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70만 년 전, 여성들은 조개를 열심히 모았다 한다. 그 당시에는 먹고 살기 위해 틈만 나면 조개를 잡으러 갔다는데 그 습관이 지금까지 남아 현대의 여성들도 열심히 무언가를 모으게 됐다한다. 
이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겠으나 내 주변의 여성들은 뭔가를 모으는 취미가 있다. 우리 엄마는 틈만 나면 화분을 사다 모은다. 베란다가 포화 상태가 돼서 안방, 내 방 심지어 복도에도 화분이 길게 줄서 있지만 그래도 계속 해서 모은다. 나의 점심 짝꿍 주임님은 컵을 모은다. 예쁜 컵을 계속해서 산다. 컵이 너무 많으니까 한 번만 더 사오면 버려버릴 것이라는 부모님의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컵을 산다. 
나는 책을 산다. 시작은 단순했다. 책을 너무 안 읽어서 일 년에 책 100권 읽기를 목표로 책을 모으기 시작했다. 10년 전에 시작한 책 읽기 프로젝트는 이제 책 모으기 집착으로 이어져 무조건 산다. 쌓아놓으면 언젠가는 보기 때문에 일단 산다. 책을 많이 사는 사람이기에 어떻게 하면 책이 팔리는지 잘 알고 있다고 자부했다. 그 말을 후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출판사 창업을 위해 열심히 읽었던 책! '내 작은 출판사 시작하기'

 

2015년의 어느 날. 1인 출판사 준비를 시작했다. 가장 먼저 한 것은 1인 출판사 창업과 관련된 책을 읽는 것이었다.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계속해서 읽었다. 책을 읽어보니 서류를 등록하는 절차 빼고는 특별하게 어려운 것이 없어보였다. 그래서 책을 읽자마자 다음 작전에 돌입했다. 그것은 출판사 경력 3년! 지금은 프리랜서 생활을 하고 있는 후배를 꼬시는 일이었다.

 

‘나랑 책 만들지 않을래?’

 

그렇게 후배는 꼼장어 한 접시에 넘어왔다. ‘됐어! 편집하고 전문적인 것은 후배에게 맡기는 거야!’라고 너무도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후배를 만나고 2일 뒤, 출판사 이름을 정했다. 사실 출판사 이름은 어렵지 않게 정했다. 인문/역사서를 주로 출간할 예정이기에 그에 맞게 ‘금강초롱’이라는 이름으로 정했다. 금강초롱은 우리나라 특산종인데 일제강점기에 ‘하나부사야’라는 이름으로 식물학계에 등재된 슬픈 이야기를 갖고 있는 꽃이다. 이런 슬픈 이야기를 담아보고 알려보자는 마음으로 금강초롱이라고 출판사 이름을 정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문화재제자리찾기의 책을 담당할 것이기에 문화재제자리찾기라고 이름 지을까하다가 혹시, 책 판매가 제자리걸음을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마음에 금강초롱으로 정했다. 사장이 된다는 건 미신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었다.)
출판사 이름을 정한 뒤 출판사 이름 등록여부를 검색 시스템을 이용해 알아봤다. 금강초롱은 없었다! 야호! 이 이름은 제가 가져갑니다!

 

그 다음! 신분증과 집문서, 주민등록등본을 들고 시청으로 갔다. 문화관광체육과로 가니 친절한 직원분이 출판사 등록 신청서를 꺼내 작성하라고 말씀해주셨다. 내 경우엔 사무실을 두지 않고 ‘무점포 창업’이라 하여 사무실 없이 등록했다.
  신청 후, 며칠 뒤에 전화가 와서 등록증을 찾으러 오라 했는데 바빠서 엄마를 시켰다.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자리를 2일이나 비울 수 없었다. 등록증을 받을 때 등록면허세를 납부해야하는데 얼마인지 기억나질 않는다. 허허허. 2만원대 초반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심부름 값까지 해서 엄마한테 10만원을 덜컥 주고 왔던 기억밖에 없다. 우리 엄마. 맛있는 거 사드셨나 모르겠다. 허허허.

 

출판 등록만 하면 끝인 줄 알았지만 아니었다. 사업자등록증을 내야했다! 아이고야. 이 때부터 머리가 지끈 거렸다. 사업자 등록이라는 것은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저기 찾아봐도 사무실 임대차 계약서가 있어야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다는 말에 작은 소호 사무실이라도 임대해야 하는건가 고민이 많았다. 밑져야 본전! 혹시 몰라 세무서에 가서 무점포 창업이라고 했더니 출판 등록증과 신분증만으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했다. 괜히 몇 날 며칠을 고민했던 것 같다. 이제 등록하는 것은 끝인가 싶지만 하나 더 남았다. 국제도서번호(ISBN)이라는 것을 신청해야하는 것이다! 신청은 인터넷을 통해 아주 간단하게 됐다. 검색만 하면 어떻게 등록하는지 친절하게 설명해놓은 블로그가 많았다. 그래서 힘들이지 않고 처리했다! 아! 이제 진짜 다 된 것인가!

 

금강초롱에서 처음으로 발행한 책은 “빼앗긴 문화재를 말하다” 개정판이었다. 문화재 환수운동의 교과서라고 불릴 만큼 청소년 권장도서로 지정된 좋은 책이었기에 개정판을 내는 것이 사실 많이 부담됐다.

 

편집자 후배와 회의를 하면서 출판을 하는데 정해야 할 것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일단 종이! 종이는 다 같은 종이인 줄 알았는데 종이부터 외계어가 시작됐다. 종이에 그람수가 표시돼 있는 견적서를 보고 ‘뭐? 뭐?’ 하며 두 눈을 깜빡였다. 80g이 뭔지 100g이 뭔지 알 수가 출판 경험 없는 내가 알리가 있나! 표지도 다 같은 표지가 아니어서 내가 원하는 질감의 표지를 찾기 힘들었다. 코팅은 어떤지 질감은 어떤지 색깔은 어떤지 등등 일반인의 언어로 설명했더니 내가 원했던 종이가 페스티벌이라는 종이라는 것을 편집자 후배가 알려주어서 그나마 쉽게 진행이 됐다. 아. 종이의 종류! 그러고 보니 판형도 사이즈마다 어떤 느낌인지 감이 안와서 다른 책을 들고 ‘이 사이즈!’라고 외쳤던 것 같다. 또, 책을 인쇄하면 표지와 본문이 따로 인쇄되기 때문에 두 개를 합쳐주는 작업, ‘제책’이라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으아. 책을 좋아하는 것과 책을 직접 내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었다!

 

책은 우여곡절 끝에 어떻게 잘 인쇄됐는지 모르게 인쇄가 돼서 창고로 들어갔고 필요한 수량만큼 받았다. 책이 나온 날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때부터가 더 큰 문제라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

 

내 작은 출판사 창업하기라는 책을 읽으며 출판에 대한 지식을 익혔는데 머리말부터 나오는 심오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출판사는 책을 내놓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내놓고 판매하는 회사다!”라는 이야기였다.

 

서점에 책이 간다고 해서 책이 팔리는 것이 아니었다. 아무리 좋은 원고라도 알리고 또 알리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 것 같다. 5월 17일 출간 기념회를 시작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고 2쇄 인쇄를 앞둔 지금. 아직도 잘 모르겠다. “책은 어떻게 팔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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