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가 2013년부터 궁궐을 조사하면서부터다. 궁궐의 문제점에 대해 책을 집필하는데 그 당시 필자는 사진을 찍고 자료를 정리하는 역할을 했다. 책에 넣을 광화문 현판 사진을 찍기 위해 광화문을 찾았을 때였다. 카메라를 들어 올린 순간 렌즈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아. 또 금이 갔구나.

 

 

 

△ 사진출처 : 본인촬영

 

이 사실을 언론에 알렸더니 곧 기사화 됐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우리 국민들은 매우 분노했다. 현판에 금이 조금 갔다고 국민들은 왜 분노한 것일까? 그것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 그 중에서도 가장 상징적인 광화문의 현판이기에 그랬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징적인 곳을 광화문 광장으로 보는 것은 우리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주요 외신 특파원들이 한국의 소식을 이야기할 때 이순신 장군 동상이 보이는 광화문대로를 선택해 방송하곤 한다. 한국을 소개할 때 세계인이 인식하는 장소가 바로 광화문 앞 대로이기 때문이다. 그곳에 당당히 서 있는 광화문. 광화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현판에 금이 갔다는 사실이 우리 국민들을 분노하게 했을 것이다.

 

사실 이 날 광화문 현판을 촬영하러 간 것은 현판에 금이 간 것을 담아오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현재 광화문 현판색은 흰 바탕에 검은색인데 원래는 검은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씨가 아닌지 조사하기 위해 간 것이다. 이 의문은 문화재제자리찾기 대표가 박정희 대통령이 쓴 현판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인데 왜 지금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일까 호기심을 갖으며 시작됐다.

 

 


△ 사진출처 : 한겨레(당시 현판은 검은 바탕에 흰 글씨였다.)

 

광화문 현판 복원에 대한 의문은 혜문 대표뿐만 아니라 이순우 선생이 제기하기도 했던 사실이다. 조선시대 4대 궁궐로 일컬어지는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의 정문인 돈화문, 홍화문, 흥화문 현판은 모두 검은 바탕에 흰 글씨를 갖고 있는데 왜 광화문만 흰 바탕에 검은 글씨인 것일까? 또, 조선고적도보를 보면 현판부분이 어두워 보이는데 왜 문화재청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가 맞다고 복원한 것일까?

 

 


△ 사진출처 : 문화재청 보도자료

 

문제가 제기되자 문화재청은 2014년 6월 자문회의를 열었다. 자문회의 결과 ‘바탕색보다 글씨 부분이 더 검고, 이음부가 바탕색보다 어둡게 나타나 흰색 바탕의 검은색 글씨임을 재차 확인’했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바탕색보다 글씨부분이 더 검으면 바탕은 흰색이라니 문화재청이 공개한 동경대 소장 유리원판 사진을 보고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정말로 흰색 바탕의 검은 글씨로 써진 경복궁 영추문과 수원화성의 팔달문 사진은 왜 그렇게 선명하게 흰색 바탕이 사진에 잡힌 것일까?

 

 


△ 사진출처 : 조선고적도보(왼쪽 경복궁 영추문, 오른쪽 수원화성 팔달문.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이해 할 수 없었지만 문화재청이 내린 결론에 반박할 사진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 때부터 광화문 사진을 수집하기 시작했다.

 

 


△ 사진출처 : 조선박람회기념사진첩

 

 

 


△ 사진출처 : 강홍빈(2015),『코넬대학교 도서관 소장 윌러드 스트레이트의 서울 사진』, 서울 : 서울역사박물관 조사연구과

 

 

 

△ 사진출처 : 부산박물관(2009),『사진엽서로보는근대풍경4관광』, 서울 : 민속원

 

많은 옛 사진에서 광화문 현판이 검은색으로 보이는데 왜 문화재청만 아니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정도의 사진으로는 문화재청이 검은 바탕이 맞다고 얘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생각날 때마다 광화문, Gwanghwamun, Gwanghwamun Gate, Gyeongbokgung , Palace Gate 등등 각종 방법으로 자료 찾기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SNS를 하다가 사진 한 장을 발견했다. 페이스북 친구인 이대로 선생님께서 공유하신 글에서 광화문 사진을 발견한 것이다. 너무 놀라서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문제는 정확한 출처 확인이었다. 조작된 사진이 아닌지 최종 확인이 필요했다. 아무리 찾아도 출처가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었는데 최종적으로 혜문 대표가 찾아냈다.

사진은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소장한 사진으로 1893년 9월 이전에 서울에서 촬영된 사진이라고 적혀있었다. 검은 바탕에 흰색인지 금색인지 알 수 없지만 바탕보다 분명히 밝은 광화문 글자가 확대하지 않아도 보였다.   

 

△ 사진출처 :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사실 이 문제가 제기된 2014년 MBC 취재 결과 많은 전문가들이 광화문 현판의 바탕색은 흰색일리 없다고 말했다며 인터뷰를 내보냈었다.


당시 기사(MBC, “흰색 바탕에 검은 글씨..복원된 광화문 현판 '색깔' 논란”, 2014년5월31일, 박철현 기자)에서는

 “문화재청은 또 일본 도쿄대가 보관중인 일제 시대 광화문 현판 사진도 확인했다고 해명했는데, 정작 확인 작업을 맡았다는 연구자들 얘기는 다릅니다.
◀ 백성욱/세종대 전산정보원장 ▶
"동경 것(도쿄대 소장 사진)은 저희가 정확한 건 알 수가 없습니다.무슨 색이다...이런 건 저희 작업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국내에 남아있는 1910년대 광화문 사진을 분석한 전문가는 현판이 적어도 흰색은 아니라고 단언합니다.

◀ 김용환/중앙대 사진학과 교수 ▶
"사진이 조작되지 않았다면 현판은 (바탕이) 흰색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렇게 봅니다."라고 보도했다.

 

 

초점이 또렷한 광화문 현판 사진이 나왔다. 이제 문화재청이 다시 답할 때가 왔다.
광화문 현판은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인가? 검은 바탕에 흰색 또는 금색 글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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