에서 한국의 도시 서울이 등장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이번 어벤져스2에 대한 한국인들의 기대를 높이고 싶은 마블의 노림수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아마 마블사에서 최근 개봉했던 영화 중 킹스맨의 한국 흥행을 눈여겨본 결과일지도 모른다.

 

 

추가적으로 헬렌의 첨단 과학 연구소는 한국인도 잘 인지하지 못하는 서울의 인공섬(세빛섬)에 있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통해 서울시가 어떤 홍보효과를 누리고 싶었다면 이 역시 실패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그 인공섬을 가보고 싶은 장소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으며 이를 활용한 홍보도 역시 미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지하철을 타고 삼각지역 근처를 지났던 사람들이라면 아마 어벤져스의 촬영지를 언급하는 방송 내용을 들은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어벤져스라는 단어를 제외하고는 전체적으로 잘 들리지도 않는 그 방송을 들으면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 여기가 그 인공섬 근처인가보다.’ 정도일 것이다. 한국인에게도 그렇다면 외국인에게는 오죽할까. 만약 홍보 효과를 노린다면 한국인도 잘 모르는 섬을 외국인에게는 어떻게 설명하고 홍보해야할지 고민을 해봐야할 문제다. 물론 여전히 그만큼의 홍보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다.

 

그 다음으로는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어벤져스는 영웅이 많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많은 인물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관객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인물에 집중 된다. 사실 이전 시리즈보다 어벤져스2에 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는 사실에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새로운 인물들은 팀 어벤져스에는 어색해보였을지 몰라도 인물 자체만으로 보면 의외로 자연스럽게 영화 안으로 녹아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비전이 제일 좋았다. 그 특유의 인간인 듯, 인간 아닌 표정이라든가, 펄럭이는 망토가 왠지 모르게 정겨웠다. 그가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울트론과 대조되는 그의 인간미(그것을 인간미라고 할 수 있다면)에 빠져드는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온 후에 포스터에서 그를 보니 왠지 더 친근하고 반갑기까지 했다. 새로운 인물로 등장하는 쌍둥이 남매의 경우도 같은 팀으로 합류하게 되는 스토리의 개연성 측면에서는 의문이 들기도 했으나 그 자체의 캐릭터로는 나쁘지 않았다.(나중에 그들이 다른 영화에서 등장하는 캐릭터라는 것을 알았으나 어벤져스2에 등장하는 그들은 그런 배경 없이도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남매는 둘 다 어벤져스에 계속 남아있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퀵 실버가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서 남매의 활약을 한 번 밖에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그러나 동시에 이 부분은 예상치 못한 전개라 다소 신선하기도 했다. 특히 스칼렛 위치가 어벤져스 팀에 계속 잔류하게 되는 강력한 계기가 될 만한 사건이었음에는 틀림없다.

 

한참이나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했다. 그런데 전혀 이상하지가 않다. 그들의 비중이 기존의 어벤져스만큼, 혹은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이상하게도 이번 시리즈에서 기존의 캐릭터들은 그 이전 시리즈의 임팩트가 없다. 외면적으로나 내면적으로 상처입고, 갈등하고, 어딘가로 떠나기까지 한다. 신이라는 토르 역시 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환영을 조심하라고 다른 이들에게 경고하는 와중에도 본인도 환영에 당한다. 그 뿐인가? 위급한 상황에서도 알아볼 것이 있다며 훌쩍 떠나기까지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영웅들이 이렇게 책임감이 없었나? 내가 마블의 세계관을 공유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영웅들을 쉬게 해주기 위한 장치라고 하기에는 관객에게 너무 불친절하고, 책임감이 없는 처사다.

 

심지어 어벤져스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호크아이의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면은 더더욱 그렇다. 캡틴 아메리카와 아이언맨이 나무를 하는 장면은 누군가에게는 신선해보였을지 몰라도 나는 전혀 재미의 요소를 느끼지 못했다. 호크아이가 가정을 이루고 따뜻한 장면을 보여주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그런 느낌으로 다가왔다.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호크아이가 그저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장치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제작진이 영웅들의 인간미와 은퇴를 위해 이를 설정한 것이라면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이번 영화 한 편을 보고 어벤져스1에서 환호했던 영웅에 대한 환상이 어느 정도 시들해졌고, 그 영웅 중 일부의 은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어벤져스1보다 더 심화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캐릭터의 힘을 조금 뺀 것이라고도 얘기한다. 물론 그런 심화된 것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마블에서도 가벼운 농담만으로 영화를 채우기는 어려웠을 것이고, 영화 관련 키워드 중에는 분명 사람, 인공, 도덕과 같은 단어들이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런 키워드를 다뤄보고 싶어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마블이 그런 것들을 전혀 하나로 묶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사람과 인공지능에 관한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었다면, 이는 울트론과 아이언맨을 중심으로 좀 더 극대화시켜서 표현했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둘은 비슷한 존재에 대한 라이벌 의식 정도로만 표현된다. 정체성이나 도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면 각자의 내면적 갈등만이 아니라 좀 더 대립하는 양상을 보인다던가, 쌍둥이 남매가 기억하는 스타크 사의 폭탄과 같은 문제를 좀 더 다뤘어야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다룰만한 요소들은 그저 스쳐지나가기만 할 뿐이다. 이를 위해 캐릭터의 힘을 뺐다고 하기에는 힘이 빠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쯤 되니 어벤져스2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만 다룬 것 같은데, 혹시 누군가 오해할까 싶어 다시 언급하자면 필자는 사실 어벤져스2를 꽤 재미있게 감상했다. 원래 좋아할수록 더 아쉬운 점이 더 잘 보이기 때문에 지적할 것이 더 많았을 뿐이다. 필자는 어벤져스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고 싶고, 그를 위해서는 어벤져스2의 아쉬움을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은 칭찬보다는 지적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에 다룰 이야기는 꽤 중요하다.

 

 

마블의 열혈 팬들에게는 어쩌면 적용되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위에서 언급했던 많은 아쉬운 점들과 더불어 어벤져스2를 접하는 필자와 같은 일반 관객에게는 더 복잡한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이 영화 하나에 많은 이야기들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마블이 그리는 큰 그림을 잘 알지 못하는 필자는 종종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웠다. 사전에 어벤져스2에 연관된 영화를 전부 보지 않았고, 봤다 할지라도 그 순서가 뒤죽박죽인 탓이었다. 그러니까 마블영화의 특징인 쿠키 영상에  이야기하자면, 이전 쿠키를 먹지 않으면 나중에 먹는 쿠키의 맛을 알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먹어도 맛을 알 수 없는 쿠키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전작보다 어벤져스2는 마블영화 초보자에게는 더 불친절한 영화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문제는 앞으로도 더 심화될 것만 같다. 마블이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을 계속 만들어내는 이상 마블의 세계관을 정독하지 못한 관객들은 점차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다른 영웅들이 등장한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더 머리가 아픈 문제다. 이에 대해 마블은 굉장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부족하면 니들이 찾아보든가.’라는 식의 태도로 구체적인 설명을 생략하며 전작보다 더 불친절한 영화를 만들어낸다. 이 같은 태도는 새로운 마블 초보들이 마블 영화에 입문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들고, 기존의 마블 팬들을 더 오타쿠스럽게 만드는 데 한 몫 한다. 일부 마블의 열혈 팬들은 더 즐길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나올 시리즈를 감안했을 때 이는 결코 발전적인 방향이 아니다. 영화가 그들만의 축제가 되어버리면 마블 시리즈는 그저 팬픽 문화 이상으로 발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팬픽 문화 수준에 머무는 것이 나쁘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세계관을 이해하는 팬들만 존재할 경우 마블 시리즈는 점점 안드로메다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마블은 팬픽 문화 수준에 머무는 것을 경계해야만 한다. 모두가 이해하는 것을 더 친절하고 설득력 있게 만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때문에 마블은 마블만의 세계관을 더 정교하게 짜고 싶다면 열혈 팬들이 아무리 많다 할지라도 일반 팬들을 위한 통로를 반드시 열어두어야 한다. 앞으로의 마블 시리즈가 팬픽 수준으로 고착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런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는 앞으로의 마블 시리즈는 점점 그들만의 축제가 되고, 상황은 점점 나빠질 것이다.

 

물론 찾아볼 수 있는 연결 영화들이 있다는 것은 정말 다행인 일이다. 그런 면에서 연결 영화가 많은 마블은 참고할 영화가 많아 좋지만, 좋은 영화라면 한 편의 내용만으로도 초보 관객까지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운 마음이 남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마블 영화를 보며 얻은 교훈은 있다. 적어도 새로운 마블 쿠키를 맛보기 전에 이전 쿠키들을 순서대로 다 맛봐야 그나마 맛을 알 수 있다는 것. 필자는 다음 쿠키를 위해 이번에는 이전 쿠키들을 맛보고, 우유도 마시며 다음 쿠키의 맛을 최대한 느껴볼 예정이다. 아마 다른 관객들도 필자처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마블에서도 이를 감안해 좀 더 친절하고 맛있는 쿠키를 만들어주길 기대해 본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