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상에 지쳐 여행 떠나고 싶어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추운 겨울에 제주도에 갔었던 적이 있다. 그때 명창으로부터 배운 노래가 바로 ‘너하고 나하고, 너랑나랑’이라는 뜻을 가진 제주도 방언인 ‘느영나영’ 제주도 민요이다. ‘느영나영’민요(한번 들어보시길)를 연신 따라 부르던 당시 나의 모습을 회상해보면, 여행이라는 낭만에 젖어 ‘김종욱찾기’ 영화속 이야기 같은 사랑과 뭔가 새롭고 다르고 완벽한 유토피아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에 계속 해서 혼자 도피하듯이 돌아다니고 있었던 중이었다.그때 ‘왜 나는 내가 살아야 할 곳을 정하지 못하고, 모두가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홀로 해결하려고 돌파구를 찾아 해매고 있나’ 하는 물음이 생겼었다. 요즘 다들 힘들다는데 내 고민을 당신에게도 묻고 싶다.



요즘 잘 지내시나요? 지금 지내고 있는 곳에서 당신는 함께 잘 살고 있나요?


느영나영 사는 세상: 분절화된 개인과 냉혹한 경제


고향 떠나온 난 도시에서 모든 걸 돈으로 부담하고 내가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고 느꼈다. 무엇을 할 때마다 돈돈돈 할 수 밖게 없었고 소비를 해야만 삶이 가능하도록 되어있었다. 살다보니 어느 순간 마을시장에서 단골가게를 가서 관계를 형성하며 하는 소비보다 대형마트가서 싸고 깨끗해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들어있는 걸 사는 게 더 익숙해졌다. 밥한끼 제대로 챙겨먹기 보다는 어딜 가든 있는 편의점에서 손에 있는 돈에 맞춰 저렴한 가격에 한끼 떼우는 게 편해졌다. 또, 기업들이 찍어내는 제품트렌드에 따라 TV와 인터넷에서 소문난 제품을 수동적으로 소비하고, 내가 세일해서 산 것에 대한 이야기를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그런 일상 속에서 뭔가 모르는 공허함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다. 또 나는 뭔가 허전한 마음을 휴대폰과 카드로 소비하며 해소하려 한다. 내가 쓰는 이 돈이 어디로 흘러가고, 내가 쓰는 이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구의 노동력이 들어가고 어떤 환경적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제품의 정보에 관해 잘 모른다. 지금 하는 소비의 의미에 대해 무관심한 채 일시적 내 효용과 만족감을 위한 소비만 하는 내 자신을 문뜩 발견한다. 모두가 이런식으로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분절화된 개개인되어 홀로 합리적이고 경제적 선택이라고 믿는 소비를 하고 있다. 개인이 쓴 돈이 소수의 누군가에게 더 많이 돌아가는 소비가 될 수 있고 누군가의 노동과 소중한 자원에 대한 고려 없이 계속해 소비를 해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 소비자로서 비대칭한 정보로 잘 알지는 모르지만, 뭔가 소모적이고 일시적 소비를 하는 우리는 계속 이렇게 살아가는게 가능할까? 화폐적으로 나만을 위한 소비가 아닌, 사회적자본로 이루어진 소비로 지속가능하고 좀더 따뜻한 경제가 될도록 우린 할 수 있다.


사회초년생인 나는 나름 희망차게 사회생활에 적응하려 노력하지만 구조적으로 내가 할 수 없다는 것을 매번 증명받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을로서 살아가는 위태로운 고용형태이기에 내가 일하는 만큼 노동의 대우를 받나 의문이 들지만, 이 일마저 없어지면 안되기에 야근도 하며 버틴다. 많은 직장인들이 ‘미생’이기에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질 것이고, 사회생활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있는 것이라곤 몸뚱이 밖에 없어 착실히 일해서 노동소득으로 좀더 나은 미래를 꿈꾸고, 나와 나의 가족들, 나의 사람들의 안정적 생활과 삶을 위해 노력한다. 그렇지만 지금의 경제체제에서 우리는 노동이 아닌 돈으로 돈을 벌기 쉬운 세상이라는 것을 목격하고, 고도로 발전되고 있는 금융시장에 진입해야겠다는 생각도 들기도 한다. 출근하면 보는 저 빌딩 맨 꼭대기층에 있는 사람들은 어떤 노동을 하기에 저렇게 높은 월급을 받고, TV 속 고발뉴스에 나오는 정치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기에 저렇게 많은 돈으로 더러운 짓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진정 금수저를 물고 나오듯이 고소득자 자식이나 신의 직장을 갖아야만 세습자본주의에서 나아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는 그래도 내가 하고 있는 일과 공부로 충분히 미래가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일터와 닭장 같은 도서관으로 돌아간다.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 걸 안다고 계속 지금처럼 버티고 동아줄 같은 희망을 기대하며 일하고 공부한다면 과연 미래는 나아질까? 좀더 우리를 사람으로 인정해주고 내 노동력을 존중해주고 기업과 경제를 우린 만들 수 있다.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매스미디어에 익숙해져 사회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기 보다는 사회가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해가면서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때도 있어 가끔 내 자신이 무섭기도 하다. 하극상 이야기를 들으면 사회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결론은 사회구조와 정부가 바뀌어야 한다고 뻔한 답으로 끝나는 것 같다. 묘하게 우리 안에서 사회문제는 우리가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다는 인식을 하고,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의 눈 앞에서 일어나기 전까지 저 멀리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회문제들은 바로 우리 옆집에서도 일어나고 있지만 관계가 맺어져 있지 않아 모르고 있고, 보호해줄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과 사회적 관계가 없어 낙오되고 배제되면서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공동체를 형성해 서로 도우면서 문제를 풀어 나갔지만, 지금은 분절화된 우리모두가 소시민으로 홀로 냉혹한 경제와 돈의 앞에 서서 해결해 나가면서 사회문제가 더 발생한다고도 볼 수있다. 그렇다면 구조적 노력을 하면서도 사회문제를 함께 모여 우리 스스로가 해결해 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시작해서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지역사회문제부터라도 고민해 조금씩이라도 변화될 수 있다.

 

 

 

느영나영 함께 사는 세상: 사람중심 경제


나는 밤 늦게 집에 들어가는 길에 모던한 야경을 보며 갈 때 ‘이 곳에 나 혼자 뿐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그러면서 ‘왜 난 혼자만 아등바등 살아가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건 나의 성향 때문이구나 하는 생각도 하면서, 다르게 보니 ‘주변이야기를 너무 곧이곧대로 듣고 살아온 삶의 태도’가 문제였다. 학교 다니며 교수님과 선생님들은 항상 ‘사회’라는 곳이 얼마나 냉정하고 직장생활을 비롯해서 모든 공간에서 모두가 경쟁하고 얼마나 힘들게 살아가는지를 이야기해준다. 마치 잔혹동화 같은 세상이야기를 어른들로부터 들어오면서 컸던 나는 긴장해서 잔뜩 어깨에 힘주고 눈을 굴리며 주변을 살피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노력해가며 살아왔다. 가만히 보면 모든 사회생활의 무서운 이야기에는 “혼자” 살아가기에 더 힘들고 지치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모든 것에 ‘혼자’ 맞섰던 분들이 무진장 겁을 주고 “세상살이는 말이야. 경쟁해서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 말이야” 라고 한다. 나는 혼자 잘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방향만 보고 들어왔지. 어디서도 함께 잘 살 수 있는 방법이나 협력해서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서 잘 듣지 못하고 제대로 배운 적도 없다. 자본주의 경제 속에서 자본의 법칙에 따라 잉여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동력을 취급하고, 그 안에서 사람을 마치 하나의 부품처럼 취급받는다. 그런 취급에 익숙해서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부가가치를 많이 낼 수 있는 요소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경제체제와 사회구조가 개개인들에게 혹독한 현실이 되고 있는 것이고 혼자서 살아남는 이야기만 전해져 올 뿐이었다. 정녕 냉혹한 경제와 사회 속에서 홀로 버텨 살아남는 것만이 답일까?


‘느영나영’ 우리가 협력해서 함께 나은 삶이 가능하고 좀더 인간적으로 운영되는 경제인 사람 중심 경제를 형성한다면, 회색의 어두운 현실이라는 잔혹한 세상동화를 핑크빛 행복한 해피엔딩으로 만들 수 있을 거라 믿는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사람중심 경제를 꿈꾸며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 SE)를 형성해가면서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가려 노력하는 사람들과 조직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군가 봐도 ‘좋아보여 잘지내나봐” 라고 말할 수 있는 함께 사는 세상, 사람중심 경제의 구성원이 되길 바라고 응원합니다. ‘느영나영’ 함께 사는 세상인 사회적경제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너 요즘 잘지내_느영나영


# 사람중심 경제_느영나영 함께 사는 세상


# 좋아보여 잘지내나봐_느영나영

 


*이 글을 읽을 시 유의사항*


필자는 엄청난 학식과 경험이 없다는 점에 유의하고, 동네 한량으로 바라보는 세상이야기와 사회적경제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만약 독자님들이 잘못된 정보와 마음에 안드는 의견을 올린다고 이야기해주면 지속적 대화로 함께 풀어가시면 됩니다. 무엇보다 가끔 까칠하고 단정적인 어조나 사투리, 이상한 개그와 비유는 지극히 개인적 취향임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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