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 플레이어를 키고 노래를 찾아본다. 오늘은 마음은 기억하지만 머리로는 생각하지 못하는 노래들이 듣고 싶다.
당연히 제목을 모르기에 뭇 아무개들의 선곡표(멜론DJ)들을 보면서 기웃거려본다.
" 가사가 예쁜 노래 모음 " " 몽황적 느낌의 중독성이 강한 노래 " " 새벽이 오는 밤 쯔음에 듣는 음악 "
나름의 카테고리화 되어 정리된 노래들.
듣다보면 가끔은 "엥? 이게 왜 이런 주제에?" 라는 생각도 들지만, 아무렴 상관없다.
반가운것은 내가 들어본 적이 있던, 내 경험에 깃든 노래가 가끔 나올 때의 희열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문득 OST라는 카테고리에 눈이 갔다. Original Sound Track.
흔히들 말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들이다.
하루에도 수 없이 쏟아지는 새로운 노래들 속에서, 이 OST들은 어찌보면 보통 노래들 보다는 보석의 과정 보다 쉽게 다가설 수 있는 원석이랄까.
심하게 얘기하면, 나온 지 몇시간도 안돼 잊혀지는 수많은 인디음악들이 흙수저라면, 이들은 분명 금수저를 문걸 테다.
물론, 금수저의 음악들도 소리소문없이 사라지곤 하지만..

 

 

OST항목을 누르자 요즈음의 인기중이 OST들이 주루룩 나열되어 있다. 그 중 TOP10개 중 9개의 노래들이 전부 응답하라 1988로 채워졌다.
국민 모두가 응팔의 감성에 빠져산다고 하지만, 이건 뭐 다른 드라마나 영화들의 OST들은 기도 펴지 못할 기세다.
그러다 응팔의 OST가 가진 힘에 대해 잠시 생각에 잠긴다.

응팔의 OST들은 모두가 원곡을 Remake한 노래들이다. 오혁의 소녀는 1985년 이문세의 '난 아직 모르잖아요'란 앨범에 수록되었었고,
김필의 청춘은 1981년 산울림의 '가지마오'에, 걸스데이 소진이 부른 매일 그대와는 1985년 들국화의 노래이다.
그 밖에도 강수지의 보랏빛 향기,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최호섭의 세월이가면까지..
당시의 시대상의 노래들을 지금의 핫한 아티스트의 입맛과 매력으로 해석했다는 점, 그러면서도 옛 감성을 무시하지 않는 절제미를 갖췄다는 점이 리메이크임에도 우리귀에 거슬리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리메이크 노래들이 응팔이라는 옷의 감성에 비단가루역할을 한다면, 드라마속에 깔리는 원곡 그자체들은 그 옷(응팔)을 채우는 포근한 솜이다.
각 회의 테마와 컨셉에 맞게 이뤄지는 적재적소의 원곡들은, 리메이크에 이미 젖은 우리의 마음을 한층더 무겁고 심오하게 한다.
대학가요제의 마지막을 장신한 신해철의 '그대에게'에게 열광하는 주인공들, 혜리에 대한 마음을 눈빝으로 전하는 정환의 눈빛에 깔리는 광하문연가와 소녀, 풋풋한 청춘들의 우정애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며 깔리는 감미로운 변진섭의 '숙녀에게'까지..

수 많은 당대의 노래들이 있었고, 수 많은 당대의 노래들을 리메이크 할 수 있었곘지만, 요즘음의 젊은이들도 한번 쯤은 들어봤을 "아! 이노래!",
그리고 당시의 추억과 환경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이햐! 역시 이노래!"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고 눌러쓴 이 노래 선곡에 나는, 드라마 흥행의 신의 한수였다 감히 얘기하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응팔의 OST들을 지나 조금 더 스크롤을 내려본 곳에 박효신의 '눈의 꽃'이 당당히 이름을 드러내고 있다.
11년전 소지섭, 임수정 주연의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OST로 겨울내내 HIT가 되었던 곡.
11년이 지난 지금도 이 겨울에 사람들은 그때의 소지섭의 열연과 임수정의 애틋한 감정을 잊지 못하는가보다.
아니, 단순한 드라마의 감정과 더불어, 어쩌면 당시의 우리들의 감성에 무슨 짓을 해났다 보다.

 

 

또 한번 생각에 잠겨본다.
2005년 겨울, 그때 나는 어떤 사랑을 했고, 어떤 감정을 가지고 이 드라마를 보았고, 어떤 삶을 살았는가 말이다.
  
마음의 기억에 존재하는 것, 그것이 OST의 힘이었고, 나가아 음악의 힘이었다.


'[the 수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ujak 일기 : 오삼불고기  (0) 2019.04.05
몽환이라는 감성,  (0) 2015.08.25

 

몽환적이라는 느낌은 어떤 것일까. 현재가 아닌 그 언젠가의 어떤 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일까, 홀로 멍하니 두 눈의 초점을 잃은 채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그 어떤 상태적인 상태일까. 아님 지극한 외로움이 엄습한 가운데서의 무작정 느끼고 싶은, 감정일까. 이렇듯 몽환적이라는 단어는 내 멋대로, 내 방식대로 하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없는 ‘감성 다의어’이다. 그리고 이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 나는 몽환적이 된다.

 

사비나 앤 드론즈. 개인적으로 음악을 사랑하는 1인으로써, 장르의 구애를 받지도 편애를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음악을 통한 몽환성은 대체로 인디가수들을 통해 많이 느낀다. (참고로 나는 홍대도, 인디밴드들도, 전문적으로 알지 못한다.) 약간은 답답해보이는 소극장에 안개처럼 나풀대는 먼지들을 위한 것인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내리쬐는 조명하나. 그리고 외로이 걸터앉을 수 있는 의자 하나. 그 공간을 채우는 어느 여자의 목소리. 나의 몽환적 느낌의 상상의 나래는 보통 이런 분위기와 배경 속에서 채워진다. 그리고 이 가수의 노래를 듣는 순간 ‘역시’ 그랬다.

 

(출처 네이버)

그녀의 본명은 최민영이란다. 사비나는 그녀의 예명일 것이고, 드론즈는 공명이라해서 울려퍼짐의 뜻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울려 퍼지는 삶의 이야기정도라고 해야 할까. 응급실 간호사 출신이라는 그녀는 노래에서 그렇듯 ‘외로움’에 대한 감정을 많이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속에 혼자인 것 같은 이유를, lover 외로운 그대여 할 수 있는 것은..내 가시덤불 속에 그 속에 누군가를 가두는 것 뿐”
어느 발라드의 듣기 좋은 말처럼 흔해 보일 수 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통하는 순간 몽환성의 바다 안에 그저 넋 놓은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몽환성은 누군가에게는 황홀감으로 누군가에게는 외로움 가득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이 노래, 그 외로움 속에서도 공유하고 싶은 아이러니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곡이다. 언젠가 저 멀리 남미에 출장을 가게 되었을 때, 그 곳에 살고 있는 교포에게 ‘Stay'란 곡을 들려준 적이 있다. 전주에서부터 시작되는 잔잔함 속에서 그녀의 에코 꽉 찬 목소리. 그런데 그 와중에 전해지는 아이러니한 속삭임의 느낌. 그 친구는 술에도 취해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 그 음악에 취해 황홀해 하던 기억이 있다. 반면 나는 무엇인가 알수 없는 타지에서의 외로움에 눈물이 날 것 같았던 경험이 있다.

(출처 다음)

(출처 다음)

그녀는 지금도 말하는 거 같다. 기름기 하나 없이, 담백하고 담담하게. 그리고 어느새인가 몽환적인 느낌의 개념을 넘어 나의 삶을, 나의 외로움을 위로해주고 있는 것 같다. 아니 위로가 아니라 외로움은 외로움으로써 충분히 느끼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근심과 걱정에 잠 못 이루는 사람들, 외로움에 사무쳐 있는 그대들, 별빛 가득한 하늘 보며 어제의 미래였던 오늘을, 내일의 미래인 오늘을 꼽십고 싶은 이들, 조용히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기울여 보자. 그녀가 전해줄 것이다.

“there's nothing anymore. just stayed enough to pick up the day has gone"


'[the 수작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Sujak 일기 : 오삼불고기  (0) 2019.04.05
응답하라 추억, 기억, 그리고 OST  (0) 2016.01.14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