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서울시가 이번 달 27일부로 대중교통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버스:150~400원, 전철: 200원). 서울시와 교통시스템이 연계된 인천과 경기도도 각각 요금인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 2월에 서울시가 단일인상분으로는 역대 최고치인 150원을 올린 이후(1000원→1150원) 3년만이다. 물론 박원순 시장 임기동안 대중교통요금이 올랐다고 해서 박원순 시장 개인만을 비난하는 건 분명 부당하다. 그간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 시내버스 운송사업 조합 등 각 운영 주체의 지속적 적자로 인해 요금인상이라는 고육지책이 어느 정도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표심을 의식해 손도 안대고 있다가 후임자에게 폭탄을 떠넘긴 전임시장들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 임기 4년여 동안 수도권 전철 기본요금은 350원이 인상되었다.”

이번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은 운송원가 공개나 사전 공청회 및 시민참여 토론회 없이 최종 확정되었다. 사진 속 박원순 시장 뒤의 '시민이 시장'이라는 문구가 무색하다.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5/06/10/0200000000AKR20150610174100004.HTML?input=1195m)

그렇다고 서울시의 수장인 박원순 시장에게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는 이유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민 의견이 전혀 반영이 안 되는 ‘서울시의 허울뿐인 공청회 제도’이고 두 번째는 대중교통업체의 지속적 적자에 대한 그 '구조적 원인'을 제대로 분석도 안하고 무조건 인상요금의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그 책임을 떠넘긴다는 점이다. 구조적 원인으로는 대중교통업체의 방만한 경영과 대중교통업체 임금구조에 대한 부당한 노사 관행,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의 확대를 들 수 있다.

있으나 마나한 공청회

부실한 공청회 제도에 대해 살펴보자. 서울시는 올해 4월, 운영적자에 따른 대중교통의 서비스 질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대중교통 요금 인상안 입법을 예고했다. 그리고 요금인상에 대한 시민여론을 참고하고 수렴하기 위해 이번 달 10일에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하지만 예정되었던 공청회는 무산되었다. 서울시는 노동당 서울 시당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노조원 등의 요금 인상안 반대 시위로 인해 무산되었다고 변명하지만, "서울시가 요금 인상안 발표시점을 이미 못 박고 진행하는 공청회는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고 주장한 노동당의 항변은 분명, 현행 서울시 공청회 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책 설정 과정에서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후, 합의한 최종안을 발표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에도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요금인상안을 우선 철회한 뒤, 원점에서 '요금 인상의 타당성'에 대해 치열하게 시민참여토론을 할 생각이 없는 이상, 시민들과 의견을 나누겠다는 취지의 공청회는 말 그대로 ‘시민들과 의견만 나누는’ 반쪽짜리 공청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시 관계자는 공청회 무산 직후 추후 공청회 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말했지만,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는 6월 27일까지 불과 2일밖에 안 남은 현 시점에서 공청회 재개 일정은 감감무소식이다.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말로는 참여행정을 지향한다고 외친다. 하지만 정책 설정 단계에서 시민참여를 배제한 채, 자기들끼리 방향을 이미 결정한 정책에 대해 시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공청회는 그저 '사후적 정당성'을 획득하기 위한 하나의 요식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대중교통운영 적자의 책임은 과연 시민에게만 있는가?

대중교통업체 만성적자의 구조적 원인을 요금인상으로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일까? 서울시 지하철을 주관하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및 서울시 버스조합의 경영진은 단지 적자로 인한 회사 경영의 어려움만 강조하고 자신들의 ‘예산운용 투명성’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수많은 공기업이 부실한 감시를 틈타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를 내고 자신들의 잇속만을 챙기는 마당에, 적자의 원인으로 자신들의 부실한 기업경영 문제를 꼽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염치없는 행동이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적자가 각각 1,723억 원, 2,658억 원에 달했다. 경영평가에서도 서울메트로의 경우 2013년 행정자치부 평가에서 ‘다’ 등급, 서울도시철도는 지난해 꼴찌 등급인 ‘라’ 등급을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 기관장은 260%, 직원들은 140%의 성과급을 받았고, 서울도시철도는 기관장과 직원 모두 100% 이상의 성과급을 받았다. 회사 적자가 수천억 원에 이르는 와중에 자기들끼리 성과급 잔치를 벌여놓고, 시민들에게 운영적자에 대한 책임을 전가하겠다니 기가 막힐 따름이다. 서울시와 그 수장 박원순 시장은 그들의 불투명한 경영에 대해 감시, 견제해야 할 의무는 제대로 이행하고 요금인상안 카드를 꺼내는 것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요금인상인가?

서울시와 대중교통 운영기관 경영진은 요금 인상 필요성을 주장하는 근거로 회사 직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임금인상을 실현하고 그로 인한 대중교통 서비스 질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 인상의 사례를 보건대, 요금인상을 통한 대중교통 서비스 질 개선은 물론이고, 임금인상을 통한 직원들의 처우 개선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지난 2012년 말, 택시를 대중교통에 포함시켜달라는 이른바 ‘택시법’이 국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국회에서 무산된 후, 서울시 택시 업체의 기본요금인상 요구가 거세어졌다. 그러자 2013년 10월, 박원순 서울 시장은 "시민 서비스 개선과 운수종사자 처우개선이 동시에 이뤄지는 첫 택시요금 인상이 되길 기대한다."며 시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2400원이던 택시 기본요금을 3000원으로 갑자기 인상하였다. 일부 택시기사의 승차거부와 불친절한 태도 등 당시 택시업계의 실종된 직업윤리의식 회복이 순서였지만,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택시업계의 자정의지만을 믿고 그들의 요구를 수용하였다. 기본요금 인상 이후 2년이 지난 지금 시민들이 느끼는 택시 서비스의 질은 크게 향상하였는가? 무엇보다 ‘택시 기사들의 처우’는 개선되었는가? 일부 몰상식한 기사들의 승차거부는 여전하고, 택시 기사들이 느끼는 ‘후생의 개선’역시 미미하다. 택시회사 업주들이 기본요금 인상분만큼, 택시기사들에게 부과하는 ‘사납금’을 올리는 바람에 기사들의 실질임금 상승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본요금은 올랐지만 사납금 납부 후, 기사들이 손에 쥐는 돈은 종전과 별반 다를 게 없게 되었고, 시민들 역시 비싼 가격에 택시를 이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회사와 운수 종사자 사이의 부당한 임금 관행 구조개선 없이 행해진 '원칙 없는 기본요금 인상'은 택시 회사 업주들의 배만 불려주는 결과를 초래했다.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 확정에도 전면파업 예고한 서울시 버스노조"

요금인상분이 기사들의 실질임금 상승으로 귀결되지 않는 소위 '배달사고' 관행을 시정하지 않는 이상, 기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헛소리에 불과하다.

(http://www.nocutnews.co.kr/news/4433578)

다시 서울시 대중교통의 문제로 돌아가 보자. 대중교통요금 인상안이 발표되었지만, 서울시 버스노조는 임금 7.29% 인상, 휴게 시간 보장,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이번 달 25일부터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대중교통요금 인상이 결정되었는데 왜 이들은 파업을 하기로 결정하였는가? 이는 요금 인상분이 어떻게 기사들의 실질임금 상승과 근로 복지 개선으로 전환되느냐에 대해 노, 사, 정 간 구체적 논의가 없는 이상, '대중교통 요금인상'과 '해당 운수 종사자들의 처우 개선' 간의 상관관계는 미미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또한, 임금협상을 위한 노, 사, 정 간 비효율적인 기싸움이 벌어질 때마다, 결국 손쉬운 '요금 인상 카드'로 마무리되어 시민들의 부담만 되풀이되는 악순환 구조를 초래한다. 대중교통 업체 일선 기사들의 처우 개선도 해결하지 못하고, 시민들의 가계 부담만 늘리는 대중교통요금 인상안. 과연 누구를 위한 요금인상일까? 그 답은 너무나도 명확하다. 박원순 시장만 모르는 것인가?

현실 직시를 통한 책임행정: 지속가능하지 않은 복지는 포퓰리즘에 불과할 뿐이다.

대중교통 요금인상이 되풀이되는 요인으로 또 무엇이 있을까? 바로 노인인구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지하철 무임승차혜택 대상 증가이다. 서울 지하철의 매년 총 적자 중 약 3000억 원의 손실은 바로 노인무임승차로 인한 것이다. 필자를 싸가지 없는 후레자식이라고 욕한다고 해도 이건 부정할 수 없는 ‘팩트’이다. 정년연장을 위해 노인 기준에 대한 나이를 상향조정해야 하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마당에, 노인무임승차혜택을 받는 나이 기준 재조정에 대한 문제 역시 재고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한민국의 노인 인구는 지금보다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다. 현행 무임승차 연령을 재조정하지 않는다고 가정하였을 때, 베이비 붐 세대의 대부분이 65세 이상이 되는 2020년대, 지하철 이용인구의 약 40%가 무임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현재 전국 7개 도시철도의 하루 무임승차 인원은 전체 수송인원의 16%, 환경일보)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도시철도와 서울메트로는 노인무인승차로 인한 적자에 대해 손실보전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길 뿐, 폐지나 혜택축소에 관해서는 거의 입을 닫고 있다. 박원순 시장 역시 노인 표심을 의식해 노인 무인승차로 인한 적자 문제를 단 한 차례도 언급한 바 없는 걸로 안다. 물론 요금 인상이 적자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정참여의 투명성 문제와 대중교통 관련 공기업의 부실경영, 요금인상이 기사들의 실질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 부당한 임금구조, 방만한 무임승차복지 제도에 대한 문제를 짚고 넘어가지 않고, 그때그때마다 요금만 올리는 임기응변식 방법으로는 대중교통운영 적자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현재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는 구조적 원인은 외면하고 그 책임을 시민들에게 떠넘기기만 하고 있는 것이다. 대중교통 운영기관의 지속적인 적자에 대한 구조적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보장하는 '참여행정'의 내실화와,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공익을 우선시하여 특정이익단체에 휘둘리지 않는 '책임행정'이 동시에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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