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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첫날의 일기10월 첫날의 일기

Posted at 2015. 10. 4. 10:48 | Posted in [어떻게든 하루는 간다]


  


 



   언제 더웠냐는 듯이 쌀쌀해진 날이다. 10월이 시작하기가 무섭게 칼바람이 부는 걸 보니진짜 가을이긴 한가보다사실 나는 가을을 굉장히 좋아했던 사람이다가을에 맞는 쌀쌀한 바람도 좋았고높은 하늘도한 조각 떠 있는 구름도 좋았다무엇보다 생일이 다가온다는 사실이 나를 더 즐겁게 만들었었다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되는 듯한 그 기분은 가을을 기다리게 했었다.


  그토록 좋아하던 가을이 싫어진 건 고3 때부터였던 것 같다.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내 생일도 정신없이 지나가는 하루 중 하나라는 걸 깨달았을 즈음이다. 교정에 은행이 떨어지고 나뭇잎이 지면 수능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체득한 결과, 가을이 온 것을 느낌과 동시에 내가 어딘가에 던져질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었다. 푸르던 잎이 노랗게 변하는 은행나무를 보고 있자면, 준비되지 않은 나 자신이 더욱 초라해졌다. 사람들은 늘 나를 보며 실전에 강한 아이라며 걱정이 없다고 했지만, 수많은 걱정과 근심을 품고 울며 자는 날이 수 없었다.


  5년이 지나, 다시 은행나무 잎이 떨어지는 것을 바라본다.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다시 사회에 내던져질 준비를 하고 있으니 문득 피하고 싶었던 고등학생 때의 가을이 생각났다. 계절이 바뀌는 것에 늘 기쁨의 탄성을 내지르던 지난 사 년과는 달리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나의 인생을 걱정하며 시간이 가지 않길 기도했다. 날을 새며 자기소개서를 쓰고 고치는데도 채워지지 않는 칸을 보며 그간의 삶에 의구심을 느꼈다. 분명히 부족하지 않을 만큼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했건만, 나는 뭘 해왔는지, 뭘 하고 싶은지조차 말할 수 없었다.

 

  그간의 날들보다 훨씬 쌀쌀한 오늘, 나는 고등학생 때처럼 쓸쓸한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었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우는 내 곁에서 말없이 함께 걸어주던 친구가 있던 그때와는 달리 홀로 밤길을 걸어야 했다. 명단에 이름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글자를 한동안 바라보고 나니, 내 삶을 부정당한 느낌이 들었다. 무엇이 문젤까 고민해봐도, 주변 사람들에게 위로를 청해봐도 뻥 뚫린 듯한 마음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괜찮아'라는 말로도 '이게 부족했어'라는 충고로도 마음을 다잡을 수 없는 것을 보니, 오늘은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날인가 보다. 오늘을 마음껏 슬퍼하고 털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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