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알바가 끝났다. 영화관 알바는 심야상영이 완전히 끝나는 시간은 2시. 늦게는 3시까지 일이 이어질 때도 있다. 심야버스가 닿는 곳이라면 다행이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득이 택시를 타야 한다. 그러나 그마저도 이제는 망설이게 될지도 모르게 되었다. 택시 요금이 오르면서 할증도 1천 원이나 더 인상되었기 때문이다.

 


경제적 약자를 위협하는 택시비 인상

 

 택시요금이 인상된 지 1달이 지났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납득하기 어려운 요금 인상인 점은 변하지 않았다. 비단 800원이 오른 것뿐만 아니라, 거리요금과 시간요금도 각각 10m와 4초를 줄여, 132m당 100원, 31초당 100원으로 조정하였다. 여기에 오전 0시부터 4시까지는 심야 할증은 1,000원을 덧붙인다. 신촌에서 충무로까지 6.5km까지 택시를 탄다고 가정하였을 때, 8,600원에서 9,000원 정도의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상의 타격은 고스란히 서민이 떠맡는다. 특히 새벽에 퇴근하는 이들에게는 밤마다 큰 지출을 감당할 수 밖에 없다. 대중교통이 모두 끊긴 4시까지는 택시 외에는 달리 이동할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최저시급이 8,640원인 이 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이들은 임금의 상당 부분을 집으로 가는 택시에서 날리고 있는 것이다.

 

 

2019년 2월 16일 부로 인상된 택시요금 조견표 (출처_서울시)


아무도 이득이 없는 인상

2013년에도 2,400원에서 3,000원으로의 택시 요금 인상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그 요금 인상에 대한 효과가 어떠했는지 체감할 수 없었다. 오히려 안 좋은 점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기본요금 인상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택시 서비스의 질은 크게 향상하였는가? 무엇보다 ‘택시 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되었는가? 일부 몰상식한 기사들의 승차거부는 여전하고, 택시 기사들이 느끼는 ‘후생의 개선’역시 미미하다. 택시회사 업주들이 기본요금 인상분만큼, 택시기사들에게 부과하는 ‘사납금’을 올리는 바람에 기사들의 실질임금 상승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요금은 올랐지만 사납금 납부 후, 기사들이 손에 쥐는 돈은 종전과 별반 다를 게 없게 되었고, 시민들 역시 비싼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회사와 운수 종사자 사이의 부당한 임금 관행 구조개선 없이 행해진 '원칙 없는 기본요금 인상'은 택시 회사 업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출처_“시장님, 그만 좀 올리시죠”, 박성환_2015.6.28)

 이런 상황이니, 택시에 대한 수요는 확연하게 줄었다. 시민들은 급한일이나 체력이 못 버틸 정도가 아니고서는 이제 택시를 찾지 않는다. 자연히 기사님들의 순수입은 줄어든다. 회사에 소속된 택시기사는 울상이 된다. 사납금을 메우려고 손님을 찾으려고 끼니를 거르고 운행에 나선다. 겨우 사납금을 납부하더라도, 월급은 사납금을 못 따라간다. 오직 운행한 만큼 돈을 얻는 개인택시기사와 택시회사 업주만 좋을 뿐, 손님에게도 기사에게도 남는 것이 없는 인상안이 되었다.

 


과연 합리적인 절차가 있었을까
 

 2018년 10월, 택시 요금 인상에 관한 공청회가 열렸다. 사실상 얼마나 올릴 것인지에 대한 인상안 결정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3,800원 안의 인상으로 공청회는 의결하였다. 그 이후 심의는 물가대책위원회와 시의회 의견 청취, 택시정책위원회의 결정이 있지만 있으나마나 한 절차였다. 이유는 지금까지 한 번도 물가대책위와 시의회 의견 청취 과정에 서울시 의견이 부결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서울시 의회의 90% 이상은 여당 소속이기 때문에 인상안 절차는 일사천리로 통과되었다. 


 일련의 과정에서 정작 시민의 의견이 조금이라도 반영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공청회에서는 3가지 안이 나왔는데, 1안은 원가상승분만 인상하고 심야할증을 조정하는 것이고 2안은 1안에 서울시 생활임금 보장 수준의 처우개선을 해 주는 것, 3안은 1안에 서울시 평균 가구원수 중위권 가정의 소득을 보장해주는 수준의 처우개선 안이 나왔다. 대중교통으로써의 고려가 아닌 기사 직업으로써의 생계만 논의된 고려만 논의되었다. 여기서 시민과 경제적 약자에 대한 고려한 부분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공청회 이후 절충적 대안으로 볼 수 있는 ‘카풀’마저도 서울시는 택시의 손을 들어주었다. 택시는 이제 밤이라는 독과점 도로의 주인이 되었다. ‘시민의 발’이라고 자처한 택시는 부조리한 관행은 해결하지 못하고 도리어 시민에게 갑질로 일관하고 있다.

 

 


택시 요금 인상, 이제는 전국이다  


  서울시 택시요금은 전국 택시요금의 바로미터이다. 서울이 요금을 올리면, 지역이 차례로 올린다는 이야기이다. 택시요금 인상은 시민의 반발을 무색하게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는 3,800원으로 기본요금 인상을 4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강원도와 충청북도도 3,300원으로 기본요금을 인상하는 결정안을 곧 적용하기로 하였다. 시민이 빠진 ‘만장일치’로 추진된 서울시의 정책이 이제는 전국으로 영향을 끼치게 된 것이다. 택시 요금 인상으로 결국 국민의 경제적 부담마저 가중시킨 양상이다.

 

2015년 서울시에서는 시민 10만명을 대상으로 '서울브랜드'를 투표를 통하여 "I.SEOUL.U"로 선정하였다. (출처_서울시)


 서울시는 홍보성 치적을 민주적 절차로 진행하였다. 그래서 졸속으로 처리한 기본요금 인상안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 과정으로 시민들은 계속 택시비에 대한 부담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고, 시정(市政)에 대한 신뢰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무작정 인상 반대를 외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인상에 대한 논의가 최소한 일반 시민의 의견을 듣고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런 과정 없이 추진된 기본요금 인상안을 과연 누가 수용하고 합당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누구를 위한 인상안인지 아직도 잘 모를 일이다.

 

 



 남원에서 택시를 탄 적이 있다. 역으로 가야 하는데 시내버스로는 시간이 안 맞아 택시를 탔다. 기사님은 살갑게 맞아주시며, 남원역까지는 금방이니까 걱정 말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미터기에 할증 버튼을 누르는 모습을 보았다.(시내 밖의 다른 면에 들어갈 때에는 할증이 붙는 것이 맞지만, 남원역은 시내 안에 위치해있으므로 일반 주행으로 가야 한다.) 잘해봐야 기본요금 정도의 거리인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릴 때 즈음, 요금 3840원을 내며 여쭤보았다.     


“기사님, 할증은 왜 누르셨어요?

기사님은 영수증이 발급되서야 겨우 말씀하셨다.

“...지방자치세야.”

나는 살지도 않은 남원에서 지방자치세 840원을 택시기사님한테 납부하였다.     




택시를 잡는 손님과 함께 심야 승차거부를 단속하는 단속원의 모습이 보인다.(사진=중앙일보)



 모든 택시들이 이렇게 주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농간은 이미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택시의 폐단은 이미 뿌리 깊게 박혀있다. 손님을 골라 태우기 위한 승차거부와 목적지까지 굳이 빙빙 돌아가는 주행 행위들은 비일비재하게 자행되어왔다. 승차거부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있다고는 하지만, 기사들은 교대시간과 같은 사정을 들어 단속에서 벗어나기 쉽다. 이런 연유로 승차거부 신고의 90%는 증거 불충분으로 처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어지간하지 않은 이상 기사들은 손님을 가려도 크게 손해 볼 일이 없는 것이었다. 반대로 차가 없는 시민이나 교통약자에게 있어서 택시는 일상에서 ‘어쩔 수 없이’ 타야만 하는 수단이었다. 심야에는 더욱 그러했다. 택시는 상전이 되었고, '어쩔수 없이 타야하는' 시민들은 콘크리트층처럼 견고한 수요층이 되었다.     


 여기에 택시 요금(서울시 기준)은 내년부로 인상이 확정되었다. 2013년에 600원이 오르고 5년 만에 다시 800원이 오른 것이다. 두 요금 인상 과정 모두 시민의 여론 수렴 과정은 없었다. 또다시 시민들은 근거 없는 인상을 받아들여야 하게 되었다. 과거 2013년 박원순 서울 시장은 인상안에 앞서 "시민 서비스 개선과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첫 택시요금 인상이 되길 기대한다 “라고 말헀지만, 5년간 시민들은 인상에 따른 서비스의 개선된 모습을 전혀 인지할 수 없었다. 나아진 것 없이 부담만 가중된 셈이다.     


 최근 카카오의 ‘카풀 서비스’ 도입에 택시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어제 전국적으로 파업에 돌입하였고, 여의도에선 대규모 집회와 행진이 있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택시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오히려 택시가 없으니 더 빨리 출근할 수 있었다거나 칼치기가 없어져서 좋았다는 반응들이 다수였다. 파업에 대한 지지하는 의견은 좀처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카풀도 기업의 영리 행위의 일환이므로 이를 옹호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허점과 한계는 분명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가 분개하는 것은 택시의 개선과 자성의 목소리는 하나도 없이 자신들의 기득권 사수에 여념이 없는 작태에 대해서이다. 카카오 측은 출퇴근시간 한정과 휴일에는 카풀금지로 타협안을 제시했지만, 택시 업계는 무조건 도입 반대를 주장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에도 택시는 5년간 시민들에게 1,400원의 요금을 인상안을 받아들이며, 우리는 지속적으로 승차거부와 칼치기를 당하고 있다.


 ‘카풀’은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다. 택시에 쌓인 불만이 새로운 수요가 맞물려 이어진 것이다. 소비자의 선택임에도 택시업계는 정부의 오판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내년부터 3,800원의 기본요금을 부담해야 하는 시민 입장에선 택시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소비자의 선택을 침해하는 행위와 함께, 공유경제라는 새로운 파이를 강제적으로 축소하게 된다. 이는 기득권의 일방적인 폭리를 고수하고자 하는 주장이다. 이미 시민들은 기존의 택시 행태에 대해 시민들은 적폐로 규정할 만큼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있다. 그런 적폐에 대한 해소 의지가 없다면, 시민들의 시선은 계속 카풀로 고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