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뚜. 상대방과 연결되기까지 울리는 이 알림음. 나는 이 연결음이 어떤 컬러링보다도 감미롭게 느껴진다. 통화 상대방이 누구든 상관없다. 연결음이 울리는 동안은 잡생각을 멈출 수 있으니까. 한 박자 여유를 찾을 수도 있다. 전화를 걸어 무슨 말을 할까, 하는 걱정은 단 10초면 사라진다. 조금 과장해서 가끔은 이 연결음이 1분 넘게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상대방 목소리를 듣는 것보다 연결음을 들을 때가 더 반가운 경우다.

 

그러나 “연결이 되지 않아 소리샘으로 연결됩니다”, 라는 메시지를 듣는 순간 마음의 평온은 불안으로 뒤바뀐다. 여유는 긴장으로 전복된다. 이때부터 갖은 추측과 끝없는 공상에 시달린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혹여 내가 너무 늦은 시각에 전화를 한 건 아닌지, 별의 별 이유를 찾으려 든다. 당황한 나머지 소리샘으로 연결돼 무심결에 녹음이 될 때도 있다. 대개 상대방에 대한 미련과 애착이 강한 경우다.

 

통화 연결음의 속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좋아하는 이의 연결음은 언제나 빠르다. 반면 싫어하거나 꺼려하는 이의 연결음은 한없이 느리게 지나간다. 이기적인 마음은 언제나 주문을 왼다. 좀 더 느리게 혹은 좀 더 빠르게.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이 세분화되는 만큼 연결음의 속도는 상대적이다. 더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면 더 빨리 연결음이 흘러가고, 싫어하는 이의 연결음은 속절없이 느리게 지나간다. 상대방에 따라 연결음의 속도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러나 정말 슬픈 것은, 연결음을 대하는 나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 경우다. 그걸 알아내는 방법은 약간의 참을성만 있다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좋아하는 상대방이 전화를 걸 때 유심히 전화기를 지켜보라. 30초도 되지 않아 벨소리가 끊어진다면, 또 그 과정이 여러 번 목격된다면, 당신의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은 일치하지 않다는 걸 의미한다. 그게 이성 관계든, 썸이든, 친한 친구 사이든 상관없다. 물론 성급한 일반화일지도 모른다. 이건 법칙이 아니다. 단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들로부터 도출된 하나의 인식일 뿐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실망할 필요는 없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듯, 연결음을 대하는 태도 역시 변한다. 연결음을 애타게 세며 기다리던 마음은 금세 식어버리고, 귀찮기만 했던 연결음이 간절해질 때가 있으며, 무의미했던 연결음이 한 움큼 의미 있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런 순간이 있다. 때로는 위기로, 때로는 기회로 다가오는 연결음의 변화. 이 순간을 부여잡든, 놓치든 그것은 온전히 당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다만 꺼져버린 전화기는 응답이 없다. 울리지 않는 연결음처럼 공허한 것은 없다. 당신은 연결할 준비가 되었는가.

 

* 사진출처: businessinsider.com

'라커의 [무념유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하기의 어려움  (1) 2015.06.15
특별한 사람을 찾아서  (0) 2015.06.03
방황의 아름다움  (1) 2015.05.20
다락방의 추억  (0) 2015.05.01
시와 도의 경계에서  (1) 2015.04.01

+ Recent posts