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i30라는 차가 있습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선 그렇게 인기가 많지 않던 준중형 해치백이었는데요. 그런데도 파격적인 어필로 당시 여성 고객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차는 기억이 나실지는 모르겠지만, CM만큼은 한번 쯤 들어보셨을텐데요.


New street icon, i30 (현대차, 2007)


“난 사람 예쁜 사람 이리 많은데, 어쩜 모두 하나 같이 똑같은건지
달라 달라 달라 난 달라 내가 타는 차가 바로 그 차 i30야.”


‘달라, 난 달라’라는 카피가 귀에 감깁니다. 아마 CM을 제작하신 분들도 이 부분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겁니다. ‘난 달라’라고 고객한테 강한 어필을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시장에서 수많은 제품에 묻히지 않으려면, 기존과는 색다른 매력을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이렇게 제품이 차별화된 강점을 내세우는 전략을 USP라고 합니다. USP는 ‘Unique Selling Proposition'의 준말입니다. 독특한 판매 포인트를 제의한다, 그러니까 브랜드가 가진 강점을 고객에게 제안하는 마케팅 전략인 것입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자신만의 모든 강점을 살려서 말할 수는 없습니다. 강력한 강점, 고객에게 팔릴만한 매력만을 모색하는 것이 USP 전략의 승부처입니다. 


청정원은 왜 느림보 간장을 만들까요? (청정원, 2014)


청정원의 ‘햇살담은 간장’의 유튜브 15초(5초 뒤 스킵)광고입니다. 15초 동안 전하는 말은 고작 3문장입니다. 그 3문장이기에 더 간결하게 그리고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광고에서는 USP를 느림보로 잡은 것 같습니다. ‘느리지만, 우리 간장만큼은 건강하게 만든다.’라는 어필을 한 것입니다. 솔직히 고객 입장에서는 제품이 정말 느릿느릿 만들어지는지는 알 수는 없습니다. 마트에 가면 매일 물건이 들어와 진열되어있기 마련이고, 직접 제조 공정을 본 것도 아니니까요. 그럼에도 ‘느림보’ USP 전략은 꽤 예리한 어필입니다. 이는 ‘모두들’ vs 청정원의 구도로 시작한 것에서 볼 수 있습니다. 빠름에 열광하는 모두들과 비교했을 때, ‘청정원’ 자신을 홀로 느림을 고집하는 건강한 제품으로 보일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초반 카피에 ‘청정원은 왜’라고 운을 떼며, 소비자에게 물음을 던지는 것도 이를 뒷받침하기 위함입니다. 이 물음은 어차피 ‘답정너’입니다. 답은 정해져있고, 소비자는 그대로 ‘인식’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되는 시나리오이니까요. 자연스레 광고를 보는 이들의 의식에 ‘청정원 간장은 다르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USP는 광고 전반에서 많이 쓰입니다. 아니 쓰일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과정입니다. 어느 회사든지 신제품을 기존에 있는 것과 똑같이 내놓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없던 참신함과 다를 수 있는 점을 연구해서 브랜드를 구상해야합니다. USP는 바로 여기서 쓰입니다. 제품에 가치를 더하고(말이 어렵나요. 그냥 고객이 인지할 수 있는 의미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브랜드만이 갖는 컨셉과 이미지 등을 제품에 부여하는 과정이 이어서 따라붙는 것입니다. 이 계획대로만 굴러가면 브랜드는 소위 ‘대박’을 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시장의 입맛에 맞게 브랜드에 손질을 하거나(재포지셔닝이라고 합니다), 최종적으로 폐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브랜드가 태어나고, 살아남고, 때론 소리 없이 사라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손에서는 녹지 않고 입 안에서만 녹아요.’ (M&M) 
대표적인 USP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USP 전략이 유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독창적인 메리트나 차별성을 찾아야하는데, 매번 화려한 강점을 찾는 것 또한 쉽지 않습니다. 이때 생각해야 할 다른 변수는 결국 소비자의 인식을 누가 먼저 가져가는지에 달렸습니다. 다른 제품에도 똑같이 있는 장점임에도 누가 가장 먼저 소비자에게 어필하느냐 말입니다. USP의 최종 목적은 자신의 브랜드가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손에 잡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은 소비자가 알지 못했던 (소비자의)이득이 될 수 있는 점을 변별력있는 장점으로 뚜렷하게 보여야 합니다. 그 장점을 누구나 갖고 있다 해도, 대중이 모르고 있었다면 그 장점은 가히 ‘먼저 말한 사람이 임자’가 되는 셈인데요. 그래서 많은 기업이 새로운 공법이나 서비스를 찾아 어필하는데 매진합니다. 그 중에서 어떤 것은 정말 새로운 기술일 수도 있겠지만, 경쟁자도 가졌는데 말만 먼저 했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손자병법에 ‘출기제승’이란 말이 있습니다. 원칙만으로 싸워서는 이기기 어려울 때, 원칙을 살짝 바꾼 ‘기묘함’(奇)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을 말합니다. 여기서 기묘함은 반칙이 아니라, 미묘한 차이 하나를 찾아 반전을 꾀하는 것입니다. 기술과 기능은 갈수록 대동소이가 되어가는데,  ‘남들 다 하는’ 싸움에서  ‘남들 다 아는’ 전략으로는 상대를 맞설 수 없습니다. 이 상황에서 USP는 그 기묘함을 찾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자신에게만 있는 기묘함으로 상대를 맞서는 것이고, 제품이 팔리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오늘날 모든 광고계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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